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ow] '국경 통제' 이미 늦었다?‥"오미크론 널리 퍼졌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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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이미 널리 퍼졌을 수도"

코로나19의 새 변이 오미크론이 우려 변이로 지정되자마자 세계 각국이 여행 제한 조치를 하고 있는 가운데, 국경 통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미크론이 알려지고 국경을 통제한 시점 이전에 이미 여러 대륙으로 광범위하게 전파됐을 수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지시간 29일 미국 CNN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여행 제한 조치를 발표한 국가는 최소 70개국에 이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새 변이의 존재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 지 몇 시간 만인 25일부터 남아프리카발 입국자를 금지하는 조치가 나왔습니다.

오미크론의 위험도와 심각성이 파악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유입을 막아 보겠다는 겁니다.

독일의 공중보건 전문가인 칼 라우터바흐는 트위터에 "우리는 시간을 벌 필요가 있다. 새 변이가 유행하는 것보다 최악은 없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처가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첫 출현 후 WHO 보고까지 '17일' 공백

오미크론은 남아공 연구진이 그 존재를 발견해 24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하면서 전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나 올여름 델타 변이 발견에 비하면 '조기 발견'이란 국제사회의 호평이 나오지만 따져보면 첫 출현 후 WHO 보고까지 약 2주간의 공백이 있었습니다.

남아공 과학자들은 이달 9일 보츠와나에서 첫 표본을 채취한 뒤 이를 분석해 새 변이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남아공 보건당국이 WHO에 보고한 것은 24일.

WHO는 26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새 변이를 '우려 변이'로 지정하고 오미크론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WHO의 발표에 각국이 남아공을 비롯한 남아프리카 지역 국가에 대해 서둘러 입국 금지를 밝혔습니다.

남아공 과학자들이 표본을 처음 채취한 지 17일 만이었습니다.

남아공 공항 바닥에 앉아 탑승 가능 항공편 찾는 여행객 2021.11.29 [사진 제공: 연합뉴스]

"오미크론 감염자 이동 가능성 있어"

남아공의 하루 확진자수는 이달 들어 200명 안팎을 유지하다 17일부터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해 24일 1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남아공의 하우텡 지역에서 감염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남아공 보건 당국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따라서 각국이 남아프리카발 입국자를 막기 시작한 26일 이전부터 남아공에선 이미 오미크론 감염자가 증가했고, 잠복기를 고려하면 아프리카는 물론 여러 대륙으로 감염자가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시기적으로 상대적으로 의료 기술이 뛰어난 남아공에서 먼저 찾아낸 것일 뿐 이미 아프리카 대륙에서 전파된 변이를 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남아프리카발 감염 아닌 사례 속출

항공편이 끊긴 남아프리카를 다녀오지 않았는데도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28일 캐나다에서 오미크론 감염 판정을 받은 2명은 최근 나이지리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중부에 위치해 이미 아프리카 전반에 전파된 것 아니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에서는 프로축구단 선수와 직원 등 13명이 집단으로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습니다.

이 중 선수 1명만 최근 남아공에 다녀왔기 때문에 당국은 지역 감염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입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날 6명이 오미크론 변이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이 중 일부는 남아프리카를 여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스코틀랜드 당국자는 "오미크론이 지역에서 퍼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여행 금지령' 이미 늦었다?

니콜 이렛 미 워싱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여행 금지령을 내릴 정도로 충분한 정보를 가질 때쯤이면 이미 늦었을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오미크론은 이미 다른 대륙에서 발견되고 있고 여행금지는 이론적으로는 시간을 벌 수 있겠지만, 며칠에서 몇 주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미크론을 판별하려면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야 하는데 현재 검출된 사례가 확진자 전수 조사가 아니어서 알려진 실제 오미크론 감염자는 훨씬 많을 수도 있습니다.

WP에 따르면 남아공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이 분석된 표본은 누적 확진자의 0.8%에 그칩니다.

남아공을 제외하면 아프리카에서 염기서열 분석 표본이 되지 않는 나라도 다수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파편화된 대응들이 오미크론에 맞서는 글로벌 투쟁을 방해한다"고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