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윤은 2018년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 악바리 강예서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이 역할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을 받았고, 이후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와 1인 3역이라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 경력을 쌓아온 준비된 연기자로 영화 ‘숨바꼭질’, ‘살인자의 기억법’ 등을 비롯해 ‘미성년’, ‘미드나이트’ 등에 출연한 데 이어 이번 ‘불도저에 탄 소녀’로 장편영화 첫 주연을 맡았다.
첫 주연작을 선보이는 소감으로 김혜윤은 "지금까지 TV나 휴대폰으로 제 연기를 주로 봤었는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보는데 너무 부담스럽더라. 제 얼굴이 너무 크게 나와서 낯설었고, 단점이 크게 부각되는 것 같아서 많이 부끄럽고 긴장된다"라고 밝혔다. 매 작품마다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 그녀지만 "연기 자존감이 굉장히 낮다. 제 연기를 보면 항상 아쉽고 마음에 안 드는데 이번에도 그렇더라"라며 의외의 말을 한다.
이번 영화에서 김혜윤이 선보인 캐릭터는 쉽지 않은 인물이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0대 같으면서도 감정의 진폭이 꽤 크고 그 감정을 자극하는 지점은 보통 사람들보다 아주 낮았다. 참거나, 돌아가는 방법 없이 늘 직진만 하고, 아무리 가로막아도 절대 포기하는 법 없는 일명 '노빠꾸' 캐릭터였다. 김혜윤은 "보통은 대본을 읽으면 제가 어떻게 연기할지 상상이 되는데 이 작품은 전혀 상상이 안되었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대본을 읽었고, 읽고 나니 이런 연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흔하지 않은 모습이 아이러니하면서도 매력적이더라"라며 이 작품에 매력을 느낀 포인트를 밝혔다.
김혜윤은 "사실 제가 캐스팅이 안 될 줄 알았다. 굉장히 강력하고 내면에 분노가 큰 친구였고, 제가 보이는 이미지는 이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돼서 감독님이 절 뽑아주실지 의구심이 들었는데 의외로 캐스팅이 되었다"라고 말하며 그런 캐릭터와 배우의 이미지 간의 이질감 때문에 캐스팅된 것 같다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지금껏 작품들에서 개성이 확실하고 캐릭터성이 분명한 역할을 보여줬던 김혜윤이기에 이번 작품도 그가 연기하기에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실제로 만난 김혜윤은 센 이미지와는 확연히 달랐다. 여리고 발랄하지만 조심성이 느껴지는 성격이었다. 그는 "매번 굉장한 분노를 가지고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데 촬영하면서 벅차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고비를 넘기고 나면 더 큰일이 닥치더라. 감당하기 벅찬 상황이었고 감정이었다. '이렇게 매번 화를 낸다고?' 이런 생각이 시나리오를 보며 들었었다."라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는 전혀 느끼지 못할 내적인 고충을 이야기했다.

김혜윤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지만 정말 매번 최고치로 분노를 표출하고 더 격한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히는 인물을 바라보는 건 관객의 마음도 무겁게 짓이겼다. 그는 "제가 생각했던 분노의 크기와 감독님이 바라신 분노의 크기가 차이가 있어서 사실 매 컷마다 많은 대화를 나누며 촬영을 했고 테이크도 많이 갔다. 저는 뭔가 서서히 분노가 커져가고 마지막에 감정이 최고조로 올라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의 의도는 다르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강도로 보이길 원하셨다. 촬영 때마다 감독님이 이전 장면과 비교할 수 있게 모니터도 해 주시고, 화날 수밖에 없는 '혜영'의 상황을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함께 연기한 선배님들이 자연스럽게 화가 끓어오르게 잘 표현을 해주셔서 감독님과 선배님을 믿고 연기했다"라며 현장에서의 부담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이야기했다.
김혜윤은 "살면서 이렇게 화를 내 본 적이 없었다. 화를 내도 정당한 환경이었어서 원 없이 화 내보자는 생각으로 연기를 헀다. 사실 제가 작품을 할 때마다 체력이 많이 부족해서 힘든데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굉장히 많이 화가 난다. 이 작품을 하면서도 '혜영'이는 쉽게 지치지 않는 인물인데 나에게 화나는 걸 연기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왜 이렇게 힘들지? 벅차지? 싶을 때 더 화를 내면서 연기를 했다"라며 에피소드를 고백해 소소한 웃음을 안겼다.
김혜윤을 대중적으로 알린 작품들은 공교롭게도 교복을 입고 연기한 작품들이다. 그는 "학생 연기를 많이 했지만 각각의 캐릭터가 달라서 똑같거나 비슷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은 없다. 물론 다른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캐릭터도 연기하고 싶지만 큰 바램은 없다."면서 "'해리 포터'를 굉장히 좋아해서 자주 보는데 4차원적이고 몽환적인 '루나 러브굿'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다. 20대 후반인 제 나이에 맞는 역할도 해보고 싶고, 뭐든 좋은데 다만 아이 같은 모습, 청소년의 이미지로는 안 보이길 바란다"라며 배우로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불도저에 탄 소녀'에 대해 김혜윤은 "세상의 부당함을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혜영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런 혜영이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 혜영의 분노를 보시고 시원함, 대리만족을 느끼시면 좋겠다"라며 영화를 통해 공감하고 싶은 점을 이야기했다.
갑작스러운 아빠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과 내몰린 19살의 혜영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현실 폭주 드라마 '불도저에 탄 소녀'는 4월 7일 개봉한다.
김경희 / 사진제공 I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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