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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얼굴' 서동일 감독 "다운증후군 정은혜, 10점 만점에 100점짜리 주인공" [인터뷰M]

'니얼굴' 서동일 감독 "다운증후군 정은혜, 10점 만점에 100점짜리 주인공" [인터뷰M]
입력 2022-06-16 17:17 | 수정 2022-06-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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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인 은혜씨가 문호리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나며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을 만든 서동일 감독과 주인공 정은혜 작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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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6월 2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니얼굴'은 2016년의 은혜씨가 2019년 ‘아티스트 정은혜’로 성장하기까지 3년여간의 따뜻한 여정을 담고 있다. 문호리 리버마켓의 셀러가 되어 ‘니얼굴’ 부스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얼굴을 그려주며 타고난 긍정 에너지로 경계를 허무는 은혜씨의 일상을 보여준 이 영화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을 통해 첫선을 보인 이후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 한국환경영화부문 우수상과 2021 씬라인페스트에서 인터내셔널인스퍼레이션어워드를 받으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 동안 '핑크 팰리스' '작은 여자 큰 여자 그 사이에 낀 남자' '두물머리' '명령불복종 교사' 등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왔던 서동일 감독은 어떻게 '니얼굴'을 만들게 되었을까?

    서동일 감독은 "2007년도에도 가족 다큐를 제작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은혜 씨가 15살이었다. 은혜 씨의 교육 문제, 은혜 씨 동생이 태어났을 때라 육아 문제, 가사 노동 분담의 문제, 제가 아내와 7살의 나이차가 있는데 거기서 오는 콤플렉스의 문제 등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 상황을 다룬 다큐를 만들었다. 그런데 갈등하고 싸우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촬영할 때도 너무 힘들었고 편집할 때도 너무 힘들었다. 그 이후에 '다시는 우리 가족의 삶에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겠다'라고 작정을 하고 다른 작품을 제작하고 있었다."라며 다시 가족의 이야기를 만들기 전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저희 가족이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은혜 씨의 상황을 나아지게 해보려 애썼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성인이 되었을 때 지역사회에서 갈 곳도, 할 일도 없이 방구석에서 매일 뜨개질을 하며 상상의 친구와 싸우고 소리 지르고 살 은혜 씨의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암울했다. 한편으로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도 했다."라며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고민과 일상을 이야기했다.

    여기서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으면 '니얼굴' 같은 영화나 '정은혜 작가'라는 타이틀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 그런데 정은혜 작가의 미래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어느 날 은혜 씨가 혼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더라. 그런데 그 그림의 선이나 스타일이 독특해 보이더라. 은혜 씨에게 이런 장점이, 이런 재능이 있었는데 왜 우린 그동안 몰랐을까 싶더라."라며 십수 년간 가족들도 몰라봤던 놀라운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후 사람들과 어울려 활동할 수 있는 문호리 리버마켓이라는 프리마켓에서 '니얼굴'이라는 셀러로 참여하며 본격적인 캐리커처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음을 이야기했다.

    영화 '니얼굴'의 초반부에도 자세하게 보이는데 정은혜 작가의 일터인 문호리 리버마켓은 야외에 위치한 이동형 천막으로 더위와 추위, 바람을 온몸으로 마주하며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꼬박 10시간을 고객을 상대하고 그림을 그려야 했다. 일반인도 지루할 수 있고 추위와 더위에 지치기 쉬운 상황이었지만 정은혜 작가는 그 상황을 기꺼이 감수했단다.

    서동일 감독은 "힘들다고 투덜대지 않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은혜 씨의 모습을 보면서 은혜 씨가 자기의 삶을 사로 싶어 하는구나,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 하는 구나라는 의지를 보았다. 그런 모습을 아빠의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라며 처음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응원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니얼굴'의 셀러는 은혜 씨의 일상과 마음. 삶의 태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고. 서 감독은 "중반쯤 지나니까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변화를 보여주더라. 기존에 가졌던 시선 강박에서 벗어나 당당하고 때로는 위트 넘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성장하기도 했고, 그림 실력도 아티스트적인 완성도를 보여주며 더 좋아졌다. 그때부터는 아빠가 아닌 감독의 입장에서 내가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났다는 생각도 들고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가족이 아닌 객관적인 영화감독의 입장에서 정은혜 작가의 삶을 바라보게 된 변화의 순간을 회상했다.

