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빈은 '글리치'에서 안정적인 직장과 든든한 부모님,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까지 있어 평범해 보이는 '홍지효'를 연기했다. 하지만 '홍지효'에게는 특별한 점이 있었으니 오래전부터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외계인'이 보인다는 것이다. '홍지효'는 갑자기 실종된 남자친구의 행적을 쫓던 중 미확인 비행물체 갤러리에서 힌트를 얻게 되고 그 갤러리에서 중학교 때 절연한 '허보라(나나 분)'와 재회, 외계인으로부터 남자친구를 되찾기 위한 동행을 하게 되는 인물이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본능적인 느낌에 많이 의지한다는 전여빈은 "캐릭터로 잘 살수 있을 것 같고, 감독님이나 작가님을 만났을 때 더 잘 만들어 갈수 있겠다는 느낌이 중요한데 이번에도 그랬다. 10부작 중 4부까지의 대본만 받고 출연 결정을 해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효'와 갤러들과 함께 모험을 하고 달려다가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끝을 모르는 이 인물의 여정을 이상한 자신감으로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글리치'의 출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야기했다.
캐릭터들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나 불안함이 오히려 원동력이 되었다는 전여빈은 "제가 극 중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그런데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전개 때문에 어떤 계산도 없이 생생하게 작품 속 많은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라며 기존의 어떤 작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며 작품을 이야기했다.
마지막 회에 이르기 전까지 대본을 보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 들 정도였다는 전여빈은 "'허보라'를 연기한 나나와 서로 '믿을 수 있을 거 같아?'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했다. 어떤 글이 쓰여있더라도 그걸 흡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달려나갔던 작품이지만 '보라'와 '지효'의 버디물에 가깝다고 생각을 했었다. '지효' 혼자만의 여행이 아닌 둘의 내면을 향해 떠나는 여행이고, 끝에 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끝에 도착을 해봐야 여정이 완성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결국 10부 마지막 회를 찍으면서는 '우리의 모험이 이렇게 끝났구나. 우리는 또 잘 살아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외계인, 외계인을 추적하는 사람들, 외계인의 믿는 사람들로 인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온갖 경험을 하게 되는 '글리치'를 '홍지효'와 '허보라'의 버디물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며 전여빈은 "'지효'를 보며 느낀 건 외계인은 아주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마음속에 외계인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누구나 도저히 풀리지 않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지효'는 그걸 무던히 묻어놓고 싶어 했는데 어느 순간 그걸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거고 그래서 그걸 뚫고 나갔던 거 같다."라며 내면적인 문제를 끝까지 헤집어본 '지효'를 대신해 설명했다.
전여빈이 품고 있는 외계인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한 단어로 정의하기엔 너무 내밀하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자기만의 역사나 과거가 있지 않나? 남에게 확실하게 드러내지 못할 엉뚱한 부분이 될 수도 있고"라며 "저는 학창 시절에 자기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괜찮은 척하려는 사람이었는데 연기 학원에 가서 울어도 보고 웃어도 보고 지문에 쓰여있는 대로 나를 맡겨 보니 엄청난 해소가 되고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더라. 이런 나의 경험이 와닿는 말일지는 모르겠으나 가슴속에 '지효'처럼 외계인 하나씩 갖고 있는 분들께 "괜찮아요. 당신 안에 외계인이 있어도, 우리 모두 다 이상한 사람일수 있어요. 하지만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라며 '글리치'를 보고 공감하는 시청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전했다.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가 흔적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 '글리치'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수 있다.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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