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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이미지 이성일

미국 금리 인상, 전 세계가 걱정하는 이유는?

미국 금리 인상, 전 세계가 걱정하는 이유는?
입력 2022-09-22 17:58 | 수정 2022-09-2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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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금리 인상, 전 세계가 걱정하는 이유는?
    0.75%p 인상은 예상했지만..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가 오늘 새벽 기준 금리를 0.75%p를 올렸습니다.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요동쳤죠. 주가가 하락했고, 우리 원화 가치도 떨어졌습니다.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내놓을 '오늘 이후'의 계획에 큰 관심을 뒀는데, 그 계획이 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연준은 올해 연말 4.4%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인상으로 기준 금리는 3% 대(3-3.25%)에 올라섰습니다. 연말이라봐야 석 달밖에 남지 않았고, 올해 안에 남은 회의(2차례)를 감안하면, 남은 회의 때마다 금리를 최소 0.5%p씩 올리겠다는 계획이 됩니다.

    묵직한 한 방이 더 있습니다. 연준이 '2023년에도 금리 인상을 계속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입니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곧 끝내지 않을까? 내년 초쯤?"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연준의 오늘 발표는 이들에게 '헛된 기대를 갖지 마라, 연준은 쉽게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시장 기대보다 더 빠르게 높은 수준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오건영 신한은행 부부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금리 인상, 전 세계가 걱정하는 이유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 제공: 연합뉴스]

    금리 인상 재촉하는 이유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최근 거친 표현을 여러차례 썼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주식·주택 시장 나아가 경기 전반이 망가지더라도, 인플레이션 조짐을 없애는 것을 우선하겠다'는 태도였습니다. "경기 침체 말고는 금리 인상 추세를 꺾을 수 없다"(루비니 미국 뉴욕대학 교수)는 해석이 적절해 보였습니다.

    연준의 입장을 이해하자면 이렇습니다. "빈틈을 줄 때마다, 잡히는가 했던 물가가 다시 오른다. 이대로 방치하면, 겉잡을 수 없는 만성 인플레이션이 온다. 금리를 급하게 올리는 것만이 해법이다" 하지만, 최근의 물가, 실업률 같은 데이터만 봐서는, 연준이 저렇게까지 강하게 나가야 하나? 의문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의문을 풀 실마리 가운데 하나는 미국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늦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풀린 돈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1년 전, 작년 여름부터 나왔습니다. 연준은 주저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경고에 충실히 대응했던 한국은행은 작년 8월부터 금리를 차근차근 올렸습니다. 인상 전 0.5%였던 금리는 8개월 만인 올 4월 1.5%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미국 연준은 올해 3월이 되어서야 금리 인상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8%에 가까운 물가 상승률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혼란이 겹친 이후였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연준은 물가 상승세를 방치했던 것이죠. 시장에 대한 분석을 잘못했을 수도 있죠. 이유가 어디에 있든, 과속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어느 정도는 연준 스스로 만든 것입니다.
    미국 금리 인상, 전 세계가 걱정하는 이유는?
    '큰 폭 인상'에 동참하는 사정

    지속적인 금리 인상 예고로 미국 금융시장, 경제 전반이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 곤란함은 미국 바깥의 나라들이 몇배로 더 크다는 게 문제입니다.

    요즘 물가 상승을 걱정하지 않는 나라는 드물겠지만, 경제 상황이 모두 비슷한 것은 또 아닙니다. 미국처럼 코로나 팬데믹 구제를 위해 많은 돈을 풀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소비자들이 비싸진 물건을 살 여력이 없고, 구인난도 심각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나라들이 미국을 쫓아 금리를 서둘러 인상하는 이유는 미국 금리인상이 불러올 후폭풍 때문입니다. 자기 나라 경제의 상황, 체력과 무관하게, '울며 겨자 먹기'식 인상을 하고 있다는 말이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오늘 아침 "전제 조건이 바뀌었다"면서, 당초 예고보다 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을 시사했습니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스웨덴은 이번주 한꺼번에 1%p를 올렸고, EU도 지난 두 달 사이 1.25%p 올렸습니다.

    인플레이션도 수출할 수 있다?

    왜 그래야만 할까요? 대표적 걱정이 수입 물가의 상승입니다. 달러를 줘야만 살 수 있는 물건이 많은데, 원유가 대표적입니다. 국제 원유 값이 100달러로 제자리에 있어도, 달러 값이 10% 오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름값이 10달러 올랐을 때와 같은 영향을 받습니다. 원유만이 아니죠.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물건 값의 80%를 달러로 치릅니다. 이미 값이 오른(기름, 밀가루), 오르기를 대기하는(전기, 가스 등) 물건 상당수가 국제 시장에서 달러로 사야 하는 것들입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달러 값 상승을 부추기고, 달러를 쓰지 않는 나라의 생필품 값을 들쑤시는 일이 벌어집니다. "미국이 전세계에 위기를 전파하고,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는 불만이 나오기는 이유입니다.
    미국 금리 인상, 전 세계가 걱정하는 이유는?
    시급하기로는 외국에 큰 빚을 진 나라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리랑카는 이미 부도를 낸 셈이고, 이집트·파키스탄·아르헨티나처럼 위기에 몰린 나라도 여럿입니다. 원유가 그렇듯 빚도 대개 달러로 갚아야 해서, 달러 값이 오르면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일 국내 산업을 갖고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 '금리 인상기 달러 빚'은 해결하기 여간 곤란한 문제가 아닙니다.

    연준의 임무? '미국'의 물가 안정

    연준은 미국의 중앙은행입니다. 미국의 물가, 일자리, 경기를 걱정하는 게 이 은행의 임무입니다. 다른 나라의 물가를 올리는 '달러 강세' 현상도, 연준 입장에서는 미국 내의 수입 물가를 낮출 변수로 읽힐 뿐입니다. 다른 나라가 부도를 내더라도 그것이 미국 경제를 흔드는 부작용을 만들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신경 쓸 이유가 없겠죠. 전세계가 살 얼음판을 걷듯 가야 할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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