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 작품상 배제한 골든글로브, 존폐 위기]
영화 '미나리'를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해 논란을 빚었던 미국의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존폐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가 주관하는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상과 함께 미국의 양대 영화상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부패 의혹과 인종·성차별 논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골든글로브 보이콧 운동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NBC, 내년 시상식 중계 중단 선언]
해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방송해온 미국 NBC 방송은 내년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78년 역사를 자랑하는 골든글로브의 내년 시상식이 존폐 갈림길에 서게 된 겁니다.
NBC 방송은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 즉 HFPA가 최근 발표한 개혁안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HFPA가 제대로 변화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워너브러더스는 할리우드의 메이저 제작사 중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워너브러더스는 성명을 내고 골든글로브의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논란 등을 지적하며 HFPA가 주관하는 행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넷플릭스와 아마존 스튜디오, 할리우드 스타들을 고객으로 둔 100여 개 홍보대행사도 잇따라 골든글로브 보이콧 방침을 밝혔습니다.[부패·차별 의혹 일파만파‥'미나리' 홀대 논란도]
회원 87명으로만 구성된 HFPA는 그동안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재정 관리를 불투명하게 운영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 2월 제78회 시상식을 앞두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보도로 부패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HFPA가 회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상당한 액수의 돈을 지급해 윤리 규정 위반 논란이 불거졌고, 2019∼2020년 지급액만 200만달러, 우리 돈 22억 원이 넘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2019년에는 30여명의 회원이 파라마운트 협찬을 받아 파리로 호화 외유를 떠나기도 했습니다.
여기다 인종·성차별 논란이 불거지며 골든글로브 공정성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마블 히어로 영화 '블랙 위도우'의 주인공 스칼릿 조핸슨은 성명을 내고 과거 HFPA 회원들로부터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았고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다"면서 할리우드 영화계의 골든글로브 보이콧을 촉구했습니다.
HFPA 회원 중 흑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져 다양성 부족과 폐쇄성도 비판을 받았습니다.
골든글로브는 올해 각종 시상식에서 호평을 받았던 영화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로 분류해 작품, 감독, 연기상 후보에서 배제함으로써 큰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골든글로브는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로 이뤄져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미나리'를 작품상과 배우상 후보에 올리지 않은 겁니다.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가 제작하고 미국인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인 배우가 대거 출연한 영화를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 것에 대해 현지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설익은 개혁안에 '역풍'‥톰 크루즈, 트로피 반납]
논란이 거세지자 HFPA는 지난주 자체 개혁안을 부랴부랴 발표했습니다.
1년 이내에 회원을 20명 추가하고 향후 2년 이내에 회원 수를 50% 더 늘리겠다는 내용이었으나, 할리우드 영화계는 HFPA가 개혁 요구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 때문에 골든글로브 보이콧 운동은 더욱 탄력을 받았고 할리우드 스타들도 동참했습니다.
톰 크루즈는 영화 '제리 맥과이어', `7월 4일생`에 출연해 받은 두 차례의 남우주연상 트로피와 `매그놀리아`로 수상한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HFPA에 모두 반납했습니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헐크` 역할로 잘 알려진 마크 러팔로는 성명을 내고 "HFPA가 변화에 저항하는 것을 보게 돼 실망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HFPA가 과감한 개혁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하리라는 전망도 제기됐습니다.
영화 매체 스크린랜트는 "할리우드가 HFPA를 완전히 거부한다면 골든글로브의 종말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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