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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이미지 김윤미

공공기관 '겨울난방 17도'‥국회랑 법원은 안 지켜도 된다고요?

공공기관 '겨울난방 17도'‥국회랑 법원은 안 지켜도 된다고요?
입력 2022-10-19 18:00 | 수정 2022-10-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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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 '겨울난방 17도'‥국회랑 법원은 안 지켜도 된다고요?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두툼한 옷을 꺼내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확실히 겨울의 문턱에 성큼 다가선 느낌입니다.

    올 겨울은 또 얼마나 추울까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추위가 예고돼 있는 이들은 있습니다. 바로 공무원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다이어트 10' 핵심은?


    올겨울 산업부가 시행하는 '공공기관 에너지 다이어트 10'이 시작됐습니다. 공공기관의 난방온도를 17도로 제한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전엔 18도, 때에 따라선 20도까지도 가능했는데 올해는 예외 없이 딱 잘라 17도라고 합니다.
    공공기관 '겨울난방 17도'‥국회랑 법원은 안 지켜도 된다고요?
    산업부에 따르면 개인 난방기를 몰래 켜두는 '꼼수'도 올해는 안 됩니다. 아침저녁으로 전력수요가 몰리는 피크 시간에는 난방기를 켤 수도 없게 시간도 정해놨습니다. 경기, 세종은 9시부터 30분간, 서울, 인천, 강원은 9시 반부터 30분간 난방 금지…. 이런 식입니다.

    실내온도 17도라고 하면 감이 오시나요? 겨울에 난방 끄고 외출했다가 차갑게 식어 있는 실내 온도가 17도쯤 됩니다. 전에 한 에너지 시민단체가 예전에 취약계층 가구의 겨울철 실내온도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취약계층 가구의 평균온도가 17도였습니다. 외투를 벗을 수 없고 만일 계속 생활해야 한다면 내의는 꼭 받쳐 입어야 하는 정도일 겁니다.

    극심한 에너지 위기‥조금이라도 아끼려면
    공공기관 '겨울난방 17도'‥국회랑 법원은 안 지켜도 된다고요?
    이런 불편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이유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습니다. 지난달 원유와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1년 전보다 88%나 뛰었습니다. 에너지 때문에 아무리 수출을 잘해도 적자 폭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에너지 인상분을 전기요금 가스요금에 바로 연동하지도 못합니다. 물가와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10%씩 아끼자는 게 이번 다이어트의 취지입니다. 유럽 등 해외에서도 비슷한 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부도 강도 높게 실천하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해 보입니다.

    안 지키면 어떻게 되느냐고요? 정부는 매달 해당 기관을 실태 조사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해서 경영평가에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경영평가 자체도 무섭지만, 위반 시에는 최대 300만 원까지 과태료도 물릴 수 있습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법'에 근거한 시행령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2007년 제정된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입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는데‥에너지 의무감축대상에 국회·법원 빠져
    공공기관 '겨울난방 17도'‥국회랑 법원은 안 지켜도 된다고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산업부가 명시한 '의무감축 대상'을 봤더니 중앙행정기관과 광역·기초지자체, 시도교육청, 공공기관, 지방공사, 공단 및 국·공립대학 등 1,019개 기관과 그 소속 산하기관 등입니다. 국공립 병원도 들어가고 심지어 초·중·고교도 들어갑니다. 법정 의무대상만 2만 5천 개가 넘습니다.

    그런데 국회는 안 보입니다. 법원도 헌법재판소도 안 들어갑니다. 국회와 소속 5개 기관, 법원, 헌법재판소, 선관위, 헌법재판소 등은 법에서 정한 에너지 감축 의무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원래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효율화제도'는 1996년에 국무총리 지시로 처음 시행됐습니다. 그러다 2007년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으로 바뀌고 2011년 당시 지식경제부, 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세부시행 규정을 만들었는데, 이때 입법, 사법 기관들이 빠졌습니다. "삼권분립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법정의무대상에 들어가면 주기적으로 보고하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행정 기관이 입법과 사법 기관을 평가하는 모양새가 되니까요. 불편하다는 거죠.

    그래서 지난 20대 국회 때 헌법기관을 대상범주에 넣자는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국회 산자위 법안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국회·법원 온실가스 배출량, 공공기관 평균보다 많아


    의무감축대상이 아니어서일까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양이원영 위원실이 한국환경공단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헌법기관의 전기사용량은 495기가와트시(GWh), 온실가스 배출량은 30만t으로 결코 적지 않습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지난해 법원이 7만 1천t, 국회가 2만t 정도 됩니다. 의무 감축대상 공공기관의 평균 4,822 CO2톤의 15배, 4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 감축의무는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다르지 않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MBC와의 통화에서 "올겨울 국회와 법원 등에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 달라고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는 좀 다르다는 분위기를 충분히 전달했다는 겁니다. 삼권분립이라는 원리원칙보다는 에너지 절약에 솔선수범하는 헌법기관의 모습, 올해는 기대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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