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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첫 예산안 639조원. 그 숫자의 그늘엔 '사람'이 있습니다.

윤 정부 첫 예산안 639조원. 그 숫자의 그늘엔 '사람'이 있습니다.
입력 2022-09-03 09:33 | 수정 2022-09-0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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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정부 첫 예산안 639조원. 그 숫자의 그늘엔 '사람'이 있습니다.
    * "그래도 부모니까 아이들 잘 때 많이 울었습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박물관 조명 관리 일을 하는 50대 노동자의 눈물 섞인 고백입니다.

    밖에서 보면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월급 실수령액은 '183만 원'이었습니다.

    최저임금 191만 4,440원에 급식비 14만 원을 더하고 각종 공제를 뺀 돈입니다.

    그나마 전 정부 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며 전보다 고용은 안정됐지만 사실상 최저임금을 받고 일합니다.

    맞벌이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 최근 6%를 넘나드는 높은 물가상승률은 가슴 아픈 선택을 강요합니다.

    "어려운 살림에도 아이들 식재료는 그래도 맛있는 거 골랐는데 물가가 올라서 싼 걸 찾다 보니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은 게 있더라고요.

    "몸이 아픈 것보다 아파서 갑자기 돈이 들어갈 게 더욱 두렵습니다."

    * "최소한 인간다운 삶은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노동자처럼 정부 부처에서 청소·경비·조리·사무보조 등으로 일하는 사람을 '공무직'이라고 부릅니다.

    공무원이 아닌 공무직입니다. 적지 않습니다.

    중앙정부에 소속되어 있는 공무직만 7만 2천 명이 있습니다.

    그래도 정부 부처에서 일하다 보니 이들의 월급은 정부 예산에 따라 결정됩니다.
    윤 정부 첫 예산안 639조원. 그 숫자의 그늘엔 '사람'이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짜면서 공무직 임금 인상률을 2.2%로 결정했습니다.

    거기에 명절 수당 10만 원을 더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올 한해 물가상승률 5%가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가는 5%가 오르는데 임금은 2.2%만 오르면 실질 소득은 삭감되는 것입니다.

    2백만 원 월급의 2%면 월 4만 원 오릅니다.

    사실상의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2.2% 인상안을 듣고 참담했습니다. 정부가 최소한 인간다운 삶은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 공무직은 정부부처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정부 부처의 산하기관인 공공기관까지 포함하면 33만 명에 이릅니다.

    교육청·지자체에도 비슷한 일을 하는 비정규직이 많은데 이분들까지 감안하면 100만 명에 이른다는 게 노동계의 추산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중앙정부 공무직 임금인상률을 2.2%로 묶어버리면 그게 기준선이 되어버립니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자치단체·교육청도 이 안을 놓고 노동자들과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즉, 정부의 숫자 결정에 100만 명의 생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지키겠다는 기조와 함께 공무직의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내린 절충안이 2.2% 인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윤석열 정부 첫 예산 편성, 그 첫 번째 가치 "서민·약자 보호"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언급한 예산 편성의 가치, 바로 서민·약자보호였습니다.
    윤 정부 첫 예산안 639조원. 그 숫자의 그늘엔 '사람'이 있습니다.
    "고물가로 고통받는 저소득층을 위해 촘촘하고 두터운 지원으로 생계 어려움을 덜겠습니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은 639조 원으로, 올해 예산보다는 5.2% 더 커진 규모로,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입니다.

    정부는 불필요하거나 과도하게 지출됐던 재정 씀씀이를 줄이고 대신 그 돈으로 저소득층 복지를 강화하는데 힘썼다고 강조했습니다.

    '허리띠 졸라매서' 줄인 지출 규모가 역대 최대인 24조 원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예산안 홍보자료에는 24조 원을 어디서, 얼마나 줄였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습니다.

    더 늘리고 많이 쓰게 되었다는 분야는 제법 자세히 나와 있는데 말이죠.

    줄인 규모의 일각은, 다른 정부부처의 예산안 발표 자료를 통해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 한 달 27만 원이 절박한 저소득 노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대표적인 게 바로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예산입니다.

    정부는 내년도 직접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902억 원 깎았습니다.

    올해 105만 8천 명 수준인 직접 일자리 규모를 내년 98만 3천 명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정부가 직접 돈을 줘서 고용하는 일자리보다는 민간을 지원해 고용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점차 바꾸겠다는 의지가 드러납니다.

    그런데, 정부가 직접 고용하는 일자리 중에는 노인 일자리도 있습니다.
    윤 정부 첫 예산안 639조원. 그 숫자의 그늘엔 '사람'이 있습니다.
    공공형 노인일자리는 60만 8천 개에서 내년 54만 7천 개로 6만 1천 개를 줄이고 대신 시장형 일자리는 23만 7천 개에서 27만 5천 개로 3만 8천 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노인일자리가 2만 3천 개 줄어듭니다.

    게다가 공공형 노인일자리는, 노동 정책이라기 보다는 복지에 가깝습니다.

    공공형 노인일자리는 노인들이 한 달 30시간 정도 일하고 27만 원을 받는 정책인데, 대부분 저소득층 노인들이 합니다.

    비록 27만 원이지만, 그 분들에겐 단순한 용돈 벌이가 아닌, 생계 그 자체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일자리 공고가 나면 경쟁률이 높습니다.

    선정 기준이 소득, 자산 등이어서 노인 중에서도 '더 늙고 가난한' 노인들이 참가합니다.

    지난 2020년 기준 공공형 노인일자리 참가자의 90%는 70대 이상.

    이들의 최종 학력은 94%가 '초등학교 졸업'입니다.

    또 이렇게라도 일을 하는 노인은 건강이 상대적으로 좋아지고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우울감·고독사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연구를 통해 여러 차례 입증됐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일자리나 소득 개선의 영역이 아니라 노인 복지의 영역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시민 안내일을 하는 한 노인은 MBC 취재진에게 "이렇게 일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노인 빈곤율 OECD 국가 중 1위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숫자 뒤에 사람이 있다.

    내년부터 돌이 안 된 아이 키우는 가정의 경우 한 달 70만 원의 부모급여가 지급됩니다.
    윤 정부 첫 예산안 639조원. 그 숫자의 그늘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군대에 복무하는 병장들 월급도 대폭 올려주기로 했습니다.

    올해 68만 원이 조금 안되는 월급을 100만 원으로 올립니다.

    거기에 사회진출 수당도 30만 원으로 올려 한 달 130만 원을 받게 됩니다.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도 30만 8천 원에서 32만 2천 원으로 인상하고 지원 대상자도 늘어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단계적으로 이행되는 것입니다.

    예산 639조 원.

    얼마인지 감도 오지 않는 거대한 숫자 뒤에는 이렇게 사람이 있습니다.

    숫자의 그늘에는 더는 공공형 노인일자리에서 일할 수 없는 노인이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버티는 공무직 노동자 7만 명이 받아들 월 4만 원 임금인상은 생계가 아닌 생존을 고민하게 합니다.

    IMF 이후 24년 만에 찾아온 고물가가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 2022년.

    내년엔 더 암울하다는 전망이 쏟아집니다.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조정됩니다.

    우리 삶을 위한 예산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결정된 예산은, 정부의 공언처럼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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