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경제
기자이미지 이성일

미국 공군 첨단 전투기 F-35, 반도체 전쟁에 소환된 이유는?

미국 공군 첨단 전투기 F-35, 반도체 전쟁에 소환된 이유는?
입력 2022-10-16 07:22 | 수정 2022-10-16 07:51
재생목록
    미국 공군 첨단 전투기 F-35, 반도체 전쟁에 소환된 이유는?

    (사진제공: 연합뉴스)

    '미국 국방성이 스텔스 전투기인 F-35의 인수를 재개한다'는 짧은 기사가 지난 일요일 자정쯤 워싱턴 발로 나왔습니다. 미국 공군의 주력 무기에 ‘중국산 자석’을 썼다는 사실을 확인한 지난 8월 이후 완성된 전투기까지 인수를 잠정 중단했던 국방부가 이를 거둬들였다는 기사였습니다.

    ‘록히드 마틴’이라는 유력한 군수업체가 연루된 사건이지만, 첨단 전투기 생산-공급을 ‘예전처럼 계속하게 됐다’는 건 이례적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짧은 소식을 굳이 되짚어 보는 이유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계기로 재점화된 미국-중국 갈등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을 갖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산업 이야기에 앞서 중국산 자석과 미국 국방성을 잠시 들러가겠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반도체 규제에는?

    중국산 자석과 반도체 수출 규제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미국 국방성이 인수 중단 조치를 내린 이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F-35 전투기는 터보엔진 내부에 윤활유 펌프를 쓰는데, 부품 가운데 희귀금속으로 만든 영구자석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자석이 중국산이라는 사실이었죠. 미국 군수물자 조달 규정에는 중국산(러시아, 북한 등도 포함) 합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데, 규정 위반 부품을 국방성이 뒤늦게 발견한 것이죠. 국방성은 126대나 남은 F-35 공급을 일단 중단시켰습니다.

    일을 복잡하게 만든 배경에는 이런 자석을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주원료인 희귀금속(사마리움)의 경우, 전세계 생산량 100%가 중국에서 나옵니다. 코발트도 중국 생산량이 압도적입니다. 두 금속의 섞은 합금자석을 다른 국가에서 공급받을 수 있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불가능할 겁니다.

    전투기 엔진 제작사인 ‘하니웰’도 이런 불가피한 사정 탓에 미국 공군에 납품하는 전투기 부품으로 중국산 자석을 사용했고, ‘대체할 제품이 없다’는 점을 들어 국방성에 항변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국방성이 내년 10월까지로 돼 있는 납품 계약 기간에는 이를 문제 삼지 않기로 한 이유도 별다르지 않을 겁니다. 국방성은 다음 번 계약에서는 대체 공급원을 찾아 오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미국 공군 첨단 전투기 F-35, 반도체 전쟁에 소환된 이유는?

    (사진제공: 연합뉴스)

    중국산 자석 없는 미국 안보?

    그렇다면, '록히드 마틴'은 1년 안에 대체 공급자를 찾을 수 있을까요? 마침,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가 이 점을 파고들었습니다. 매체는 미국 안보에 중요한 첨단 전투기마저 중국산 부품 없이 만들 수 없는 절대적 ‘의존성’에 주목합니다. ‘찾아 보면 더 많은 부품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을텐데, 과연 미국이 중국산 부품을 빼고 미국을 지킬 수 있을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답을 찾았다는 듯, 미국의 조치를 ‘가소롭다’고 반박하는 느낌입니다. 매체는 중국의 국방, 경제가 걸린 핵심 이슈를 장시성 간저우시에서 희귀금속 사업을 하는 양모씨의 입을 빌려 분석, 전망합니다. 양씨가 실존인물인지조차 불분명하지만, ‘이쪽 분야 일 하는 사람은 다 알아’라는 의미를 담은 듯 합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중국이 미국 산업을 괴롭힐 무기는 널려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백병전 전장에 떨어진 폭탄?

