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세계
기자이미지 권희진

[권희진의 세계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시작됐나?

[권희진의 세계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시작됐나?
입력 2021-12-24 09:46 | 수정 2021-12-24 11:03
재생목록
    [권희진의 세계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시작됐나?

    러시아가 공급 중단한 '야말-유럽' 가스관 [사진 제공:연합뉴스]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속수무책인 나토 회원국

    지난 21일부터 러시아가 야말-유럽 가스관의 가스공급을 중단했습니다.

    러시아는 유럽의 천연가스 40%를 공급하는데, 이 가운데 20%가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됩니다.

    이렇게 되자 유럽의 천연가스 시장은 그야말로 경기를 일으켰습니다.

    가스값이 이미 4백%나 오른 상황에서 다시 급등해서 1천 제곱미터 당 2천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가격을 기록한 것이죠. 유럽에서 가스값 폭등은 특히 치명적입니다.

    유럽 국가들은 발전 원료인 가스값이 폭등하면 이에 연동된 유럽의 전기료도 같이 오르는 요금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유럽은 풍력발전 비중이 20% 정도 되는데, 올해 바람이 불지 않는 이상 기후로 재생에너지 생산이 저조한 상황에서 코로나 19 이후 에너지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지난가을부터 유럽의 가스 가격은 폭등했습니다.

    그러자 전기료도 그만큼 올라서 밤에 전등 대신 촛불을 켜는 가구들이 생겨날 정도였죠.

    이 때문에 천연가스 공급 중단은 지금보다 더한 가스값과 전기료 인상을 초래할 수 있고, 한겨울에 난방을 걱정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유럽을 몰아넣을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습니다.
    [권희진의 세계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시작됐나?

    러시아 푸틴 대통령 [사진 제공:연합뉴스]

    러시아 가스관 제재는 나토국에도 고통

    문제는 유럽의 가스 가격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말에 따라 춤을 춘다는 겁니다.

    공급을 늘릴 거란 푸틴의 말 한마디에 가스값이 안정되는 듯하다가, 공급이 지연되면 다시 오르는 식의 모습을 보일 정도로 유럽의 에너지 안보가 특히 지금은 러시아의 손에 달린 셈이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두고 맞서고 있는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 올겨울 추위와 전력난에 대한 공포가 번지고 있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정치적 이유로 가스 공급이 중단된 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이미 완공돼 개통을 앞둔 노드스트림2 가스관을 제재하겠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바로 이어지는 노드스트림2를 통한 가스 판매를 막아 러시아로 가는 돈줄을 차단해 보복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만약 미국의 제재로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정작 고통받는 게 누구일 건지가 이제 좀 더 명확해졌습니다.

    러시아의 가스관 제재는 러시아보다는 유럽의 미국 동맹들을 더 아프게 할 겁니다.

    이번 가스 공급 중단이 노드스트림2를 조기 가동하라는 러시아의 압박이라는 분석이 그래서 나옵니다.
    [권희진의 세계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시작됐나?

    우크라 접경지역에서 훈련 전개하는 러시아군 [사진 제공:연합뉴스]

    노드스트림2가 뭐길래?

    노드스트림2는 러시아 북서부에서 발트해저를 통해 독일 북부로 이어지는 길이 1,230Km의 가스관인데, 연간 550억 제곱미터의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게 됩니다.

    지난 9월에 완공됐지만, 아직 가동 승인 전이어서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앞으로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1/4을 담당하게 될 거라고 합니다.

    미국은 노드스트림2에는 천연가스를 무기로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하겠다는 러시아의 속셈이 숨어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이 가스관을 이용해 돈도 벌고, 가뜩이나 러시아의 가스에 목을 매고 있는 유럽 국가들을 더욱 강하게 쥐고 흔들게 될 거란 겁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노드스트림2가 본격 가동되면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오는 가스관을 폐쇄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꽤 큰 규모의 수수료 수입이 사라지면서 돈줄이 막히는 피해를 보게 되겠죠.

    노드스트림2 가스관이 우크라이나를 흔들고, 중서부 유럽을 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셈입니다.

    미국은 그래서 노드스트림2의 가동에 반대해왔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이를 제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는 겁니다.
    [권희진의 세계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시작됐나?
    노드스트림2를 둘러싼 동상이몽‥독일과 미국

    그런데 여기에서 독일이 등장합니다.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와는 입장이 좀 다릅니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들어오는 노드스트림2는 독일 에너지 정책의 핵심입니다.

    탈원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탄소 배출이 적은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가 그만큼 더 필요하기 때문인데다, 슈뢰더 전 총리를 비롯한 독일 엘리트들의 경제적 이해까지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그래서 노드스트림2에 제재를 하지 말라고 미국에 로비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노드스트림2도 제재 대상이 될 거냐는 질문에 독일 숄츠 총리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독일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것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에너지 부국 러시아에게 '천연가스'는 이처럼 유럽, 나아가 서방에 대한 강력한 무기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국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유럽에 공급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러시아처럼 바로 옆에서 가스관을 통해 공급하는 것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천연가스를 이용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제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거죠.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은 노드스트림2에 대한 제재가 러시아를 움직이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그 '지렛대'를 썼을 때 나토 동맹국들의 희생이 어떠할 것인지, 맛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먼저 행동을 시작한 것이죠.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