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 난민 수천명…벨라루스 기획설?
유럽으로 향하려는 대규모 중동 이주민들을 두고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돌고 있습니다.
폴란드와 서방 국가들은 벨라루스가 유럽에 타격을 주고자 이들 이주자의 유럽행을 기획했다는 의혹을 보내고 있습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최근 벨라루스에서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진입하려는 이주민 수백명을 내쫓았습니다.
폴란드 국방부는 경찰과 군인을 동원해 대규모 이주민의 초기 진입 시도를 일단 차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긴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폴란드 국경경비대가 트위터에 게시한 동영상을 보면 철조망을 끊고 국경을 넘으려는 이주민과 폴란드 병력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폴란드 정부는 벨라루스 접경인 쿠즈니차 지역에 이주민 수천명이 유럽행을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폴란드 국방부는 벨라루스 당국이 이 지역에 이주민 캠프를 차리고 이주자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난민을 포함한 이들 이주민의 대다수는 전쟁과 빈곤을 피해 이라크 등에서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로 건너온 이들입니다.
이들은 EU 회원국인 폴란드를 통해 EU에 들어온 뒤 유럽 선진국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벨라루스가 기획한 '하이브리드 위협'"
폴란드, 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이번 사태를 벨라루스가 기획한 `하이브리드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하이브리드 위협은 군사력 사용을 자제해 공격주체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공격 의도를 숨기면서 타격을 가하는 전략입니다.
표트르 뮐러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가까운 시일에 국경에서 이런 종류의 행동이 심해질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무장"이라고 말했습니다.
EU는 벨라루스가 자국을 겨냥한 EU 제재에 보복하려고 이주민들의 유럽행을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반체제인사 체포를 위해 자국 영공을 지나던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켰다가 지난 6월 EU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은 바 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주민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벨라루스에 이주민을 실어나르는 제3국 항공사를 제재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벨라루스는 이라크 등 중동국가들에서 이주민들을 자국에 데려오려고 특별 비자를 발급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서방 안보동맹인 나토도 러시아에 친화적인 벨라루스가 이주민을 이용해 EU를 위협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국도 벨라루스가 이주민 유입을 기획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취약한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이주민들이 국경을 넘도록 냉담하고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도운 루카셴코 체제의 행위를 미국은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벨라루스는 국제사회가 난민들을 도와야 한다며 서방이 제기하는 이 같은 비판을 일축했습니다.
안톤 비치코프스키 벨라루스 국경관리 당국자는 자국 BeITA 통신 인터뷰에서 "여성, 어린이를 포함해 이들 누구도 안보 위협이 아니고 공격적으로 행동하지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난민들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인권을 준수하지 않는 폴란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고 폴란드의 강제 추방을 피하기 위해 대규모로 집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난민 위기는 서방 책임"
러시아까지 이번 난민 위기에 대해 참견하고 나섰습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 모든 문제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누구 때문에 일어나는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난민 위기 해결에 대한 주요 책임은 이같은 위기가 발생하게 된 조건을 만든 이들(서방)에게 있다"고 서방을 겨냥했습니다.
라브로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EU 국가들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이 오랜 기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상대로 추진한 정책이 문제의 근원"이라면서 "서방은 이 국가들에 서방식 민주주의, 스스로 해석하는 방식의 민주주의를 강요하려 시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서방식 민주주의를 심으려 시도한 소위 서방의 `아랍의 봄` 정책이 해당 지역의 정치적 혼란과 대규모 난민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라브로프는 "난민들은 벨라루스에 머물고 싶어하지 않고 유럽으로 가고 싶어한다"며 "유럽이 자신들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러시아, 전략폭격기 띄워 무력시위
러시아는 벨라루스 영공에 전략 폭격기를 투입해 두 나라의 동맹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더타임스 등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장거리 초음속 폭격기 투폴레프 Tu-22M3 2기가 벨라루스 영공을 초계 비행하고, 러시아-벨라루스 연합국가(Union State)의 방공 체계를 점검했다고 밝혔습니다.
폭격기는 비행을 마친 후 러시아 공군기지로 복귀했습니다.
벨라루스 통한 EU 국가 입국 시도 계속 증가
최근 몇 개월 동안 벨라루스를 통해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의 EU 국가로 입국을 시도하는 난민은 계속해 증가해 왔습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3만 명 이상이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을 불법으로 넘으려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폴란드 측에 따르면 벨라루스에는 현재 모두 1만4천 명 정도의 불법 난민들이 체류하고 있으며, 벨라루스 당국은 이들을 폴란드로 강제로 내보내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난민 유입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타스 통신은 폴란드가 국경 수비 병력을 지속해서 늘려 현재 1만2천 명 정도의 군인이 해당 국경에 배치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난민 상대 EU행 망명패키지까지 판매"
벨라루스 정부가 운영하는 여행사가 유럽연합(EU) 행을 원하는 난민들을 상대로 거액을 받고 망명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독일 포쿠스온라인에 따르면 벨라루스 정부가 운영하는 최대 여행사인 센트르쿠어오르트(Centrkurort)는 난민들을 상대로 벨라루스행 항공권과 폴란드 국경까지 안내서비스를 묶어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라크 출신 난민들을 주력으로 했지만, 이제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난민들을 벨라루스의 수도인 민스크로 실어나르고 있습니다.
폴란드 당국에 따르면 벨라루스는 이를 통해 수천만 달러, 우리 돈 수백억원을 벌어들이고 있고, 이중 상당 부분은 센트르쿠어오르트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독일 언론은 전했습니다.
민스크에 도착한 난민들은 1인당 5천유로(약 682만원)를 내면 조직적으로 안내를 받아 폴란드 국경으로 보내집니다.
벨라루스 항공사인 벨라비아는 민스크로 항공편을 급격히 늘렸습니다.
터키의 터키항공과 러시아의 아에로플로트, 소규모 저가항공사를 통해서 하루 천여 명의 난민이 민스크에 도착하고 있다고 포커스 온라인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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