    이제 반도체 산업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미국이 새롭게 추진하는 규제는, 최첨단이라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의 반도체 기술까지도 대상으로 합니다. 중국 기업이 반도체를 개발하는 능력을 빼앗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반도체 중국산화', 더 이상 꿈도 꾸지 말라는 뜻입니다. 중국 산업 타격은 불가피합니다. 고객회사에 기술 지원을 위해 중국 대륙에 왔던 미국 반도체 (전·후 공정)기업 기술자들이 철수하기 시작했다는 기사가 뒤따라 나왔습니다. 기술적 자립이 어려운 중국 기업에게는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이번 규제의 또다른 특징은 '화웨이' 규제처럼 특정 기업을 상대로 한 것도 아니고, 중국 국적 기업 전부를 대상으로 합니다. 그런데, 피해를 보는 기업은 중국 기업만이 아닙니다. 반도체 산업의 눈에서 보면, 적과 아군이 뒤엉킨 '백병전 전장에 떨어진 폭탄' 같은 느낌입니다.

    폭탄 투하의 반응도 전세계로 번졌죠. 미국의 규제 발표 이후 하루사이 이 산업에서 시가총액 2천4백억 달러(우리돈 344조) 어치가 사라졌다는 집계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최대 20%까지 하락(상하이 푸단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그룹)하는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하락 폭이 가장 컸습니다. 하지만, 대만의 TSMC도 8% 넘게,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6%까지 하락했고, 가장 선방한 삼성전자·SK 하이닉스도 1%대 하락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공군 첨단 전투기 F-35, 반도체 전쟁에 소환된 이유는?

    (사진제공: 연합뉴스)

    "중국, 기술자립 의지 강화할수도"

    안개가 덜 걷힌 분위기입니다. 무엇인가 '벌어져야 마땅한 일'이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겠죠. 분석가들도 유불리를 따진 명확한 분석을 내놓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겁니다. 벌어질 일이 벌어지면, 걱정은 현실이 되어, 전세계 반도체 기업을 흔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도체가 없는 중국 경제를 상상할 수 없는만큼, 그 불편을 중국 기업들만 겪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일단 중국의 반도체 시장 규모는 이런 중국 정부의 의지를 뒷받침할 '뒷배'가 될 겁니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팔리는 메모리 반도체의 1/3을 소비하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시장입니다. 미국이 첨단 기술을 무기로 전쟁을 선포했다면, 중국은 급한대로 시장을 무기로 방어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중국은 어떻게 미국의 규제에 대응할까요? 싸움 장소를 반도체 산업으로 한정할지, 희귀금속처럼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장으로 확대할지, 또 다른 싸움의 방법을 찾을지 알 수 없습니다. "의도치 않게 중국의 기술 독립 결심을 강화하고, 자급자족 정책을 급가속시키는"(JP 모건, 알렉산더 트레버스) 계기가 될 것이라는 역설적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들이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중국 경제 성장에 중요한 만큼, 방법이 무엇이든 필사적이라는 점입니다. 미국 전투기의 자석, 중국의 반도체가 보여주는 단면처럼, 서로 싸우는 중국과 미국 경제가 서로를 끊어내기 어렵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도 있습니다. 잘 끊어내려 할수록, 잘 방어하려 할수록 고통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 공군 첨단 전투기 F-35, 반도체 전쟁에 소환된 이유는?

    (사진제공: 연합뉴스)

    1980년대 반도체 무역 분쟁이 주는 교훈?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주도한 지 이제 20년이 가까와집니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이전에는 일본 기업이 산업을 지배했는데, 우리가 그 주도권을 가져온 배경에는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의 무역 분쟁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일본산 반도체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량을 줄이도록 강요하기도 했죠. 우리 기업은 기술개발을 꾸준히하면서 흔들리는 일본 반도체 기업을 차차 따라잡았던 것입니다. 우리의 추월 이유, 그것 뿐은 아니겠지만, 강대국 사이의 무역 분쟁이 시장 질서를 뒤흔들어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위기이자 기회'의 양면을 가졌다는 사실은 역사의 교훈입니다.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지, 미국이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일지 알 수 없습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부동의 주력산업인 우리로서는 복잡하고 무거운 심경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