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4' 외관
가장 눈에 띄는 건 '로봇'이었습니다. 네이버 신사옥은 건물 설계 단계부터 로봇의 이동을 고려한 '로봇 친화형 건물'입니다. 바닥에는 배달로봇 '루키'가 움직이는 동선이 파란 선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직원들이 택배를 신청하면 업무 지원센터에서 우편물을 몸통에 실은 '루키'가 사무실까지 물건을 배달해주는 구조입니다.
1784 건물은 지상 28층 규모. 이 때문에 루키가 타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따로 마련됐습니다. 이른바 '로보포트', 직원들은 '카'라고 부르더군요. 조금 작은 엘리베이터처럼 생겼는데 '순환 구조'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놀이공원에 있는 관람차 형태인 거죠. 서로 차례를 지켜 포트에서 내리고 타는 로봇들 모습이 앙증맞아 보였습니다.
이 로봇은 네이버 연구개발 자회사 '네이버랩스'의 작품입니다. 로봇 두뇌에 해당하는 '컴퓨팅 파워'가 없는 '브레인리스 로봇'입니다. 뇌 역할은 클라우드가 대신 수행합니다. 각종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무선망을 통해 건물 내 루키 40대에 실시간으로 전달됩니다. 하나하나 개별 로봇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모든 로봇을 동시에 가장 똑똑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단 뜻입니다.
요즘은 식당에서도 서빙 로봇을 볼 수 있다지만, 처음부터 로봇을 고려해 만든 공간에서, 정교한 제어 기술을 갖춘 로봇이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은 무척 놀라웠습니다. 아직은 택배 업무지만 곧 편의점이나 카페에도 투입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100대까지 늘릴 예정이라는데 활용 범위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제2사옥에는 병원이 있습니다. 대형 회사 안에 있는 의무실 수준이 아니더군요. 약 300평 규모로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 등 5개과 진료가 가능하고 주사실, 수액치료실에 물리치료실까지 갖춘 '진짜' 병원이었습니다. 네이버 측은 직원 복지 후생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하지만 여기서도 네이버가 꿈꾸는 미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을 진료할 때 병력 청취를 온라인으로 하는데, AI 기술로 진찰 사항이 기록된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형태의 과거 검진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고 적절한 검진도 권해준다네요. '클로바 헬스케어' 신기술이 집결돼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곳 공간은 각종 헬스케어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네이버가 그리는 미래는?
정작 직원들 업무공간 배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상황에 지난 2년간 재택근무가 시행됐지요. 계속 재택근무를 할지 재택과 출근을 합친 '하이브리드' 형태가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기자들에게 "전면 재택근무를 해도 생산성이나 협업에는 별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에게 선택지를 주고 최적의 업무환경을 만드는 게 맞다. 단 모여서 해야 시너지가 나는 업무도 있기 때문에 업무 공간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직원들 설문조사 결과로는 재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네요.
'로봇'과 AI로 대표되는 네이버 신사옥에서 네이버가 그리는 미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의 실험이 우리 일상을 바꿀 날이 그리 머지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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