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덴마크 북부의 올보르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워크 잇 아웃'(Work It Out)이라는 주제의 전시회.
텅 빈 화폭 2점이 내걸렸습니다.
작품의 제목은 <돈을 갖고 튀어라>, 예술가 옌스 호닝이 미술관 측의 의뢰를 받고 보낸 것입니다.
전시회를 앞두고 작품을 받아든 미술관 측은 처음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작가에게 작품비로 1억원을 보냈는데, 텅 빈 화폭 2점이 돌아온 것입니다.
미술관 측은 권력과 불평등에 천착해 온 작가인 호닝에게 이번 전시회의 주제가 '예술과 노동의 관계'를 탐색하는 것이라며, 덴마크와 오스트리아의 평균 소득을 다룬 그의 과거 작품들을 개작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호닝의 원작에는 주제를 구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실제 지폐들이 부착됐기에 작가에게 작품 제작에 필요한 돈 53만4천 크로네, 우리 돈으로 약 9천970만억원과 작가비 2만5천 크로네, 약 470만원을 지급한 것이었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란 호닝의 해석에, 미술관 측은 그가 자신들이 지급한 돈을 작품에 사용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착복'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의 새로운 작품을 지난 24일 개막한 전시에서 관객에게 선보이는 쪽을 택했습니다.
미술관의 라세 안데르센 관장은 "호닝은 본질적으로 우리 전시 주제와 부합하는 작품을 창조했다"며 그가 흥미로운 작품을 내놓았음은 인정하면서도, 계약 조건대로 전시회가 끝나는 내년 1월 이후에 제작비 53만4천 크로네를 반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호닝은 그러나 현지방송에 출연해 "이번 일은 절도가 아니라 계약 위반이고, 계약 위반은 이번 작품의 일부"라고 주장하며 작품 제작비를 돌려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이 방송에 신작은 미술관 측이 자신에게 제시한 형편없는 보수에서 영감을 얻었다면서 의뢰받은 두 작품을 원래 의도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오히려 자신의 주머니에서 약 460만 원의 돈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나처럼 비참한 노동환경에 처한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행동하길 바란다"며 "형편없는 일을 하면서 보수를 제대로 받기는커녕 오히려 일하기 위해 돈을 써야 한다면 할 수 있는 만큼 움켜잡고, 그것을 극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편, 미술관 측은 호닝이 내년 1월 전시회 종료 뒤에 작품 제작비를 반환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해 작품을 둘러싼 작가와 미술관 사이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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