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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앞둔 플랫폼 시장‥"배달앱 수수료만 낮춰줘도 좋겠어요"

자율규제 앞둔 플랫폼 시장‥"배달앱 수수료만 낮춰줘도 좋겠어요"
입력 2022-09-24 07:42 | 수정 2022-09-2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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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규제 앞둔 플랫폼 시장‥"배달앱 수수료만 낮춰줘도 좋겠어요"

    자영업자 이야기 듣는 한기정 공정위원장과 배달앱 3사 대표 [사진 제공:연합뉴스]

    신임 공정위원장, 첫 현장방문 어디? '배달앱 대표 간담회'

    그제(22일), 한기정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첫 현장 일정에 나섰습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3대 배달앱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상생 방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간담회에 앞서 한 위원장과 3사 대표는 간담회가 열리는 서울 공정거래조정원 인근 치킨점을 방문해 업주 어려움을 듣는 일정도 마련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업주 두 분이 참석했습니다. 치킨집 사장님과 국밥집 사장님입니다.

    배달앱 대표 세 명과 공정거래위원장, 그리고 수많은 취재진 앞에 앉은 사장님 두 분. 간담회 인근에서 '섭외된' 두 분이 가게를 운영하며 겪은 어려운 점을 속 시원히 털어놓기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사장님들 이야기 일부를 정리해 옮겨봅니다.


    "단건배달 아닌 일반배달을 하더라도 배달 대행업체를 쓰게 되면 기본 배달비가 4천5백 원부터 시작합니다. 9천 원짜리 국밥 한 그릇 먹자고 배달비를 5천, 6천 원 내는 상황이에요. 저는 어쩔 수 없이 제가 직접 배달합니다. 대행업체 쓰면 배달 늦어지고 불만 접수만 돼요. 단건배달 문제가 아니에요."

    "(수수료 선택지가 있다고 하지만)업주 입장에서는 수수료 7%에 배달비 있는 요금제나, 배달비 없이 수수료 27%를 내는 요금제나 수익에 차이가 없어요. 이 요금제 저 요금제 다 해봤지만, 의미 없다고 봐요. (...) 수수료만 낮춰줘도 좋겠어요. 배달 안 할 수 없는 세상이 왔으니까요."

    "리뷰 별점제로 피해 많이 봐요. 피드백 있는 건 좋지만, 별점만 보고 무조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니까. 어떤 분들은 치킨만 배달시켜야 하는데 술을 좀 사다 달라 하고, 못 사다 드리면 별점으로 불만을 표시하죠. 그것도 바꿔봤으면 어떨까 싶어요."

    "지금은 포장 수수료 없잖아요. 앞으로 포장도 수수료 발생 시키실 텐데.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배달비 아까워 포장하려는 손님 많은데 지금은 저희가 포장 할인도 해드리고 하는데 수수료 발생하면 고객 입장에서 별 의미가 없다는 거죠. 추가 중개료 받는다니 또 막막해요."

    자율규제 앞둔 플랫폼 시장‥"배달앱 수수료만 낮춰줘도 좋겠어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사진 제공:연합뉴스]

    사장님 목소리, 잘 들리시나요?

    새 정부는 플랫폼 시장에 정부가 나서지 않고, 시장 자율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을 만난 한 위원장은 '자율규제안이 언제쯤 도출될 것 같냐'는 질문에 "자율적으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습니다.

    '자율규제로 공정한 플랫폼 질서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자율주의라는 것이 당사자 사이 갈등 문제를 시장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정책 수단"이라며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자율규제가 플랫폼 사업자뿐 아니라 입점업체, 소비자에게도 모두 '실효성'이 있으려면 그만큼 각 이해당사자의 목소리가 모두 충실히 반영돼야 할 일입니다. 신임 위원장의 '첫 현장 일정'은 '배달앱 대표와의 간담회'였습니다. 여기에 소상공인 입점업체 사장님들과의 짧은 만남이 간담회를 위한 이벤트로 마련됐지요. '자율' 규제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자율'의 당사자들 사이 힘의 균형이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상공인 사장님의 목소리가 '3대 배달앱 대표' 목소리만큼 힘을 가질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자율규제 앞둔 플랫폼 시장‥"배달앱 수수료만 낮춰줘도 좋겠어요"
    "매출 70%가 배달앱‥비용·계약 만족도 낮아"

    마지막으로 소상공인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실태조사 결과를 덧붙입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해 8월, 음식점 사장님 3백 명을 대상으로 '배달앱 이용 실태 조사'를 벌였습니다. 조사 결과, 소상공인들은 평균 3.1년 동안 배달앱을 썼고, 동시에 평균 2.5개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매출액 중 주거래 배달앱을 통한 매출은 70%에 육박했습니다. 배달앱을 쓰기 시작한 불과 3년 사이 매출 대부분을 배달앱에 의존하게 됐다는 뜻입니다.

    5점 만점에서 전반적인 만족도는 3.11로 나왔지만, '비용'과 '계약 및 정산' 만족도는 각각 2.64와 2.88로 나왔습니다. 응답업체 중 92%는 '배달의민족'에 입점해 있었는데, 배민을 주로 거래하는 응답업체 83.9%는 '정액제 광고를 활용한다'고 답했습니다. 광고의 효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광고비를 집행하는 사장님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배달료도, 광고비도, 어떻게 책정되는지 사장님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자율규제 논의에 소상공인 목소리가 충실히 반영되는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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