[World Now] 일본, 코로나 긴급사태 '17일'만 하는 이유는?

일본, 오늘 세 번째 긴급사태선언 발령

코로나19가 다시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일본이 세 번째로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합니다.

기간은 4월 25일부터 5월 11일까지로, 대상 지역은 도쿄도, 오사카부, 교토부, 효고현 등 4곳입니다.

3차 긴급사태선언 내용을 보면, 올 1월에 발령했던 2차 선언 때와는 달리 강도가 높습니다.

2차 긴급사태와 달리, 주점 등 휴업 요청

2차 선언 때에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음식점 등에 휴업을 요청하지 않았고, 각급 학교의 휴교 조치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휴업 요청이 포함돼있습니다.

구체적 방역조치는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정부가 내놓은 기본 방침에 따르면 술을 제공하는 음식점이나 주점에는 휴업을 요청합니다.

술을 팔지 않는 음식점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저녁 8시까지 영업시간을 단축합니다.

도로와 공원 등 야외 집단음주도 자제 요청

장기간 영업 단축이 계속되면서, 시민들이 거리나 공원에서 술을 마시자, 이번에는 도로, 공원 등 야외에서 집단 음주에도 주의를 환기하도록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또 생필품을 파는 소매점 등 외에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영화관 등 바닥 면적이 1,000제곱미터가 넘는 시설도 휴업을 요청하고, 공립 시설도 문을 닫습니다.

각종 이벤트는 원칙적으로 무관객으로 개최하고, 프로야구와 축구 J리그도 무관객으로 개최됩니다.

각급 학교에 일률적인 임시 휴교는 하지 않지만, 온라인 수업이나 분산 등교를 실시하고, 수업외 부활동 등은 중단합니다.

확진자 급증에 따른 조치…그런데 왜 17일뿐?

도쿄와 오사카의 확진자 수가 2차 긴급사태선언 해제 후 급속도로 늘고 있고, 전국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 5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당연히 강력한 방역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왜 긴급사태선언 기간이 고작 17일뿐일까요.

지난해 1차 긴급사태 선언은 7주간이었고, 올 초 2차 긴급사태 선언은 10주를 넘겨 73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강력한 조치를 단기간에 집중한다 해도 너무 짧은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이번에도 올림픽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올림픽 때문? 의혹 제기 잇따라

의혹의 근거는 이렇습니다.

먼저 지난해 4월 7일 발령된 1차 긴급사태선언.

전 세계는 물론 일본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도쿄 올림픽을 연기 또는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본 안팎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인류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겨낸 증거로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개최하고 싶다'는 주장을 펴며 올림픽 개최를 고집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호주 등 불참 국가가 잇따라 나오고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년 연기가 좋겠다고 말하는 등 '올림픽 불가론'은 더욱 확산했습니다.

올림픽 연기 결정 직후 1차 긴급사태선언

결국 일본은 올림픽 성화봉송이 출발하기 이틀 전인 3월 24일 전격적으로 올림픽 1년 연기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일본의 확진자는 갑자기 늘기 시작합니다.

3월 26일 93명이던 확진자 수는 4월 11일 720명까지 가파르게 치솟았습니다.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생방송에 팻말을 들고 나와 '도쿄 봉쇄'를 언급해 위기감을 높이는데 가세했습니다.

그리고 4월 7일 긴급사태를 선언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자료사진]

"의도적으로 검사 수 줄였다"는 의혹 제기돼

이런 상황을 놓고 일본 언론은 물론 외신에서도 일본이 의도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줄여 확진자수를 억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그 이유는 올림픽으로 보인다고 썼습니다.

2차 긴급사태선언은 올 1월 8일에 발령됐습니다.

아베 정권을 계승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방역보다 경제를 중시하면서 연말연시 확진자가 급증했고, 1월 초에는 하루 8천 명에 육박했습니다.

뒤늦게 긴급사태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경제를 우선시했고 방역 조치는 약했습니다.

1차 때와 달리 휴업이나 휴교는 없었고, 음식점만을 타깃으로 영업시간을 저녁 8시로 제한했습니다.

방역은 느슨했고, 일본 국민들은 금세 익숙해졌습니다.

느슨한 방역조치로 긴급사태 73일간 이어져

확진자 수가 줄기는 했지만, 1~2천 명대를 유지했고, 긴급사태는 연장, 재연장을 거듭하며 70일 이상 길게 늘어졌습니다.

3월 중순을 넘어서도 매일 1천5백 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왔고, 긴급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3월 22일 긴급사태를 해제했습니다.

2차 선언 해제 사흘 뒤 성화봉송 출발

그리고 사흘 뒤 3월 25일, 후쿠시마현에서 올림픽 성화봉송이 출발했습니다.

3차 긴급사태선언은 올림픽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언론들이 제기한 근거는 5월 17일부터 18일로 예정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방일입니다.

바흐 위원장은 방일 첫날 히로시마에서 성화봉송 행사에 참석하고, 스가 총리와 하시모토 올림픽 조직위원장, 코이케 도쿄도지사를 만날 예정입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자료사진]

"IOC 회장 방일 때 긴급사태는 모양새 나빠"

이 기간에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 중이고,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라고 호소한 상황이 된다면, 이런 행사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도쿄신문은 쓰고 있습니다.

일본 시민들도 "방역조치가 올림픽에 좌우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가 전혀 수습되지 않았는데 2주간이라는 것은 모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오늘(23일) 오후 국회에서도 질문이 나왔는데, 스가 총리는 "사람의 이동이 많은 골든위크 대형 연휴에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단기간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스가 총리는 "안전 안심 올림픽 준비에 정부로서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