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괴롭히면 피흘릴 것"…거칠어진 시진핑의 입
지난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중국 시진핑 주석이 한 발언의 수위가 대단했습니다.
'외부 세력이 괴롭히면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피가 난다'는 말이 그야말로 전세계적으로 회자됐습니다.
상대국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그동안의 이른바 '늑대 외교'에 시 주석이 최종 결재를 한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발언 당일, 미국과 일본은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길목에서 미사일을 동원한 연합 훈련을 벌였습니다.
오키나와와 규슈섬 사이의 이 장소는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목입니다.
대만 해협과 이 곳을 틀어막으면 중국은 바다로 나올 방법이 마땅하지 않습니다.
중국을 바다로 나오지 못하게 대문 앞을 막을 수도 있다는 무력 시위를 미일 양국이 벌인 셈인죠.
다음날 중국과 홍콩 증시는 나란히 하락했는데 지난 3월 초 이래 가장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시 주석은 나흘 뒤엔, 신장 자치구 경찰 부대에 '대테러 선봉 중대'라는 영예 칭호를 주며 용감하게 전진하라고 했습니다.
신장의 인권 문제를 들어 중국을 압박해 온 미국 등 서구 국가들에게 다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셈입니다.
경제력·군사력 앞세운 '늑대 외교'의 배경은?
최근 중국은 경제 규모와 급부상하는 군사력을 앞세워 외교라기보다는 협박에 가까운 '비호감 외교'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예 전랑외교, 그러니까 '늑대 외교'라고 할 정도입니다.
'도광양회'로 상징되는 그동안의 신중한 태도를 버리고 '왜 저렇게 갑자기 무리를 하지?'라는 의문이 듭니다.
여러 분석이 있지만 시진핑에게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저런다는 분석이 있더군요.
베이징은 향후 10년에서 15년을 산업기술의 혁명적 전환기, 지정학적 세계 질서의 전환기로 보고 이 시기 내에 국제 질서를 재편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
중국은 앞으로 한 세기 내에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다극 체제로 전환되는 세계사적 변화가 있을 거라고 전망합니다.
이런 대 전환기에 중국이 그 중심에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 나간다는 거죠.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가 무너질 거란 징후로 중국은 미국의 아프간 전쟁 패배, 2008년 금융위기, 브렉시트, 그리고 트럼프의 당선을 꼽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구 세력이 헤매는 이 때가 물이 들어오는 기회이니 서둘러 노를 저어야 한다는 겁니다.인구 감소·낮아진 경제 성장률…조급해진 시진핑?
국내 문제도 시 주석을 조급하게 합니다.
인구 대국 중국의 인구가 줄고 있고 경제도 지금까지처럼 성장 일로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겁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29년 중국 인구가 정점을 찍은 뒤 하강한다고 보고 있고, 의학저널인 란셋은 21세기 말엔 중국 인구가 반으로 줄어든다고 전망합니다.
중국이 2016년에 한자녀 낳기 운동을 폐지했지만 지난 12개월 동안 출산율은 15%가 감소했습니다.
2033년이면 3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가 될 거라고 중국 정부는 우려합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 연금 문제가 닥치면 그 땐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죠.
중국의 향후 경제도 장밋빛이 아닙니다.
2005년 이래 임금은 대략 10%가 올랐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더 싼 임금을 찾아 떠나면서 저숙련 노동자들의 실업도 늘고 있습니다.
중국 노동시장에서 대졸자 비율은 12.5%, 미국은 24%입니다.
향후 미국과의 경쟁에서 고숙련 노동력 간의 경쟁이 통계로 보면 쉽지 않겠죠.
이런 현상은 연간 GDP 성장률 저하로 이어져서 2007년 14%에 달하던 성장률이 이젠 단자리 중반으로 내려왔습니다.
시진핑의 거친 외교…중국을 고립시키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이 국제문제에서 뒤로 물러선 상황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일대일로 구상, 브릭스 신개발은행, 아시아인프라 은행 등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왔고요.
남중국해에서 중국 어선들의 조업과 그 과정의 충돌을 통해 영해 문제를 다루는 이른바 '회색지대(Gray zone)' 전략을 써왔습니다.
홍해와 아덴만 사이의 지부티에는 중국의 첫 해외 군사 기지를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호주는 코로나19 기원지를 조사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중국의 거센 보복을 마주했죠.
중국이 호주산 쇠고기의 수입 금지나 중국인들의 호주 관광, 유학 자제령 같은 노골적인 경제 보복에 나선 거죠.
중국은 신장 문제에 대한 중국의 대처를 지적했던 조 스미스 핀리 같은 학자들을 제재하거나 독일의 씽크탱크 같은 곳을 중국의 주권과 이익을 침해했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이런 거침없는 대외 기조를 감안하면 공산군 창군 100주년인 2027년쯤엔 대만에 대한 무력행동과 같은 '군사적 도박' 마저도 있을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시진핑의 조급한 거친 외교는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월6일 사설에서 중국의 야망이 세계 평화의 진정한 위협이라고 했고, 최근 퓨리서치센터는 중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비호감도는 70%를 넘어서며 사상 최악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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