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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이미지 이승용

0.81 vs 1.34‥한국과 일본의 결정된 미래

0.81 vs 1.34‥한국과 일본의 결정된 미래
입력 2022-04-30 08:15 | 수정 2022-04-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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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1 vs 1.34‥한국과 일본의 결정된 미래
    우리나라의 2021년 합계출산율이 0.81명이라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2020년 합계출산율이 0.84명이니 0.03명 감소한 것이죠. 1년간 차이가 크지 않고 OECD 국가 중 꼴찌라는 것도 새삼스런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보도가 많이 되지 않았습니다.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라고 하는데 2018년 OECD 국가 중 처음으로 1 미만으로 떨어진 뒤에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사망자 숫자가 급증하면서 최근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유난히 저출산 현상이 심한 건 왜 그런 건지 통계자료를 들여다봤습니다.
    0.81 vs 1.34‥한국과 일본의 결정된 미래
    사망자 역대 최다 신생아 역대 최소‥인구 감소 가속

    통계청은 올해 2월 사망자 수가 2만 9천189명으로 1년 전 2월보다 22.7%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1년 만에 같은 기간 사망자 수가 20% 넘게 증가한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죠. 2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라고 합니다. 반면 출생아 수는 2월 기준 역대 최소 수준을 기록했고, 결국 인구가 28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

    1월에도 출생아수는 24,598명, 사망자 수는 29,686명으로 사망자 수가 훨씬 많아 인구가 한 달 새 5,088명 줄었습니다. 인구 감소가 속도를 내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관련 예산 16년간 2백조?

    한국의 저출산 속도는 저출산 국가가 많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죠. 1970년 4.5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의 기억이 생생했던 1984년에 이미 1.74명으로 떨어졌습니다.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3.1%씩 감소했습니다.
    2006년 이후 16년 동안 정부가 저출산 예산이라며 발표한 사업의 총 규모가 198조 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정작 이 기간 동안에도 출산율 하락이 심화됐습니다.

    생산연령 인구 감소 심각‥20년간 서울시 인구 규모 증발

    인구 감소가 가속되면서 통계청은 2020년 인구 5,184만 명이 2040년 5,019만 명으로 160여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20년간 강원도 인구 (153만 명) 규모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특히 내국인 생산연령인구(15세-64세)의 축소가 심각한데, 2020년 3,583만 명에서 10년간 362만 명이 감소하고 20년 뒤엔 2,676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10년 만에 전남 인구(183만 명)와 전북 인구(178만 명)를 합한 숫자 규모의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고, 20년 만에 서울시 인구(950만 명) 비슷한 규모의 생산연령 인구가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0년 807만 명에서 2025년에 1,000만 명을 넘고, 2040년에 1,698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노인 인구는 20년간 2.1배 증가해 세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0.81 vs 1.34‥한국과 일본의 결정된 미래
    출산율 1.34 일본 인구 감소 비상 AI중매까지 지원‥한국은 느긋?

    지난해 일본의 합계산율은 1.34명으로 2019년 대비 0.02명 감소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1.8명까지 끌어 올리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일본의 2021년 출생아 수는 842,897명. 1년 전보다 3.4% 감소해 6년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사망자 수는 1,452,289명으로 1년 만에 67,745명 증가했고 이로 인해 인구 감소는 60만 명이 넘습니다. 1년 만에 전주시 인구 정도가 줄어든 겁니다.

    중앙일보는 "일본인 멸종 위기"…日, 200억 쏟아 AI 중매까지 나선다" (2021년 11월19일)는 기사를 통해 인구 감소 비상에 일본 정부가 내놓은 특별한 정책을 소개했는데요. 일본 정부가 AI 중매 사업에 20억 엔을 투입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AI 중매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맞는 배우자를 찾아주는 건데 AI 궁합을 활용하는 일본 데이팅앱 '페어즈'는 회원수만 1000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중매를 통해 결혼이 늘면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정책입니다.

    일본보다 출산율이 크게 떨어지는 한국은 최악의 출산율이 발표됐어도 정부와 언론이 매우 차분한 모습입니다.

    엄청난 사교육비 늦은 결혼 늦은 출산

    이유를 알아야 대책을 세우겠죠. 통계 데이타를 중심으로 한국이 유난히 저출산이 심각한 원인을 추정해 봤습니다.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을 텐데 혼인 자체가 크게 줄고 있습니다. 2021년 혼인건수는 19만 3천 건으로 2020년보다 9.8 %나 감소했습니다. 2011년 혼인이 33만 건이었으니 10년 새 14만 건이 줄어든 겁니다. 반면 2021년 이혼 건수 10만 2천 건이나 됩니다.

    첫째 아이를 일찍 낳으면 둘째를 낳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죠. 하지만 첫째를 낳는 산모의 연령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0년 첫째아 평균 출산 연령이 32.3세로 1993년(26.2세)에 비하면 6살이 많습니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61명이고 OECD 첫째아 출산 평균 연령이 29.3세입니다. 합계출산율 1.71명인 미국은 첫째아 출산 평균 연령이 27세라고 합니다. 20대에 첫째 출산을 하면 출산율이 1.5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20대에 첫째를 낳으려면 결혼도 20대에 해야 할 텐데 2021년 한국 남자 초혼 연령은 33.4세, 여자는 31.1세입니다. 취업난과 주거비 부담 등의 영향으로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은 아이를 낳기 두렵게 합니다. 코로나 와중에 2021년 초중고교 사교육 참여율은 75.5% 기록해 전년 대비 8.4%P나 올랐습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6만 7천 원으로 전년대비 21.5% 폭등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9년 통계청 여론조사에서 '가장 먼저 확대되어야 할 출산 장려 정책'을 묻는 질문에 답변자의 21% 가 '자녀의 교육비 완화'를 지목해 압도적 1위에 올랐습니다.

    좌절하는 청춘‥20대 사망자 54% 가 자살

    한국이 세계 최고 자살률을 보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2020년 현재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5.7명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OECD 평균보다 두 배가량 높습니다. 특히 10대, 20대,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데 20대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자살입니다.

    자살은 삶의 만족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20대의 높은 자살률은 청년의 절망을 보여줍니다.

    치열한 경쟁, 취업난, 불안한 미래는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청춘을 좌절하게 만듭니다. 우리나라 대졸취업률은 75%로 일본(87.8%)에 크게 못 미칩니다. 그나마 20대 취업자 378만 명 중 비정규직이 141만 명이라고 합니다. (2021년 기준)

    취업-연애-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가족구성 단계의 1단계에서부터 출발이 어려우니 다음 단계는 생각하기 힘들어집니다.
    0.81 vs 1.34‥한국과 일본의 결정된 미래
    "출산율 더욱 하락" 81%‥청년에게 희망을

    우리 국민 중 앞으로 출산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1.5%, 반면 출산율이 내려갈 것이란 예상은 8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앞으로 출산율이 더욱 암담하단 얘기인데요.

    한국경제연구원은 합계출산율이 0.25명 감소할 때마다 성장률이 0.9%P 하락한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인구감소가 본격화되면 소비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타격이 시작되고 대기업이 소비시장과 노동력을 구하기 위해 해외로 옮기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연금 고갈 논란' 같은 복지 문제도 본격화될 겁니다.

    20년 뒤 성인이 될 한국인의 수는 이미 정해졌습니다. 청년의 삶에 희망을 되찾기 전까진 출산율이 오르긴 어려워 보입니다. 청년이 희망을 찾을 방법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물어보는 데서 저출산 대책을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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