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성 소수자 전용 나이트클럽이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아 폐업을 면했습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파리시의회는 경영난 탓에 업종을 전환할 위기에 처한 나이트클럽 `르 탕고`(Le Tango)를 시 자금 670만 유로, 우리 돈 약 91억 원을 들여 사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시의회 관계자는 "당국이 개입하지 않고는 `르 탕고`가 슈퍼마켓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파리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내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파리 성 소수자의 중심지로 꼽히는 센강 우안 마레 지구에 있는 `르 탕고`는 1997년 한 동성애 활동가가 건물주와 손잡고 문을 열었습니다.
다양한 춤과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사교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이 클럽이 입주한 건물은 18세기에는 저녁에 쇼를 공연하고, 19세기에는 아코디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무도장, 20세기에는 카리브풍의 디스코텍으로 사용돼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영업하지 못한 탓에 빚이 쌓이자 `르 탕고`의 공동 창립자이자 클럽이 입주한 건물의 주인은 아파트 8채가 함께 들어선 해당 건물을 통으로 시장에 내놨습니다.
이후 이 건물을 슈퍼마켓으로 바꾸려는 구상을 포함해 여러 건의 매입 제안이 몰리자 파리시는 발 빠른 매수에 나섰습니다.
파리시는 건물에 입주해 있던 아파트는 공영주택으로 바꾸고, `르 탕고`에는 성 소수자 클럽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을 조건으로 대폭 할인된 임대료를 제시하기로 했습니다. 좌파는 물론 야당인 우파 시의원까지 광범위한 지지를 얻은 파리시의 이번 결정은 마레 지구의 급속한 상업화에 대한 논란과 맞물린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지적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성 소수자 공동체의 중심지이자 파리의 문화적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던 마레 지구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숙박시설 등의 확산 속에 최근 관광지역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더타임스는 은행과 원자력 발전소 운영사 등에 투입되던 공적자금이 성 소수자 나이트클럽을 살리는 데 쓰이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세계
신정연
[World Now] 파리 '성소수자 클럽', 공적자금 지원받아 기사회생
[World Now] 파리 '성소수자 클럽', 공적자금 지원받아 기사회생
입력 2021-11-11 11:02 |
수정 2021-11-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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