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튜브가 발표한 '2022년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TOP 10'에는 '숏박스'가 1위에 올랐다. 올해 1월 기준 2만여 명에 불과했던 구독자 수는 이날(14일) 기준 234만 명에 달한다. 1년도 채 안 돼 구독자가 100배 오른 것.
'숏박스'는 KBS 공채 코미디언 출신 김원훈, 조진세, 엄지윤이 뭉쳐 기획한 스케치코미디 채널. 과장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리얼하게 재현하고, 연인·남매·친구 등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순간을 코믹스럽게 표현하며 뭇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뒤를 잇는 건 구독자 145만 명의 너덜트(2위)다. '숏박스'와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흔히 접해봤을 사건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코미디 열풍 선봉에 위치해있다.
올해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전년도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2위를 기록했던 '피식대학'은 여전히 유튜브 코미디 계의 대표 주자다. 지난해 부캐 열풍을 이끈 선두주자 격 채널로, 'B대면데이트', '한사랑 산악회', '05학번이즈백' 등 다양한 상황극 콘텐츠들로 사랑받고 있다.
◆ '개콘' 폐지 2년, 유튜브서 찾은 활로
폐허가 된 땅에 새순이 돋아나듯,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브 코미디의 성공은 이들의 둥지였던 KBS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 종영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20년 폐지된 '개콘'은 공개 코미디의 종언과도 같은 사건이었고, 코미디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숏박스' 멤버 엄지윤은 iMBC연예와 가진 인터뷰에서 "('개콘' 폐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막상 폐지되고 무대가 없으니까 '어떻게 해야 되지' 막막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들이 주축이 된 국내 최초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도 닻을 올렸다. '숏박스'를 비롯해 '피식대학', '빵송국', '나몰라패밀리' 등 내로라하는 유튜브 코미디 스타들이 이곳 소속이다.
멍석이 깔리자, 훨훨 날았다. 트렌드를 좇던 코미디언들이 곧 트렌드가 됐다. 이들이 구축한 코미디 세계관은 방송 프로그램으로도 꾸준히 진출하며 본캐보다 유명한 부캐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개콘' 폐지 후 "한국 코미디는 망했다"며 자조하던 이들에게 알리는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 '서준맘'→'다나카', 떠오르는 유튜브 코미디 신성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일상 스케치와 각종 부캐들의 코미디 향연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대세로 떠오르는 코미디언 부캐 중엔 '피식대학'의 콘텐츠 중 하나인 '05학번 이즈 히어'에 등장하는 '서준맘'이 있다. 코미디언 박세미가 수도권 신도시 젊은 주부들의 일상을 리얼하게 묘사한 캐릭터다.
올 하반기부터 공개되기 시작한 '서준맘'은 맘카페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진짜 주변에 있는 엄마들 같다"는 반응과 함께 각 영상마다 조회수 100만여 회를 넘기고 있다.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일본인의 모습을 리얼하게 구사하고, 세기말 Y2K 패션((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하던 패션)을 완벽 소화하며 웃음을 주고 있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다나카 연기를) 4년 동안 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다나카로 활동하면서 내가 행복하니까 '언젠간 반응이 오겠지' 믿으며 4년을 버텼다"고 밝히기도.
진짜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리얼한 연기를 앞세워, 어느덧 대세 트렌드로 자리 잡은 유튜브 코미디. 팍팍하고 답답한 일상을 코미디로 유쾌하게 승화시키길 원하는 대중의 니즈를 제대로 저격했다.
백승훈 / 사진제공 MBC, 메타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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