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만 31살에 오스트리아 총리에 오른 '세계 최연소 지도자'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현지시간 지난 9일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는 "오스트리아가 혼돈과 교착 상태에 빠지는 것을 그냥 두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하며 사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2살에 정계에 입문한 뒤 정치판을 휘어잡아 '원더보이'로 불렸던 그가 불명예 퇴진한 건 최근 터진 부패 스캔들 때문입니다.
쿠르츠 총리는 외무장관 시절부터 총리가 된 이후인 2016∼2018년 사이 자신에게 호의적인 보도를 해달라며 한 신문사에 광고비 명목으로 재무부 자금을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검찰은 이미 지난 6일 총리실과 재무부, 국민당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쿠르츠 총리는 수사가 본격화하자 코로나 대유행 상황 등을 고려해 스스로 총리직을 사임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국가 지도자가 된 그의 정치 경력은 누구보다 화려했습니다.
1986년 8월생인 그는 22세인 2009년 국민당 청년위원장을 맡으며 정치 무대에 데뷔했습니다.
그후 2년 만인 2011년 내각에 입각한 뒤 내무·외교·국방·재무 등 10개 부처 장관직을 역임했습니다.
그는 극우 정당인 자유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하며 난민 밀입국 폐쇄, 난민 복지 축소 등 반난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쿠르츠 총리는 중도 우파 정당인 국민당 입장에선 파격적이었던 이 정책으로 우파 지지자들을 결집했고, 불과 5개월 만에 당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강한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그는 독일어로 능력자를 뜻하는 '분더부치(Wunderwuzzi)'란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총리 취임 당시 그는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오스트리아 극우 정치인 외르크 하이더 이후 가장 대중적인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국민당과 자유당 연립 정부는 극우 정치인들의 잇따른 스캔들에 흔들리다가 자유당 소속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의 부패 스캔들로 해산했습니다.
쿠르츠 총리는 이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승리하고 녹색당과 손을 잡으면서 2020년 만 33살의 나이로 다시 한번 총리에 올라 '선거의 귀재'란 명성을 입증했습니다.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연립 정부 인사의 부패 스캔들에 시달렸던 그는 자신 역시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며 두 번째 임기를 2년도 채우지 못한 채 낙마하게 됐습니다.
그는 사임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후임으로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외무장관을 거론했습니다.
그러나 쿠르츠의 최측근인 그가 총리에 오를 경우 쿠르츠가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불름버그 통신은 전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정치 분석가인 토마스 호퍼는 "(쿠르츠 총리의 사임 발표는) 겉으로는 한 발 물러선 것이지만, 샬렌베르크는 그와 매우 가까운 동맹"이라고 말했습니다.
샬렌베르크 장관을 후임 총리로 받아들일지는 야당과 함께 총리 교체를 요구한 녹색당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앞서 국민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한 녹색당 소속 베르너 코글러 부총리는 지난 8일 쿠르츠 총리를 대신할 흠결 없는 인물을 후임자로 지명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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