    문호리 리버마켓은 정은혜 작가에게 일종의 유토피아였을 거라는 서 감독은 "그전에는 은혜 씨가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지하철을 타도 늘 불편한 시선만 받았다. 시선 강박증 때문에 밤에 혼자 소리를 지르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리버마켓에서는 사람들이 은혜 씨에게 "예쁘게 그려주세요"라며 부탁을 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냥하고 따뜻한 미소를 보내줬다. 그러면서 시선으로 받았던 무수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저절로 자존감도 높아지고, 사람들과 수평적으로 당당하게 소통을 하는 은혜 씨를 보면서 예술이 발달장애인의 삶에 이런 구원이 되는구나 싶더라. 그래서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자신과 가족, 그리고 정은혜 작가가 겪은 삶의 변화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를 밝혔다.

    '니얼굴'은 기존의 장애인의 영화와는 달랐다. 서 감독은 "그동안은 장애 제도의 구조적인 이야기, 장애인이 겪는 소외나 차별, 무시를 다룬 영화들이 많았다. 장애인의 이야기는 어둡고 우울하고 불편하다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리고 특히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를 할 때는 부모가 굉장히 고생하고, 자녀도 상당히 의존하는 모습으로 보여졌다. 그런데 저는 좀 더 즐겁게 볼 수 있고 보고 나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은혜 씨의 매력을 최대한 잘 살려내고, 주체적인 인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영화를 보시고 난 분들도 그렇게 느껴주시더라."라며 영화를 보고 난 뒤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고 기분이 좋아졌다는 주변 반응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영화 포스터의 카피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니 얼굴'로 정하게 되었음도 밝혔다.

    앞서도 서술했지만 교육 현장의 문제나 환경 문제, 장애인의 성 문제 등 각종 사회 이슈를 집중 조명하는 작업을 해왔던 서 감독이었다. "그런 현장 다큐를 찍을 당시에는 사람들이 지지해 주고 응원도 해주는데 막상 영화화된 이후에는 힘든 상황을 극장까지 와서 보고 싶어 하지는 않더라. 그런 부분이 힘들고 지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은혜 씨의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너무 마음이 편하더라. 어딜 쫓아다닐 필요도 없고, 은혜 씨가 즐겁게 맞이하는 사람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다 보면 저도 힐링이 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했다"라며 작업 과정부터 결과물까지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줄 수 있는 영화 제작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끌리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서 감독은 "은혜 씨가 사람들에게 주는 긍정의 에너지가 있다. 본인이 다운증후군 외모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힘든 걸 표현할 때 "괜찮아요." "원래 그래요." "당신 멋져요." "원래 예쁜데요 뭘" 이런 식으로 긍정의 멘트들을 주고받는다. 사람들이 은혜 씨를 통해서 힐링과 위로를 많이 받아 가시더라. 그런 은혜 씨의 모습이 매력으로 보였다"라며 이번 작품 주인공의 매력을 분석했다.

    '니얼굴'의 주인공 정은혜 작가에게는 그런 매력만 있는 게 아니었다. 작품 속에서도 보이는데 시도 잘 쓰고 자신의 상황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과 만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등의 마음을 잘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기록들은 영화 속에서 노래로 들려지거나 OST로 만들어졌다. "옛 정서 발굴 밴드 '푼돈들'이 자발적으로 곡도 만들어 주셨고, 엔딩 크레디트에 들려진 곡도 은혜 씨가 리버마켓에서의 경험을 쓴 글로 만든 곡"이라며 영화 속 음악의 가사를 유심히 들어주기를 당부했다.

