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투아니아에서 훈련 중인 나토 소속 독일군 [사진 제공: 연합뉴스]
그간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력에 안보를 의존했지만 EU 자체로 합동 전력을 보유해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변화가 감지됩니다.
EU 회원국 외무장관과 국방장관은 현지시간 15∼16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유럽군 창설과 운용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EU 집행위원회 보안 문서에 따르면 EU는 2025년까지 병력 5천명 규모의 유럽 합동군을 창설할 계획입니다.
유럽 합동군 창설 계획 초안은 육군, 해군, 공군력을 모두 포함하는 `신속대응군`이 적대적인 환경에서 구조 및 대피, 또는 안정화 작전과 같은 모든 범위의 군사적 위기관리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특히 군수품 보급, 장거리 공중 수송, 작전 통제 등 독자적인 작전 능력을 보유하는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전략적 나침반`이라고 명명된 유럽군 창설안은 프랑스가 EU 의장국이 되는 내년 3월에 최종안이 승인될 예정입니다.
유럽군 창설안이 확정되면 EU는 2023년부터 정기적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할 계획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무기체계 증강과 군사 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약 60개의 합동 군사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렐 대표는 EU 회원국이 공동의 `전략 자산`과 `전략적 행위 능력`을 제공할 필요성에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U은 1990년대 후반부터 자체 방위기구 창설을 추진했습니다.
EU 회원국은 5만∼6만명 규모의 합동군 창설 계획에 합의하기도 했으나 비용 문제 등으로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같은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 정책에 더는 휘둘릴 수 없다는 인식으로 유럽군 창설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띠게 됐습니다.
미국·영국·호주의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 출범으로 미국에 대한 EU 회원국의 불만이 커진 것도 이번 논의의 배경입니다.
호주는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하는 안보 동맹에 따라 미국, 영국의 지원으로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기로 했는데 이는 앞서 프랑스 업체와 맺은 56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계약이 파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동맹에 배신당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항의 표시로 미국 주재 대사를 한때 불러들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 EU가 경제통합에 이어 정치통합을 완성하려면 정치적 통일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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