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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정승혜

"쿵 푸 치킨! 중국으로 돌아가!" "나는 중국에서 온 거 아닌데!!"

"쿵 푸 치킨! 중국으로 돌아가!" "나는 중국에서 온 거 아닌데!!"
입력 2021-06-18 09:47 | 수정 2021-06-1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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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푸 치킨! 중국으로 돌아가!" "나는 중국에서 온 거 아닌데!!"

    줄리 정 지명자(맨 오른쪽)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온 첫 해 추수감사절 때 찍은 가족 사진 [출처: 미국외교관협회]

    "청 킹 치킨! 청 킹 치킨! 쿵 푸 치킨!"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 살이던 1977년 부모님, 여동생과 함께 미국 땅에 건너간 소녀는 학교에 입학한 뒤 “청 킹 치킨! 청 킹 치킨!”이라는 소리를 수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청 킹 치킨’은 캔에 담아 판매하는 중국음식 브랜드 이름인데, 동급생들은 동양인을 비하하는- 양손으로 눈꼬리를 찢는 동작을 함께 하면서 놀려대곤 했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중국에서 온 거 아니거든!!”라고 당차게 받아치며 기회의 나라 미국, ‘아메리칸 드림’을 믿는다고 말했던 소녀는 결국 제대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냈습니다.
    "쿵 푸 치킨! 중국으로 돌아가!" "나는 중국에서 온 거 아닌데!!"

    줄리 정, 주스리랑카 대사 지명자

    얼마 전 주스리랑카 미국 대사로 지명된 줄리 정 미 국무부 서반구 차관보 대행이 미국외교관협회 저널 (2020, 9)에 기고한 글에서 밝힌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에서 정치학 학사, 컬럼비아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받은 뒤 1996년부터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줄리 정 지명자는 ‘외교관의 꽃’으로 불리는 대사로 지명되기 전까지 25년 간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이라크, 콜롬비아 등에서 다양한 해외 근무를 경험했습니다.
    "쿵 푸 치킨! 중국으로 돌아가!" "나는 중국에서 온 거 아닌데!!"

    줄리 정 지명자(가운데)가 1996년 외교관 선서를 한 뒤 찍은 가족 사진 [출처: 미국외교관협회]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한국어와 영어 이외에 일본어, 스페인어, 캄보디아어, 광둥어(홍콩 등 중국 남서부에서 사용되는 중국의 방언)라고 하는데, 부단한 노력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2배 이상 일해야 했다”는 정 지명자는 아시아계 이민자로서 겪었던 고충과 차별, 그리고 성공담을 이제는 담담하게 주재국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곤 했다고 합니다. 스리랑카 언론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미국 외교관이 대사로 온다”면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줄리 정 지명자의 성공적인 대사직 수행 기대해 보겠습니다.
    "쿵 푸 치킨! 중국으로 돌아가!" "나는 중국에서 온 거 아닌데!!"
    바이든 외교 이끄는 한국계 미국 외교관들

    한국계 미국 외교관이 주재국 대사에 임명된 건 줄리 정이 처음은 아닙니다. 19일 방한하는 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주한국 대사(2011-2014), 주필리핀 대사(2016-2020)를 역임했었고 베테랑 외교관인 조셉 윤 전 대북 특별대표가 주말레이시아 대사(2013-2016)를 지냈습니다.
    "쿵 푸 치킨! 중국으로 돌아가!" "나는 중국에서 온 거 아닌데!!"

    성 김 미 국무부 특별대표, 조셉 윤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

    세 번째 한국계 미국 대사이며 여성으로 최초는 유리 김입니다. 세 살 때 미국령 괌으로 이민을 간 유리 김은 2020년 1월부터 주알바니아 대사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한국어와 영어 외에 중국, 일본어, 터키어를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리 김 대사는 미 국무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을 뿐 아니라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요, 차기 주한 미국대사 후보 군에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만약 유리 김이 주한 미국대사가 된다면 한국계로서는 성 김에 이어 두 번째가 되는 셈입니다.
    "쿵 푸 치킨! 중국으로 돌아가!" "나는 중국에서 온 거 아닌데!!"

    유리 김 주알바니아 대사

    1.5세대, 2세대 한국계 미국 외교관들의 약진이 반가운 소식인 건 분명합니다. 우리 문화와 언어, 정서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동맹국으로서 한미 간의 협력을 더 쉽게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들은 미국 국적, 미국인이라는 사실입니다. 국가 간 이익이 겹칠 때에는 우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의 입장에 서서 정책을 펼 것이기 때문에 더 무서운 상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양날의 칼인 셈이죠. 바이든 외교를 이끄는 한국계 미국인 대사들의 약진을 환영하지만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이해시켜서 국익을 극대화 시키는 노력도 같이 해야겠습니다. 유리 김 대사도 한국에 오신다면 물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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