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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자산 팔아 재무 좋아지면 더 많은 성과급"

"공기업 자산 팔아 재무 좋아지면 더 많은 성과급"
입력 2022-08-19 10:00 | 수정 2022-08-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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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업 자산 팔아 재무 좋아지면 더 많은 성과급"

    [자료사진]

    * 경영평가 점수 1점에 목숨이 달린 공공기관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점수 기준을 바꾸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공기업에 경영평가는 목숨과도 같습니다.

    등급을 높게 받으면 임직원의 성과급도 넉넉히 나오지만 반대로 등급이 낮으면 임직원 성과급도 없어지고 연이어 낙제점을 받으면 기관장에 대한 해임 건의도 진행됩니다.

    말은 경영평가지만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살생부와도 같은 것이죠.

    그런데 정부가 경영평가에서 점수 배점을 바꾸기로 한 것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생산성과 재무성과 지표에 많은 점수를 주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즉 부채를 줄이고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낸 공기업에 점수를 많이 주기로 한 겁니다.

    기존 배점이 10점이었는데 20점으로 늘렸습니다.

    100점 만점이 기준이고 점수 1점에 따라 등급이 갈릴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커다란 변화입니다.

    게다가 지난 7월 29일 발표됐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맞게 계획을 내놓으면 가점 5점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이제부터 공기업·공공기관들은 어떤 고민에 빠지게 될까요?
    "공기업 자산 팔아 재무 좋아지면 더 많은 성과급"
    * 공기업 눈에 확 들어올 문구 '자산 매각'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면서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박근혜 정부때도 초대 경제부총리였던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같은 말을 했습니다.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

    그러면서 내세웠던 게 '공공기관 정상화'였습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이 방만 하다면서 직원 복지 축소를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배우자의 건강검진 지원금, 자녀 학자금 지원, 문화생활 지원비 등 상당한 복지를 없애버렸습니다.

    물론 일부 방만한 복지도 있었겠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볼 때 건강과 교육· 자녀에 대한 복지마저 삭감되었으니 기운이 빠질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뀐 정부가 다시 '파티는 끝났다'고 말하자 공기업 직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파티에 초청된 적도 없는데 무슨 파티가 벌어졌고 무슨 파티가 끝났나"는 거죠.

    그러면 공기업들은 이번에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공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자산을 매각할 우려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강조한 다섯 가지 혁신 대상은 '기능, 조직·인력, 예산, 자산, 복리후생' 5대 분야 효율화입니다.

    노동생산성을 올리려면 인력 줄이는 게 가장 쉽습니다. 그런 구조조정 쉬울까요?

    조직 통폐합, 공기업 기능 조정 역시 쉽지 않은 문제고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복리후생 줄이는 거 위에서 설명해드렸지만, 박근혜 정부 때 이미 많이 축소했습니다.

    그러면 남는 게 뭐가 있을까요?

    바로 '자산 매각'입니다.

    기재부가 경영평가 배점을 10점에서 20점으로 높인 것이 바로 재무 건전성 분야입니다.

    자산 매각 계획을 잘 내놓으면 경영평가 가점도 받을 수 있고, 실제 자산을 매각하면 일단 눈에 보이는 부채가 줄어들면서 경영평가 재무건전성 분야에서 역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정창수 소장은 "기능조정이나 인력 감축이 쉽지 않고 내부 반발의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결국 공공기관들이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앞다퉈 자산매각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임직원 성과급· 기관장의 임기보장 등이 걸려 있는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공기업들이 가진 자산을 경쟁적으로 팔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 '수도권' 청사 매각 검토하라

    기재부가 내놓은 자산 매각 방안에 보면 '불필요한 자산은 주무부처와 협의를 거쳐 즉각 매각을 추진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일단 팔 수 있는 것은 당장 추진하라는 뜻이죠.

    그런데 공공기관 청사 활용방안에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먼저 수도권에 남은 공공기관 중 자산가치가 높은 청사는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매각 등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수도권에 지사가 있는 경우에는 자산가치 등을 고려해 매각 등 활용도를 높이라는 겁니다.

    결국, 자산가치·개발가치가 높은 '수도권'을 콕 집어 매각을 검토하라고 한 거죠.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수도권에 나온 토지는 십중팔구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가져가게 될 것이다.

    이번에 폭우로 반지하에 사는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공공임대주택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렇게 공적인 자산들을 팔게 되면 정작 중요한 공공임대주택 등의 건설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지금 파는 것보다 어떻게 활용할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처음 있었던 일도 아니다.

    공공기관 부채감축과 자산매각은 역시 박근혜 정부의 기재부 지침이었습니다.

    2013년 12월 31일 나온 부채감축계획 지침에 보면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 문구도 들어있습니다.

    -자산 매각

    ㅇ 공공기관은 전체 자산에 대해 매각 가능성을 원점에서 검토하여 매각 가능 자산을 발굴해야 한다.

    "부채감축계획에서 매각대상으로 포함된 자산은 충분한 시장조사 등을 실시하되,

    법적·제도적 절차를 준수하는 등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자산매각 손실이 발생한 경우 경영평가나 감사 등의 불이익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

    공기업이 가진 자산은 무엇이든 다 팔 수 있는지 한 번 다시 살펴보고 문제가 생겨도 나중에 감사원 감사 등 불이익이 가지 않게 해주겠다는 지침입니다.
    "공기업 자산 팔아 재무 좋아지면 더 많은 성과급"
    * 한국석유공사의 비극

    2017년 1월 한국석유공사는 울산 신사옥을 매각하기로 결정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부채감축·자산매각을 강조했지만, 신사옥을 팔았던 것은 석유공사가 유일합니다.

