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바이러스가 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한때 퍼졌지만, 직접 인간의 뇌세포를 감염시키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지시간 3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벨기에와 독일 등 연구진 29명은 생물학 저널 셀(Cell)에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뇌세포는 커녕 뇌로 향하는 초기 지점인 후각 신경세포조차도 감염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몸속에 진입한 바이러스는 콧속 점막에 도달하게 되는데, 점막 내부에는 냄새 정보를 담당하는 후각 신경세포가 이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지지세포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가운데 후각 신경세포가 감염돼 바이러스가 후신경구를 통과한다면 이론적으로 뇌세포 감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후신경구는 코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직접 수용하는 뇌 영역이자 연결점으로, 바이러스가 이 지점을 지나면 뇌의 다른 영역으로 퍼져 지속적 손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애초에 콧속 점막 내부의 지지세포만 감염하고, 신경세포는 감염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하는 세포가 지지세포뿐인 까닭에 뇌에 가해지는 손상도 덜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부작용의 전형적인 증상인 후각 장애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가디언은 평가했습니다.
연구를 수행한 독일 막스 프랑크 연구소 신경조직연구센터장인 피터 몸바트는 후각 장애를 두고 "후각 신경세포가 감염되진 않았지만, 이를 지지해주는 세포가 파괴된 결과일 수 있다"며 "지지세포가 재생할 때까지 후각 신경세포는 기능이 떨어진 채로 있거나 기능을 멈추어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가 뇌 등 중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과연 뇌세포나 신경세포를 직접적으로 감염시키는 방식인지, 혈내 염증 반증 등을 일으켜 뇌를 자극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이뤄지는지는 규명되지 않았었습니다.
한편 가디언은 이번 연구가 샘플 규모와 엄밀성 등 방법론 차원에서 동물, 줄기세포 등을 대상으로 했던 앞선 연구와 차별화된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사망한 지 한 시간이 안 된 코로나19 확진자 30명의 콧속 점막과 후신경구에서 일부 조직을 떼어내는 수술을 통해 샘플을 확보했습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신경생물학자인 스튜어트 파이어슈타인은 "의심할 여지 없이 코로나19 관련 연구 중 사후 콧속 조직에 대해 가장 철저히 수행된 연구"라고 호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파이어슈타인은 연구가 어떻게 코로나19가 후각 장애를 유발하는지 가르쳐주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연구진이 감염된 지지세포 인근에 있는 후각 신경세포와 그렇지 않은 신경세포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연구진은 후각 장애 관련된 연구에 집중했으며, '브레인 포그'(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되는 증상) 등 코로나19가 수반하는 여타 신경계 관련 증상에 대해서는 살피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