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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진의 세계는] 중국의 호주 때리기‥되로 주고 말로 받았나?

[권희진의 세계는] 중국의 호주 때리기‥되로 주고 말로 받았나?
입력 2021-11-23 11:05 | 수정 2021-11-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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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희진의 세계는] 중국의 호주 때리기‥되로 주고 말로 받았나?

    글로벌 타임스 캡처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발끈한 중국의 보복>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하던 대유행 초기인 작년 4월이었습니다.

    호주 정부가 코로나19의 발원지를 독립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나섭니다.

    중국은 발끈했고, 일주일 뒤 곧바로 호주산 물품의 수입 규제로 보복을 시작했습니다.

    호주산 보리에 엄청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쇠고기, 와인같은 품목의 관세를 올리는가 하면 밀, 랍스터, 설탕, 구리, 목재 등의 수입도 틀어막았습니다.

    중국의 업자들은 호주산 석탄과 면화를 수입하지 말라고 지시받거나 호주산 액화가스를 구입하지 말라는 정부의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호주의 전체 수출 가운데 40%가 중국에 집중됩니다.

    이 때문에 중국과 호주의 서로에 대한 의존도는 그만큼 컸고 지난 수십년동안 경제적 이익을 공유해왔습니다.

    그랬던 호주가 코로나19 조사 운운하니 중국이 혼쭐을 내주겠다고 나섰던 거죠.

    중국은 사실 외교적 분쟁이 있을 때 자국의 막대한 내수 시장을 상대방을 압박하는 무기로 즐겨 사용해왔습니다.

    사드 배치를 이유로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던 일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노르웨이 연어나 대만 파인애플 같은 식으로 일부 품목의 수입을 제한하는 식으로 상대국에 경고를 한 적은 있었어도 이처럼 작정하고 전방위적 수입규제를 한 나라에 대한 보복의 수단으로 사용한 적은 없었습니다.

    중국의 무역 압박은 사실상 호주에 대한 '선전 포고'나 다름 없는 일이었죠.

    그러면서도 중국은 주요 수입품인 철광석에 대해선 수입 규제를 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철강산업은 호주산 철광석 없이는 존속이 어려우니까요.
    [권희진의 세계는] 중국의 호주 때리기‥되로 주고 말로 받았나?

    중국 항만에서 하역되는 호주산 석탄 [로이터통신 발행 사진 캡처]

    <중국의 '호주 때리기'..결과는?>

    그렇다면 중국의 이런 '호주 때리기'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뒤 중국은 러시아와 인도네시아산 석탄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이렇게되자 인도와 일본, 한국 등은 다른 석탄 공급처가 필요해졌고, 이 부분을 호주산 석탄이 메우게 됐습니다.

    중국의 호주산 석탄 수입금지는 이런 식으로 국제 석탄 시장을 뒤흔들면서 공급망을 교란했고 결국 석탄값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여기에 에너지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석탄값은 폭등했고, 잘 알려진대로 폭등한 석탄값은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중국의 전력 대란을 초래했죠.

    그리고 결론적으로 석탄값은 올라 호주의 이익은 더 늘어 중국의 기대와는 정반대가 됐습니다.

    게다가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조치가 부메랑처럼 중국의 전력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 것이죠.

    호주산 석탄이 중국이 아닌 다른 수출국을 찾았듯 중국으로의 판로가 막힌 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동남아시아로 갔고, 구리는 일본과 유럽으로, 면화는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으로 수출로를 틀었습니다.

    호주는 이런 식으로 중국에 치중됐던 교역 상대를 다변화했고, 쇠고기와 랍스터 같은 품목은 우회 수출로를 찾아냈습니다.

    그 결과 처음엔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중국의 '무역 공격'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권희진의 세계는] 중국의 호주 때리기‥되로 주고 말로 받았나?

    [사진 제공: 연합뉴스] 왼쪽부터 모리슨 호주 총리, 바이든 미 대통령, 존슨 영국 총리

    <'무역공격'의 나비효과..호주의 핵잠수함도입>

    수입 규제를 통한 중국의 이런 심한 압박은 호주가 태평양에서의 안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중국은 어떤 행동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그래서 결국 중국의 위협에 맞서 군사력을 확충해야할 필요를 강하게 느끼게 된 것이죠.

    '중국의 호주 때리기'는 호주가 쿼드 참여를 강화하고, 오커스(AUKUS)를 결성해 미국 주도의 안보 우산 아래로 들어가는 확실한 '중국 포기'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된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과 호주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호주는 프랑스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미국의 핵잠수함을 도입했죠.

    당연히 예상되는 프랑스와의 외교적 문제는 후순위가 될 정도로 호주가 중국으로부터 느끼는 위협도 컸고, 이를 미국이 효과적으로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무역 보복은 오히려 중국에 대한 미국 주도 포위망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한 셈이 됐습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 낮추기..이제는 가능할까?>

    호주의 사례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게 지금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요소 수입의 거의 전량을 중국에 의존하다 곤경에 빠진 우리 처지에서 보면 더 그렇죠.

    물론 호주의 주요 수출 품목은 수요 폭발로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라는 특징이 있긴 합니다.

    이런 원자재 품목들은 많은 나라의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이어서 기술 위주의 제조업 생산품에 비해선 손쉽게 대체 판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나라가 호주와 같은 전략을 쓸 수는 없겠지만 중국에게 비슷한 '무역 압박'으로 봉변을 당했던 나라들은 중국에 대한 호주의 반격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수입이든 수출이든 '중국에 대한 절대적 의존도'를 어떻게든 분산할 필요를 다들 느끼고 있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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