    기존의 부채감축계획으로도 부채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당연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 무리하게 뛰어든 결과였습니다.

    부실하다 못해 의혹투성이였던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과 캐나다 하베스트 기업 인수 등은 결국 석유공사에 막대한 손해로 되돌아왔습니다.

    자원외교 전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60%대였는데 2016년 500%대로 폭증합니다.

    결국, 고강도 자구책으로 지은 지 2년밖에 안 된 신사옥을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석유공사가 울산으로 이전하면서 지은 건물은 울산 이전 공공기관 중에 가장 높은 건물이었습니다.

    지방 이전 법에 따라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석유공사는 울산에 계속 있어야 했고, 830명의 직원이 다시 쓸 사옥을 울산에서는 구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결국 1,860억 원을 들여 일부러 지은 사옥을 2년 만에 팔고 그 건물을 다시 빌려서 살게 됩니다.

    보증금 220억 원에 한 달 임차료만 8억 원에 달했습니다.

    5년 동안 쓴 임차료가 거의 480억 원입니다.

    2018년 감사원은 평균 임대료로 봤을 때 석유공사가 앞으로 15년 동안 585억 원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석유공사 직원 800명이 계속 써야 할 사옥을 되사들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매각 5년 차인 작년 석유공사는 사옥을 되사들이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포기했습니다.

    해외투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2020년 석유공사는 모든 자본을 까먹고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자본잠식 상태인데 또 빚을 내 사옥을 되살 수 없다며 다시 임대차 계약을 5년 연장했습니다.

    그나마 한 달 임대료는 조금 깎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실에서 확보한 석유공사 이사회 자료를 보면 올해부터 석유공사는 매입회사와의 재협상을 통해 임차료를 8억 원에서 7억 4천만 원으로 줄였습니다.

    다만 석유공사가 5년 뒤 사옥을 재매입할 경우 최소 2,450억 원 최대 2,540억 원을 주기로 했습니다.

    이 사옥을 사들인 회사는 꽤 안정적인 임대료와 매각 차익을 가져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공기업 자산 팔아 재무 좋아지면 더 많은 성과급"
    * 공교로운 너무나 공교로운

    그럼 석유공사 신사옥은 누가 샀을까요?

    확인해보니 코람코자산신탁이라는 회사가 샀습니다. 부동산 리츠 회사입니다.

    투자자를 모아 부동산을 사들이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합니다. 자산 매입과 관리를 하며 운용수수료를 받고 부동산을 매각하면 거기서 나오는 차액의 일정 부분을 또 수수료로 가져가게 됩니다.

    민간 리츠업계 압도적인 1위 업체입니다.

    그럼 누가 코람코자산신탁을 만들었을까요?

    코람코는 1980년대 말과 90년대 말 두 번이나 재무부 장관을 지낸 이규성 씨가 설립해 초대 회장을 맡았습니다.

    2대 회장은 금감원 부원장 출신 이우철 씨, 현 3대 회장은 금감위 부위원장 출신 윤용로 씨입니다.

    역대 회장 세 명이 모두 재무부 관료 출신입니다.

    현재 대표도 마찬가지로 재무부 관료 출신입니다. 현 기재부 출신들이 주축인 회사입니다.

    공교롭습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을 지정·관리·감독·평가하는 기관입니다.

    그래서 공공기관에서는 기재부의 지침은 법보다 세다는 말이 나옵니다.

    공공정책의 설계자들인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들이 주축인 회사가 공기업 사옥을 사들인 것입니다.

    더욱 공교로운 것은 코람코자산신탁이 100% 출자한 자회사에 올해 3월 합류한 유일호 사외이사입니다.

    부채감축·자산매각을 강조했던 박근혜 정부의 기획재정부.

    그 마지막 수장이 바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었습니다.

    유일호 당시 기재부 장관의 임기 중 석유공사 사옥 매각이 추진됐고 결국 팔렸습니다.

    그 당시 기재부 장관이 현재 석유공사가 사옥을 팔았던 관계사의 사외이사라는 점도 매우 공교롭습니다.


    * "사옥 매각 전혀 몰랐다. 사외이사 합류는 전혀 상관없는 일"

    유일호 현 코람코자산운용 사외이사이자 전 기재부장관은 MBC에 "석유공사 사옥 매각 자체를 전혀 몰랐다. 기재부는 개별 공기업의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다. 구조상 그럴 수가 없다. 공기업과 주무부처에서 처리한 일"이라는 답을 줬습니다.

    그리고 회사 측은 "유일호 전 장관은 거시경제 전문가로서 영입했을 뿐 사옥 매각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재부는 석유공사 본사 사옥 매각을 지시하거나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거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의결·보고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한국석유공사 본사 사옥 매각은 재무상황 악화에 석유공사가 스스로 알아서 한 일이라는 겁니다.

    '알아서 한 일'이라는 말 저는 이 해명에서 더 큰 두려움이 느껴졌습니다.

    이번에 내놓은 자산매각 지침에 따라 재무 지표를 좋게 만드는 것이 공공기관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입니다.

    정부가 세운 기준에 못 미쳐 박한 경영평가를 받게 된다면 그 이후 350개 공공기관은 얼마든지 '알아서' 석유공사의 잘못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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