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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세금' vs '착한 세금'‥20년 논쟁 언제까지?

'좀비 세금' vs '착한 세금'‥20년 논쟁 언제까지?
입력 2022-05-01 09:29 | 수정 2022-05-0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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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 세금' vs '착한 세금'‥20년 논쟁 언제까지?
    오늘(5월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기존 20%에서 30%로 확대됩니다. 휘발유는 리터에 83원, 경유는 58원 더 내린다고 합니다.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에 656원에서 573원으로 줄어들고 경유에 붙는 세금은 465원에서 407원으로 되는거죠. 연비가 1리터에 10㎞인 휘발유 차량을 하루 40㎞씩 매일 이용하는 운전자는 한 달에 약 1만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합니다.

    주유소 재고 물량 소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 판매가격이 내리는 데는 1주 이상 시차가 발생할 수 있는데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전국 760여개 직영주유소에서 유류세 추가 인하분을 즉각 반영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좀비 세금' vs '착한 세금'‥20년 논쟁 언제까지?
    유류세를 깎아 준다니 고마운 일이지만 이렇게 유류세가 인하되거나, 국제 유가가 폭등 혹은 폭락할 때, 3년마다 유류세 시효를 연장할때 마다 유류세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2003년까지 한시 세금...3년마다 연장>

    유류세 인하가 검토될 때마다 역설적으로 대체 왜 기름값에 이렇게 다양한 세금이 붙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잊고 지냈던 세금의 존재를 다시 알게 되는 거죠.

    흔히 유류세라 하면 휘발유와 경유에 붙은 온갖 세금을 부르는 것으로 정식 명칭은 아니죠. 이번에 내린 세금은 '교통 에너지 환경세'입니다. 원래 교통세는 마이카가 급증하던 1994년 교통시설의 확충 등을 목표로 도입되었는데 2003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었습니다. 이후 과세기한이 연장되어 가면서 2007년 '교통 에너지 환경세'란 이름으로 거듭났습니다. 관련 법률은 '제1조(목적) 이 법은 도로ㆍ도시철도 등 교통시설의 확충 및 대중교통 육성을 위한 사업, 에너지 및 자원 관련 사업, 환경의 보전과 개선을 위한 사업에 필요한 재원(財源)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유류세의 목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부칙 2조에서 유효기간을 2024년 12월31일까지로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3년마다 연장하는 부칙 개정을 하는 방식으로 법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칙 개정 2003. 12. 30., 2006. 12. 30., 2009. 12. 31., 2013. 1. 1., 2015. 12. 15., 2018. 12. 31., 2021. 12. 21.>
    교통세는 또 교육세 (교통세의 15%) 주행세 (교통세 26%) 등 유가에 부과되는 다른 세금의 기준이 되기도 하다 보니 휘발유와 경유를 사면서 내는 세금과 부과금은 관세를 포함해 8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유효기간을 억지로 연장하면서 세금을 부과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국회와 정부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면서 폐지 직전까지 가기도 했지만 '교통 에너지 환경세'만 연간 15조원이 넘다 보니(2017년 기준) 막대한 세원을 놓칠 수 없다는 현실론에 계속 살아났습니다.
    '좀비 세금' vs '착한 세금'‥20년 논쟁 언제까지?
    지난해 9월에도 유류세 연장이 결정되기 전 국회입법조사처에서 '교통 에너지 환경세 일몰연장의 쟁점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유류세의 사용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은 채 폐지입법의 시행일을 3년마다 관성적으로 반복하여 연장해온 것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입법조사처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국회는 유류세 기한 연장을 통과시켰습니다.
    '좀비 세금' vs '착한 세금'‥20년 논쟁 언제까지?
    <'유류세'연장 언제까지?...유가 폭등 폭락 때마다 논란>

    2005년 동아일보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유류세를 내고 있다"는 사설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재경부는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은 일본의 2배, 미국의 3배, OECD 평균의 1.4배 정도이며 경유는 일본의 2배, 미국의 2.4배, OECD 평균의 1.7배 수준'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 보면 유류세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보도와 이를 반박하는 정부의 입장이 수차례 반복해서 보입니다.

    2003년 이후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거나 크게 내리거나,유류세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3년마다 유류세 논란이 계속됐습니다. 국제유가가 너무 오르면 물가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유가가 폭락하면 유류세 때문에 휘발유 값이 내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류세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좀비 세금' vs '착한 세금'‥20년 논쟁 언제까지?
    <'좀비세금론'.."죽은 세금 좀 그만 살려">

    유류세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원래 유류세는 승용차 구입이 급속히 늘면서 도로건설비를 조달하기 위해 도입한 세금이니 이제 근거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합니다. 당시 자동차 소유자들이 고소득자가 많아 소비를 줄이자는 의미도 있었지만 이제 자동차가 사치품도 아니고 전국에 도로 건설도 충분히 이뤄졌다는 것이죠.
    "과세체계를 너무 복잡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있고 "한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던 국민과의 약속도 중요하다"는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착한세금론'.."에너지 소비 줄이고 부자들이 더 낸다" >

    유류세가 필요하다는 측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 세율을 더 올리거나 탄소세를 만들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게 세계적 추세인데 유류세를 더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박수홍 녹색연합 에너지전환팀장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석유 소비를 부추기는 형태로 가는 건 수요관리 측면에서 맞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류세 인하,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경향신문 2021년 11월7일) 유류세의 인하나 폐지는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 이용을 부추겨 저탄소 정책에 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유류세를 폐지하면 자동차를 몇 대씩 사용하는 부자들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자동차가 없는 서민들에겐 큰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필요 이상 도로건설"..학교에선 "돈 좀 그만 보내">

    유류세는 목적세이다보니 목적에 맞게 써야 합니다. '교통시설특별회계법 시행규칙 2조'에 구체적으로 사용 비율을 정해 놓았는데 매년 도로 건설에 절반 가까이 써야 합니다. 배분 비율이 정해져 있다 보니 "필요 이상의 도로 건설로 인한 예산낭비 환경훼손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유류세와 연동되어 있는 교육세도 과도한 징수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교육세는 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징수되고 있는데 유류세에서 절반 가까이 걷힌다고 합니다. 10년새 학령인구가 2백만명 이상 줄었는데도 교육세는 계속 늘어나다 보니 교육현장에선 예산 소모에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연말마다 교육당국이 예산 사용을 종용하다 보니 멀쩡한 학교 건물을 수리하거나 학생들에게 현금을 주는 일마저 있다고 합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에 등골이 휘는데 정작 학교에선 억지로 돈을 쓰는 어이없는 상황입니다.

    유류세가 부자에게 더 큰 부담이라는 주장에도 반론이 적지 않죠. 기사 딸린 차를 타는 기업 고위임원이나 기관장들은 기름값 자체를 법인에서 부담하는 경우가 많으니 유류세와 무관하다는 겁니다. 2억짜리 포르쉐 전기차 운전자는 안 내는 유류세를 아반테 운전자는 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휘발유 값이 너무 싼 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그렇다고 정부에서도 수차례 폐지를 검토했던 세금을 3년씩 연장하며 부과하는 것도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전기차를 포함한 자동차의 구입과 사용에 있어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혁신적인 에너지 세제 개편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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