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추노'와 영화 '7급 공무원', 그리고 전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통해 흡인력 강한 필력을 보여줬던 천성일 작가는 '해적: 도깨비 깃발'의 각본으로 스크린에서 한국관객과 만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작가로 OTT에서 전세계 시청자와 만나며 지금 가장 핫한 K-콘텐츠의 주역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더해 오미크론까지 극성인 상황에서 '해적: 도깨비 깃발'은 박스오피스 1위로 선전 중이다. 천성일 작가는 "1위라고 하지만 관객수가 너무 작아 즐겁거나 기뻐하지는 못하고 있다. 너무 안타깝다. '엄마가 혼자 극장 가서 보셨다'는 댓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예전 같으면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았을 텐데"라며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영화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또한 "전편에 이어 8년 만에 공개되었다. 이렇게 오래 기간이 길어질 줄 몰랐던 작품이다. 완성한지 4~5년 되었고 잠시 후면 되겠지 했던 게 이렇게 오래 걸렸다. 코로나 시기에 공개된 '해적'에게 참 미안하다"며 더 많은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작품이라는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86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했던 전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 이어 '해적: 도깨비 깃발'까지 연속으로 '해적'의 스토리를 맡았던 천성일 작가는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많다. 일주일에 6일 정도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후속편 집필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성공한 작품을 기반으로 작업하기에 더 쉽고 편하지 않았으까 하는 대중의 생각과 달리 작가의 입장에서는 "성공한 작품의 재미있던 걸 하나는 가지고 와야 하는데 그러면 신선도는 떨어지고, 안 가지고 오려니 연결 고리가 없어서 정말 도망가고 싶었다."며 작가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웠던 부분을 설명했다.
대중이 '해적' 시리즈에 기대하는 걸 충족시켜야 할지, 기대와 다르게 재미를 줘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는 천성일 작가는 "시나리오 작업이 끝날때 까지 '해적'1편의 시나리오는 한 번도 안봤다. 감독과 상의하며 새로운 걸 하려고 했다. 연출을 한 김정훈 감독이 원래 글을 잘 쓰는 분이셔서 각색을 전담하기로 하셨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보다는 작업하기 편했고, 감독에게 고마웠던 작품이다"며 전편을 보지 않아도 이번 작품만으로도 오롯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게 스토리를 구성하며 차별점을 꾀한 부분을 이야기했다.
1편보다 좀 더 모험과 어드벤처에 집중했고,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하고 보지 못한 장소들을 많이 찾아보려 했다는 천성일 작가는 "바다에 대한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과연 옛날 사람들에게 바다는 어떤 의미였는지 알고 싶더라. 유럽의 책도 구해서 당시의 해도를 봤는데 특이했던 지도 중 하나가 먼 바다로 갈수록 괴물이 살고 있는 것이었다. 먼 바다로는 가면 안되는 곳 처럼 보였고 그만큼 못 가니까 못 가는 이유를 그렇게 표현한건가 싶더라. 그 지도에서 정말 먼 지역의 바다에 용이 불을 뿜는 그림으로 그려놨고 그게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의 설정이 되었다"라며 꼼꼼한 자료조사에서 비롯된 설정임을 공개했다.
영화속 웃음 치트키인 펭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해적' 전편에서 유해진 배우와 고래의 케미가 웃음을 선사했는데 천성일 작가는 "후편을 쓴다고 하니 무슨 이야기를 쓸건가보다 이번에는 어떤 동물이 나오냐는 질문을 더 많이 받았다."라며 "고래가 바다에서 가장 큰 동물이었으니 이번에는 작은 동물이면 좋겠다고 생각만 했고 정하지는 못했다. 조사를 하다보니 길 잃은 펭귄 이야기가 있더라. 남극의 펭귄이 길을 잃어 적도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보고, 길 잃은 펭귄이 어디 이 한마리 뿐일까 생각되더라.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 라마를 제치고 펭귄으로 결정되었다"는 말로 이광수와 펭귄이 펼쳐낸 대폭소 케미가 나올수 있었던 과정을 설명했다.
천성일 작가는 배우 이광수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드러냈다. "감독과의 인연이 있어서 흔쾌히 출연을 약속했지만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긴 시간을 기다려줘서 너무 고마웠다. 이광수 덕에 씬스틸러로 큰 웃음을 선사해주는 '막이' 캐릭터가 만들어 질 수 있었다"며 이광수의 의리있는 면모를 공개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실감나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많은 칭찬을 받은 작품이다. 천성일 작가는 "예전에는 작가가 상상한 걸 다 못찍는게 보편적이었다. 작가들의 상상은 완벽한 그림이 아닌 하나의 이미지에 불과했는데 이번에 '해적'을 통해 상상대로 이뤄지고 오히려 상상 이상의 결과가 나올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술력이 뒷받침 되니까 이미지 디렉터들이 상상 이상을 담아냈고, 이제는 작가들이 그분들의 상상력에 기대서 작품을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며 한국영화 기술의 놀라운 발전에 대해 감탄했다.
장르를 넘나들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 천성일 작가다. 자신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냐는 질문을 하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매 작품마다 시간에 대한 해석을 가져가더라. 저에게도 그런게 있는지 찾아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며 농담을 던지며 "저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 무슨 의미를 담더라도 재미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 직업이다."라며 작가로서 지니는 소신을 밝혔다 .
그는 "힘든 시기에 개봉하는 작품이니까 몸과 마음이 해방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해적'을 통해 욕망과 안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욕망을 가지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과 이제 그만 편하게 안주하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각자의 희망을 가지고 움직이는 의적과 해적의 이야기"라며 작품에 담은 메시지를 설명했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은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김경희 /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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