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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이미지 김윤미

시속 2500km로 달리는 '기후위기'‥인류는 탈출할 수 있을까

시속 2500km로 달리는 '기후위기'‥인류는 탈출할 수 있을까
입력 2022-04-14 10:18 | 수정 2022-04-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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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속 2500km로 달리는 '기후위기'‥인류는 탈출할 수 있을까

    500만년 전 기후 이미지-출처 Jay Matternes

    아주 오래전 과거로 가보겠습니다. 500만 년 전 지구는 기후는 대체로 온난 다습했습니다. 오늘날 아프리카는 사막이 많은 건조한 땅이지만 이때는 초원과 산림이 더 많았죠. 그래서 당시 유인원들은 나무가 울창한 삼림에 살았습니다.

    그러다 250만 년 전쯤부터 지구 기후가 한랭 건조하게 바뀝니다. 간빙기와 빙하기가 주기적으로 반복해 나타났고 지구엔 빙하가 발달했습니다.

    300만 년 전 출현한 현대인류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이런 기후에 적응해 살아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쪽의 유인원'이라는 뜻을 가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두 발로 능숙하게 걸을 수 있고 도구를 쓸 줄 알았습니다. 190만 년 전부터는 불을 쓰고 음식을 익혀 먹을 줄 아는 '호모에렉투스'로 진화해갔는데, 이들은 장이 짧아지면서 더 먼 거리로 이동해갈 수도 있었습니다.
    시속 2500km로 달리는 '기후위기'‥인류는 탈출할 수 있을까

    호모하이델베르겐시스-출처 John Gurche

    <더 길고 매서워진 추위‥기후가 이상해졌다>

    그런데 100만~80만 년 전부터 기후가 좀 이상해집니다. 빙하기-간빙기의 주기가 4만 년에서 10만 년 주기로 길어진 겁니다. 주기가 길어지면서 빙하기의 추위는 더 매서워지고 오래갔죠.

    당시 아프리카에는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라는 초기 인류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호모 에렉투스보다 더 큰 뇌를 가졌고 창과 같은 정교한 도구도 만들어 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점차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유럽으로, 아시아로, 동남아시아로 퍼져나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호모 솔로엔시스 등으로 불렸죠. 이들은 왜 정든 아프리카를 떠났을까요.
    시속 2500km로 달리는 '기후위기'‥인류는 탈출할 수 있을까

    ibs 연구 일러스트

    <슈퍼컴퓨터로 200만 년 전 지구 기후 재현>

    국제 공동 연구진이 이 비밀을 캐내기 위해 뭉쳤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이 독일, 스위스 팀과 공동으로 연구해 내놓은 답은 '기후변화'입니다.

    이들은 IBS에 있는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활용해 지난 200만 년 간 지구의 기후를 재현해 냈습니다. 빙하의 발달과 쇠퇴, 과거 온실가스 농도의 변화, 지구의 자전축과 공전궤도 변화 자료를 고기후(古氣候) 컴퓨터 모델에 집어넣고 200만 년 치 기온과 강수량 자료를 산출했습니다. 200만 년은 지금까지 학계에서 진행된 모델 시뮬레이션 중 가장 긴 기간입니다. 계산만 6개월이 걸렸죠.

    연구진은 기후가 극단적으로 변하지 않았던 200만~100만 년 전 초기 아프리카 인류는 안정적인 기후 조건에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좁긴 해도 굳이 아프리카를 벗어날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던 거죠.

    하지만 100~80만 년 전 기후가 바뀌면서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다양한 식량 자원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식량을 찾아 먼 길을 떠나야 했던 겁니다. 다행히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갔습니다. 뇌의 크기가 커지고 더 정교한 석기와 불을 통제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 환경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80만 년 동안 기후에 적응한 초기 인류‥지금은?>

    결국, 주요 빙하기가 시작된 시기에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약 68만 년 전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뉘었고, 유라시아로 간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데니소바인으로, 유럽으로 간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네안데르탈인으로 나뉜 것으로 분석됩니다.

    남아프리카로 간 하이델베르겐시스종은 추후 30만 년 전 우리 종, 호모 사피엔스가 됐습니다. 약 80만 년의 긴 기후변화에 인류 조상은 적응하고 진화해간 겁니다.

    연구진은 이 점에서 지금의 기후 위기를 경고합니다. 수십만 년 동안 바뀌어야 할 기후가 지금은 100년 안에 바뀌고 있기 때문이죠.

    IBS의 악셀 팀머만 단장은 "지난 수십만 년간 가장 추웠던 빙하기와 지금 기온이 5도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현재 이산화탄소 방출량으로 말미암은 기후 변화가 100년 뒤 또 5도가 오를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조상이 기후 변화를 통해 이주, 이동을 통해 적응했듯이 우리도 잘못했다가는 변화하는 지구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을 지낸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은 이런 비유를 들었습니다.

    "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그 후 1만 년간 4도가 올랐습니다. 이때 속도를 시속 100km라고 해봅시다. 최근 100년간은 1도가 올랐죠. 이건 시속 2,500km에 해당합니다. 시속 100km로 달릴 때는 주변 경치를 구경할 수 있죠. 하지만 시속 2,500km로 갈 때는 주변을 돌아볼 틈이라곤 없습니다.

    이 얘기는 결국 1만 년에 4도 올라갈 때는 그나마 생태계가 적응할 수 있지만 100년에 1도가 오르는 건 규모도 규모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겁니다. 과거 초기 인류가 아프리카를 나와야 했던 상황보다 더 심각한 거예요. 우리도 결단을 내려야 할 겁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현생 인류는 초기 인류와 달리 과학과 기술이라는 뛰어난 무기가 있다는 점입니다. 시속 2,500km로 달리는 기후 위기에서 인류는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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