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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이미지 배주환

인플레 공포가 부른 긴축 시대 - 금융위기 또 닥칠까?

인플레 공포가 부른 긴축 시대 - 금융위기 또 닥칠까?
입력 2022-05-05 16:42 | 수정 2022-05-0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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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플레 공포가 부른 긴축 시대 - 금융위기 또 닥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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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견됐던 금리 상승…일단은 안도>

    최근 하락세를 보였던 미국 나스닥 지수가 3.19% 상승으로 마감했습니다. 상승의 이유는 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돈줄을 조이는 금리 상승은 보통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심지어 0.5%포인트 인상은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의 최대 인상폭입니다. 그래서 이번 인상을 '빅 스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이 반긴 건 예견됐던 인상이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0.5%포인트 인상 정도는 예상했고, 이런 상황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었다는 겁니다. 오히려 0.5%포인트를 넘어 0.75%포인트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가파른 금리 인상은 피했다는 안도감도 섞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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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금리 인상 기자회견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 제공: 연합뉴스]

    금리 인상을 발표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설명도 비교적 낙관적이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가계와 기업의 재정상태가 양호하고 초과 저축이 존재하며, 노동시장은 매우 강력해 경기 침체에 근접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등 경제는 강하고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감내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금 돈줄을 조인다고 해도 가계나 기업이 버틸만할 거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연착륙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둔화는 어쩔 수 없겠지만, 가계나 기업이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인 겁니다.

    <금리 인상, 그러나 시작에 불과하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미국 연준은 올해 안에 적어도 두 차례 이상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습니다. 상승폭은 이번과 같은 0.5%포인트가 유력한데, 이렇게 두 번만 올려도 1%포인트가 상승해 미국 기준금리는 1.75~2%가 됩니다. 하지만 두 차례보다 더 많은 인상이 이어져 올해 안에 2%는 무조건 넘길 거라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전망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2분기가 되면 기준금리가 3~3.25%로 3%대를 돌파할 거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0~0.25%였던 미국 기준금리가 1년 만에 10배 내외로 높아진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돈을 빌렸던 가계나 기업의 이자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플레 공포가 부른 긴축 시대 - 금융위기 또 닥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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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2007년 금융위기 사태 이후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로 직접 돈을 뿌려왔던 미국은 당장 다음 달부터 돈을 거둬들이기로 했습니다. 국채 등을 매각해 돈을 회수하는 건데, 6월부터는 매달 475억 달러, 9월부터는 950억 달러까지 그 양을 늘립니다. 시중에 풀리는 돈의 양을 줄이는 '양적 긴축'입니다. 미국은 2017~2019년에도 '양적 긴축'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엔 당시보다 2배 정도 빠른 속도로 돈을 거둬들이게 됩니다. 미국 연준으로선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2년 동안에만 경기 부양을 위해 무려 4조 7천억 달러, 우리 돈 5천조 원이 넘는 돈을 풀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을 한 겁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주곡?>

    미국 연준이 이렇게 돈줄을 조인 적이 2004년에도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저금리 정책을 펴고 있었고, 돈을 갚을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에게도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등으로 집값이 폭발적으로 오르던 시기였습니다. 그러자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1%였던 기준금리는 2년 1개월 만에 4.25%포인트가 올라 2006년엔 5.25%까지 도달했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이 원리금을 부담하지 못해 줄줄이 파산하게 됐고, 이게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입니다. 결국, 그 여파는 200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상황도 비슷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역대급으로 돈이 풀리면서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의 자산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올랐고, 이로 인해 연준이 본격적인 돈줄 조이기에 나섰습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2007년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충격이 조만간 닥칠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합니다. 당장이야 버티겠지만, 1년 후 미국 기준금리가 지금의 10배 수준이 되면 대출을 받았던 가계들이 버티기 어려워 줄줄이 파산할 거라는 겁니다. 또, 어떻게든 견뎌내는 가계들도 원리금 부담이 늘어난 만큼 쓸 수 있는 돈이 줄게 되고, 이로 인해 소비가 크게 위축돼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는 예측입니다.

    <금리 인상, 태평양 건너 얘기가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큽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미국과 금리 격차가 커지면 급격한 자본 유출,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리 격차가 커지면 원화 가치가 절하될 텐데, 그것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조금 더 우려하고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우리나라도 올해 안에 3차례 정도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JP모건은 현재 1.5%인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2.5%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인플레 공포가 부른 긴축 시대 - 금융위기 또 닥칠까?

    한은 금통위 본회의 주재하는 주상영 의장 직무대행 2022.4.14 [사진공동취재단]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62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빚내서 집 사고, 빚내서 주식 투자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영끌' '빚투'라는 말이 그동안 널리 쓰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점차 원리금을 감당할 수 없는 가계가 늘어나게 되면, 파산과 자산가치 폭락 같은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실장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를 지금보다는 더 강하게 하고,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것을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억제하는 모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금리 인상이 불러올 충격파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인가, 새 정부와 금융 당국에게 커다란 난제가 던져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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