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등재된 'iel' 단어에 프랑스 '시끌'
프랑스에서 발간되는 대표적 사전 중 하나인 '르 프티 로베르'(Le Petit Robert)에 'iel'이란 새로운 단어가 등재되면서 프랑스가 시끌시끌합니다.
이 단어의 뜻이 무엇이기에 그런 걸까요?
'iel'은 프랑스어 남녀 대명사인 'il'(그)과 'elle'(그녀)을 융합한 중성 인칭 대명사입니다.
즉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제3의 성'을 대변하는 중성 인칭 대명사가 사전에 추가된 겁니다.
현지시간 18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르 프티 로베르는 지난달 온라인판 사전에 이 단어를 새로 실었습니다.
'iel' 젊은층 중심 사용‥"프랑스어 오염"?
iel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용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아직 폭넓게 쓰인다고 보기는 어려운 단어입니다.
그런 단어가 권위 있는 사전에 실린 것과 관련해 프랑스 현지에선 정치인들마저 나서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주요 문화유산인 프랑스어가 외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오염되는 징후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장미셸 블랑케르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17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포용적 글은 프랑스어의 미래가 아니다"라면서 사전 등재 여부와 무관하게 학생들은 iel을 타당한 표현으로 써선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데올로기적 침투"‥한림원 개입 요구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속한 '전진하는 공화국'(LREM) 소속 하원의원인 프랑수아 졸리베는 프랑스의 국립국어원 격인 프랑스 한림원의 개입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프랑스 한림원에 보낸 서한에서 "(르 프티 로베르의) 독단적 행동은 우리 공용어의 권위와 영향력을 약화하는 명백한 이데올로기적 침투"라고 말했습니다.
남녀가 아닌 중성 인칭 대명사를 새로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 미국식 '워크'(woke·정치적으로 깨어 있기)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결과란 주장입니다.
"사회적으로 용인된 단어‥무슨 문제?"
하지만, 중성 인칭 대명사 도입을 지지해 온 프랑스어 사용자들은 실제로 쓰이는 용어가 사전에 등재된 것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맞섰습니다.
박사과정 학생 도라 시몽 클로드는 "사전에 iel이란 대명사가 등재된 것은 해당 단어가 (사회적으로) 완전히 용인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는 보수적 위치에 틀어박혀 프랑스어 사용자들을 무시하고 조롱해 온 프랑스 한림원에 대항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르 프티 로베르의 샤를 뱅브네 편집총국장은 논란이 일자 iel을 실은 것은 해당 단어가 쓰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활용이 늘고 있는 iel이란 용어의 의미를 알리고 설명하는 데 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앞서 프랑스 한림원은 2017년 프랑스어를 성 중립적 언어로 바꾸려는 시도가 프랑스어를 "거의 알아듣기 힘든 수준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이질적 표현들로 분열된 언어"로 변질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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