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ow] '좋아요' 버튼이 독? 페이스북 창사 이래 최대 위기

<17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 맞은 페이스북>

얼마 전, 뉴욕타임스와 CNN, CBS 등 미국의 17개 유력 언론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똑같은 내용의 시리즈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치열한 취재 경쟁을 벌이는 언론사들이 특정 사안을 두고 연합전선을 구축해 공동 보도를 이어간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들의 집중 포화 대상이 된 건 바로 '페이스북'.

시작은 페이스북의 전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건이 내부 문건인 '페이스북 페이퍼'를 미 증권거래위원회와 하원에 제출하면서 내부고발자로 나서면서 부터입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출석한 프랜시스 하우건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 [사진제공: 연합뉴스]

< '증오' 부추겨 장사하는 페이스북? >

"페이스북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분노와 증오다."

내부고발자로 나선 하우건은 지난 25일 온라인 콘텐츠 단속 법안을 검토하는 영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페이스북이 조회 수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이용자들을 극단으로 몰아넣고 증오를 부채질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은 세상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수익성을 우선시한다며 "이 시스템이 충분히 안전한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보장하기 위한 최고위층의 의지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하우건이 하원에 제출한 1000페이지의 내부 문건엔 페이스북의 어두운 이면이 적나라하게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언론사들이 한 달 여간 문건에 대한 검증과 취재를 거쳐 공개한 내용을 보면, 페이스북은 마약 유통이나 인신매매 등에 악용되는 것을 2018년부터 알고 있었지만 제 때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유명인의 인종 혐오 발언이나 가짜 뉴스 게시물을 방치했고, 청소년의 자살률을 높이는 특정 게시물도 삭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외 사례도 폭로됐습니다.

CNN은 최근 1년간 격렬한 내전이 벌어진 에티오피아에서 페이스북이 폭력 사태를 부추기는 게시물 확산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3월 잔혹 행위를 일삼은 민병대가 페이스북을 이용해 무력 충돌을 조장하고 자금을 모으는 걸 발견했지만, 이를 관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특히 '좋아요' 누르기나 공유하기 같은 핵심 기능이 유해 콘텐츠를 증폭한다는 사실을 각종 실험을 통해 반복적으로 발견하고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언론사들의 계속되는 보도에 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와 의회 청문회, 피해자들의 소송까지 예고되면서 페이스북은 2004년 창사 이래 17년 만의 최대 위기에 처했습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 왜 우리만 갖고 그래‥매출은 증가 >

페이스북은 언론이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맞섰습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언론사들이 유출된 서류를 선택적으로 이용해 우리 회사에 잘못된 이미지를 덧씌우려 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표했습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페이퍼'는 문제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며, 오히려 페이스북에만 국한되지 않은 수많은 문제를 개선하고자 토론하고, 연구하는 열린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페이퍼에 드러난 문제들은 페이스북 자체의 힘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미 상원 소비자보호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은 "페이스북 경영진은 만성적 경고를 무시하고, 사람보다 이익을 중시했다"며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을 착취하는 행동을 멈추지 않을 듯하다"고 비난했습니다.

CNN은 "투자자와 국회의원, 광고주, 사용자가 점점 더 페이스북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미 문화전문잡지 ‘배니티페어’는 "누군가는 저커버그에게 ‘당신 이름을 검색해 보지 말라’고 조언해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습니다.

하지만 거센 비판과 논란에도 페이스북은 3분기(7∼9월)에 매출액 290억1000만 달러, 순이익 92억 달러의 실적을 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35%, 순이익은 17% 증가한 수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