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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진의 세계는] '글래스고 회의'는 인류에 희망을 줄 수 있을까?

[권희진의 세계는] '글래스고 회의'는 인류에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입력 2021-11-01 14:14 | 수정 2021-11-0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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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희진의 세계는] '글래스고 회의'는 인류에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사진 제공:연합뉴스]

    극단적 홍수, 폭염은 이제 '정상적인 기후'

    지금 인류가 겪고 있는 '이상 기후'는 이제 '정상 기후'라는 세계기상기구(WMO)의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이 보고서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 맞춰 나왔는데, 올여름 북미 대륙의 기록적인 폭염, 독일 등 유럽의 대규모 홍수, 54.4℃까지 치솟은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등 인류가 처음으로 접하기 시작한 이상 기온이 이제 고착화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기온은 1도 정도 올랐는데, 이 정도면 바다에서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1초마다 1.5개씩 폭발하는 것과 같은 에너지가 쌓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바닷속에 저장된 엄청난 에너지가 서서히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극단적인 기후변화가 나타나게 된다는 거죠.
    [권희진의 세계는] '글래스고 회의'는 인류에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사진 제공:연합뉴스]

    전 세계 해수면 상승도 심각합니다.

    해수면은 1993년부터 2002년까지 매년 2.1㎜ 상승했는데, 2013년부터 올해까지 상승폭은 과거 10년 동안의 두 배가 넘는 4.4㎜로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2100년에는 해수면이 2m를 넘게 높아져서 전 세계 6억 3천만 인구가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2015년 채택된 파리기후협정에서, 국제사회는 이런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앙을 막기 위해 각국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2100년까지 2℃ 이내, 가능하다면 1.5℃ 이하로 유지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권희진의 세계는] '글래스고 회의'는 인류에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 개막 [사진 제공:연합뉴스]

    '글래스고 기후변화 회의'가 결정할 인류의 미래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 그러니까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파리협약 당시 192개국이 내놓은 감축 계획을 따르더라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이 줄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16% 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죠.

    이런 추세라면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이 2.7도까지 상승하게 돼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게 될 거라고 합니다.

    각국이 더 강력해진 '탄소저감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겁니다.

    파리협약에서 '지구 온도 상승폭 1.5도 이하 유지'를 약속했다고 했는데, '1.5도'는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협의체', IPCC가 '인류의 안전과 생태계 보전'의 한계선으로 제시한 수치입니다.

    지구 온도의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묶어두는 것에 인류의 생존이 달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래스고 기후협의'에서 '1.5도', 안되더라도 '2도'까지는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각 국가들이 탄소배출량을 줄일 더 강화된 방법을 찾아 합의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회의에 '인류의 미래'가 달렸다는 말이 나오는 거죠.

    '1.5도'를 지키려면 앞으로 8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데, 지금까지를 보면 7배를 더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에너지 위기'인데 석탄, 석유 사용 줄이자고?

    결국 지금보다도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일 획기적인 대책을 각국이 내놓아야 하는 상황인데, 하필이면
    이 시점에서 전 지구가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죠.
    [권희진의 세계는] '글래스고 회의'는 인류에 희망을 줄 수 있을까?
    탄소 배출 1위 중국은 북한으로부터의 전력 수입을 1년 전보다 60%나 늘릴 정도로 극심한 전력난을 겪으면서 가뜩이나 큰 석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서유럽의 천연가스값이 폭등하면서 유럽에 가스를 대다시피하는 러시아는 지금 천연가스를 무기로 유럽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 1위 중국 시진핑 주석과 4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이번 글래스고 회의에 오지도 않았습니다.

    기후변화로 풍력, 수력 발전이 저조해 석탄 등 탄소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어느 때보다도 커진 상황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협의를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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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갈등'까지 악영향

    여기에 미중 갈등도 기후 협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태양광 패널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은 대부분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되는데, 이 지역 소수 민족에 대한 중국의 강제 노동이 문제가 됐습니다.

    여기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국제 여론이 일었고, 미국은 실제로 지난 6월 인권 탄압을 이유로 신장 지역 풀리실리콘 업체 5곳을 상대로 수입, 수출 금지 조치를 합니다.

    중국은 당연히 반발합니다.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테니 신장·위구르, 대만·홍콩 문제, 무역 마찰 등 미국과 첨예하게 맞서는 영역에서 미국이 좀 물러서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죠.

    이런 중국의 태도에 대해 미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협력은 '중국이 미국에 호의를 베푸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거래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글래스고 회의'가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이번 글래스고 회의의 알록 샤르마 의장은 '인류의 석탄 사용을 점진적으로 없애자는 합의'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권희진의 세계는] '글래스고 회의'는 인류에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인도 아메다바드의 석탄화력발전소 [사진 제공:연합뉴스]

    그런데 탄소 배출 세계 3위인 인도는 에너지 생산량의 70%를 석탄에 의존합니다.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 연료 사용을 금지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중국, 러시아, 호주, 사우디 등이 강하게 반발합니다.

    이런 나라들은 화석 연료 생산이 국가 경제를 좌우하죠.

    게다가 경제성장을 해야 하는 다른 개도국들 입장에선 이제 막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자국의 피해를 감수하며 탄소 배출 줄이자는 전 지구적 목표에 동참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성장 과정에서 탄소를 뿜어내고는 내 차례가 됐는데 이제 와서 함께 줄이자고 하는 셈이니까요.

    이 때문에 일종의 보상책으로 개도국의 산업구조 개편 등에 선진국들이 매년 100조 원 정도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게 제대로 된 적은 없습니다.

    2017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하면서 이마저도 유야무야되기도 했죠.

    게다가 코로나19가 국가 간 빈부격차를 더 벌리면서, 빈국과 부국 간의 불신은 더욱 커지기도 했습니다.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이번 글래스고 기후회의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의장국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 미국의 존 케리 기후특별대사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이미 내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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