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지방에서 가짜 보드카를 마신 주민 수십 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졌습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연방수사위원회는 현지시간 9일 수도 모스크바에서 1천400km 떨어진 오렌부르크주 4개 지역에서 가짜 술을 마시고 숨진 이가 이날 현재까지 29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사위원회는 "많은 주민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혀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지 언론은 23명이 여전히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중 5명은 중태로, 일부 환자는 혈액투석까지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한 마을에선 5명의 자녀를 둔 부부가 함께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가짜 술로 인한 중독 사망자는 지난 7일부터 오렌부르크주 몇 개 마을에서 발생하기 시작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오렌부르크주 동부 도시 오르스크에서 가짜 술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망자와 부상자를 포함해 54명이 중독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상자들의 체액에선 인체에 치명적인 메탄올이 검출됐습니다.
일부 체액 샘플에선 치사량의 3~5배에 이르는 메탄올이 검출됐다고 현지 언론은 소개했습니다.
또 창고와 식료품 상점 등에서 압수된 일부 주류에서도 메탄올 성분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사당국은 '안전규정 위반 상품 생산 및 판매, 2인 이상 다중 살해' 등의 혐의로 가짜 술을 만들어 유통한 9명을 형사 입건해 그중 4명을 구속했습니다.
러시아에선 옛 소련 붕괴 후인 개방 초기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가짜 술이나 심지어 공업용 알코올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 중독 사망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했으나 근년 들어선 거의 근절됐습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의 서방 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러시아의 경제난이 심화한 가운데 특히 더 큰 타격을 받은 지방의 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생활고가 가중된 지방 주민들이 값싼 술을 찾으면서 가짜 보드카까지 등장한 것이란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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