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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 프랑스 판·검사들 법복 입고 길거리 시위나선 까닭은?

[World Now] 프랑스 판·검사들 법복 입고 길거리 시위나선 까닭은?
입력 2021-12-17 10:11 | 수정 2021-12-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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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Now] 프랑스 판·검사들 법복 입고 길거리 시위나선 까닭은?

    프랑스 니스 법원 앞에서 열린 법조인 시위 [사진 제공:연합뉴스]

    판·검사 수천명 법복 입고 거리로 나와

    현지시간 15일 수천 명의 프랑스 판사·검사들이 법복을 입은 채로 파리 도심을 행진하며 사법부에 대한 예산 증액과 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전례 없는 파업 시위를 벌였습니다.

    법원 공무원 노조가 주도한 이번 파업 시위에는 변호사 단체도 참여했습니다.

    파리뿐 아니라 리옹, 렌, 스타라스부르, 니스 등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은 전했습니다.

    격무 시달리던 판사 스스로 목숨 끊어

    이번 시위는 지난 8월 프랑스 북부 노르파드칼레 법원의 판사 샤를로트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그의 동료 판사 9명은 지난달 23일 르몽드에 샤를로트와 같은 고통을 겪는 판사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한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이들은 판사 3천여 명이 연서한 기고문에서 "어떤 판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쉬지 않고 50건의 재판을 소화하느라 몇 시간을 기다린 사람들의 얘기를 단 7분밖에 들어줄 수 없다”며 “모든 것을 숫자로만 따지고 얘기를 듣지 못하는 정의를 더는 원치 않는다"고 썼습니다.
    [World Now] 프랑스 판·검사들 법복 입고 길거리 시위나선 까닭은?

    파리 재정경제부 청사 앞에서 열린 시위 [사진 제공:연합뉴스]

    판결문 작성에 고작 7분‥"좋은 판결 내릴 수 없어"

    파리 재정경제부 청사 앞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민사 담당 판사 피에르는 "재판 하나마다 검토해야 할 파일이 60~70건에 이르지만, 실제로 한 재판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몇 분 되지 않는다"며 "어떨 때는 판결문 하나를 쓰는 데 7~9분밖에 걸리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리 법원에서 근무하는 판사 마리 로르는 밤 10시를 넘겨 일하는 날이 부지기수라며 "이런 환경에서 좋은 판결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크레테이유 가정법원 판사 에밀리는 "서랍에서 한 파일을 처리하면 새로운 파일이 또 들어온다"면서 "마치 밑 빠진 욕조에 계속 물을 붓는 기분"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검사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더타임스는 "검사들은 업무량이 너무 많아 조사를 서둘러야 할 때가 많다고 한다"며 "그럼에도 사건이 재판까지 가는 데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World Now] 프랑스 판·검사들 법복 입고 길거리 시위나선 까닭은?
    과도한 업무량으로 '과다출혈' 상태‥야간 재판도

    법원 공무원 노조는 이번 시위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사법 체계는 지나친 업무량으로 인해 과다 출혈 상태"라며 "지금 이 상태로는 시민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일과 시간에 재판을 다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재판의 30%는 야간에 진행되며, 자정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국민 10만 명당 판사가 11명 꼴로 24명인 독일이나 EU 평균인 18명에 크게 못 미칩니다.

    프랑스 판사 노조는 상위권 국가와 어깨를 견주려면 판사와 서기 숫자를 배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해왔습니다.

    프랑스 법무부는 최근 2년간 예산이 8% 늘었다고 밝혔지만 이 예산은 법원 대신 교도소 등으로 들어갔다고 판사들은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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