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본 약 1,200만 원 만으로 주택 4채를 구입한 김모씨는 늘어난 대출 이자로 심란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택 구매 당시 집값 대부분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과 대출로 충당한 그는 한 달 수입의 약 78%를 모두 대출 이자 갚는 데 사용하느라 부업 아르바이트까지 겸하고 있다. 부채를 해결하고자 집을 내놓아도 부동산 거래절벽으로 팔리지 않으니 대출을 갚을 수도 없는 상황. 게다가 내년엔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야 하기에 추가로 대출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친구랑 우스갯소리로 ‘버스 지나갔는데 택시 타고 쫓아간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그래도 속으로는 부동산 심리가 금방 꺼지진 않겠지 싶었죠. 왜냐하면 단계적으로 계속 올라가는 걸 봤었기 때문에. 근데 그 모든 게 잘못된 생각이었던 거죠." - 2021년 주택 4채를 매수한 김모씨
집값이 최고가를 찍었던 작년, 영끌로 아파트를 구매한 최모씨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파트 매매 당시 절반 이상을 대출받은 최 씨는 소득의 절반이 원리금 상환에 쓰이고 있어 1년 넘게 강도 높은 생활비 긴축을 이어가고 있다.
"술도 부모님이 갖다 주셨어요. 제 돈으로는 안 사요. 회식 때 먹는 걸로 참자 이러고 있어요. ??? 작년까진 전세 월세 사는 애들이 되게 위축됐으면 지금 걔네가 승자고 집 산 저 같은 사람은 바보고." - 2021년 아파트를 '영끌' 매수한 최모씨
부동산 거품으로 늘어난 대출 규모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올 3분기 기준 1,870조 원을 넘으며 가계부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폭탄은 따로 있었다. 바로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보증금 제도이다. 가계부채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전세보증금 880조 원을 함께 계산하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거대한 규모의 가계부채가 금리 상승 추세, 부동산 하락장과 맞물리게 되면 집을 팔아도 부채를 해결할 수 없는 '깡통주택' 난이 발생할 거라는 위험성을 제기했다.
“내가 사들인 자산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냉정하게 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자산을 비우고 갈지에 대해서 한 번 냉정한 검토를 해 보는 게 첫 번째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 오건영 신한은행 WM그룹 부부장
MBC PD수첩 <거품붕괴 2부-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는 오는 13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이호영 / 사진출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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