    서 감독은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겨 영화에 더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장애인 고용 공담에서 책을 내자고 해서 서른 컷의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 그랬다. 기존에 한두 사람을 그리는 캐리커처가 아니라 상황을 표현하는 그림이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잘 표현하더라. 그 그림을 다 그리고 난 뒤 은혜 씨가 좋아하는 선배분과 바닷가로 놀러를 갔는데 바닷가에서 두 분이 자유롭고 아름답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연출한 장면이냐고 하던데 그렇지 않다. 우연찮게 그 모습을 보고 순간 카메라를 들어 촬영했는데 그 장면이 너무 아름다웠다. 또 폐공장에서 전시회를 할 때도 은혜 씨가 혼자 자유로운 몸짓으로 춤추고 있는 걸 우연히 발견해서 카메라에 담았다."라며 우발적으로 나온 은혜 씨의 액션이 인물의 내면적인 모습까지 깊이 있게 느껴지게 한 좋은 영향을 주었다며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서 감독과 영화 이야기를 할수록 주인공 정은혜 작가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대단하다는 게 느껴졌다. 영화의 주인공으로 정은혜 씨가 10점 만점에 몇 점이냐고 물으니 "10점 만점에 100점 아닌가?"라며 웃음을 터트린다.

    서 감독은 단순히 출연 배우에게 주는 점수로만 100점을 준게 아니었다. "우리 영화의 주인공은 발달장애인이고 다운증후군이다. 우리 사회에서 은혜 씨 같은 장애인은 세상 어느 곳에도 속할 곳이 없고 경계에 서 있는 존재다. 일부러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관심 가져주는 사람도 없고, 평생 이들의 욕구들은 방치되고 무시되고, 어느 누구로부터 초대받지 못하는 삶을 사는 존재다. 은혜 씨도 20대 중반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림, 예술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러며 자신의 경계를 스스로 확장시키고 오히려 그동안 초대해 주지 않던 사람들을 자기 세계로 초대하며 세상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모습을 보였다."라며 정은혜 작가가 스스로 일구어 낸 삶의 큰 변화에 대해 놀라워하고 대견해 했다.

    서 감독의 영화 개봉에 때맞춰 tvN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서 정은혜 작가가 배우로 활약하는 모습도 노출되며 다운증후군이나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서 감독은 "노희경 작가님이 참 큰일을 하셨다. 언제 우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의 존재가 이렇게 대중적으로 관심을 받고 사랑과 주목을 받아 본 적이 있었나. 그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발달장애인의 존재를 세상 중심에 세워주셨다."라며 드라마를 통해 정은혜 작가를 세상에 알려준 노희경 작가에게 감사해 했다.

    그러며 "은혜 씨뿐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말투, 행동, 표정, 외모가 이상하고 낯설 텐데 이번 드라마와 제 영화를 통해 낯설고 불편한 요소들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미지와 인식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랍고 좋다. 제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바램도 드러냈다.

    정은혜 작가 자체가 너무나 매력적인 존재이기에 가장 가까이서 그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서 감독의 차기작은 어떤 것일지도 궁금했다. 서 감독은 "은혜 씨만의 독특한 작업세계가 있다. 보통은 작품으로만 평가하는데 작품이 나오기 이전에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보여주고 싶다는 아쉬움을 이번에 느꼈다. 작업세계에 초점을 맞춘 작품도 고민하고 있다. 또 기회가 된다면 은혜 씨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세계인의 얼굴을 그려주는 것도 계획할 수 있다. 현재는 은혜 씨에게 동료 작가가 생겼다. 12명의 작가와 같은 사무실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그게 나라에서 노동으로 인정되어서 최저시급을 받는다. 지금은 동료 작가 12명과 함께 월급을 받으며 그림 그리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예술도 노동이라는 콘셉트의 작품을 편집하고 있는 중이다"라며 사회문제를 다뤘던 다큐멘터리 감독다운 독특한 관점의 기획을 여럿 하고 있음을 예고했다.

    서 감독은 "저희 영화는 보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입니다. 저희 영화를 통해서 낯설게만 느껴졌던 발달장애인의 존재에 대해 은혜 씨를 보면서 친숙한 존재, 사랑스러운 존재로 생각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은혜 씨가 가진 매력에 푹 빠져보시길!"이라며 예비 관객들에게 영화를 홍보했다.

    예쁜 얼굴을 안 예쁘게 그려주는 캐리커처 작가 은혜 씨의 특별한 일상을 담은 영화 '니얼굴'은 6월 23일 개봉한다.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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