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화계의 첫 쌍천만 감독인 윤제균 감독을 만났다. 2009년 '해운대' 2014년 '국제시장'으로 1132만, 1426만 관객을 동원했던 윤제균 감독은 한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탁월한 연출력과 흡인력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보여 왔다. 최근에는 '히말라야' '공조' '협상' '담보' 등의 작품의 제작에 주력하던 윤제균 감독은 8년만에 신작 '영웅'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장르에 대한민국의 영웅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아 돌아왔다.

우리나라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의 공연을 보고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는 윤제균 감독은 "저 뿐 아니라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에 동기부여를 받을 것이다. 저도 뮤지컬 영화가 힘들 거라는 걸 충분히 알았지만 우리나라 오리지널 뮤지컬로는 최초의 작업이라는 것에 굉장히 매력을 느꼈다."라며 엄청난 고생을 예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그는 "단순히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였다면 뮤지컬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연을 보고 영화화를 결심했기에 당연히 뮤지컬 영화여야 했다."라고 뮤지컬 장르를 선택한 이유를 분명히 하며 "공연을 보며 저는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의 관계보다는 안중근과 조마리아 여사, 모자 관계가 더 마음이 움직였다. 관객으로서 공연 중 조마리아 여사가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야'를 부를 때 오열했었는데 그때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 영화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라고 언급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윤제균 감독은 오리지널 뮤지컬로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하면서 두 가지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는 "첫 번째 목표는 뮤지컬을 본 사람들이 영화를 봤을 때 실망하지 않게 할 것. 두 번째 목표는 전 세계 시장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작품을 내놓겠다는 것. 이 두 가지였다."라며 연출자로서의 목표를 밝혔다. 그러며 "이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조건 배우들의 노래를 라이브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결정을 했고, 그 순간 모든 고통이 시작되었다"라며 말로만 들어도 혀를 내두르게 되는 험난했던 제작 과정을 공개했다.
라이브로 배우들의 노래를 녹음하는 게 뭐가 그리 힘들었을까 싶었는데 윤제균 감독의 설명을 듣고 보니 두 번 다시는 못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촬영하는 내내 후시 녹음을 할껄이라는 후회 아닌 후회를 했었다. 라이브는 대부분 롱테이크를 갔는데 극 중에 나오는 모든 노래가 감정이 격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3~4분이 되는 노래를 격정적으로 3~4번까지 부르게 되면 배우들이 탈진을 하고 그 이상 부르는데도 오케이를 안 하면 짜증도 내더라. 그런데 노래가 너무 좋은데 연기가 진정성이 안 느껴지거나, 연기가 너무 좋은데 노래 중간에 음이 탈이 나는 걸 현장 분위기 좋자고 오케이를 할 수가 없었다. 관객의 만족감과 글로벌 만족감을 위해서라면 테이크를 더 갈 수밖에 없었다."라며 배우들이 엄청난 고생을 했음을 알렸다.
라이브 녹음을 하며 고생한 건 배우들뿐만이 아니었다. "겨울에 촬영을 많이 했는데 세트장 안에서는 소음 때문에 파카를 입을 수 없었다. 플리스 소재는 괜찮았는데 인원이 많다 보니 일부러 그 옷을 사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배정남이 200벌 협찬을 받아온 덕에 다 같이 플리스를 입고 촬영할 수 있었다. 수백 평 되는 세트 바닥에 발자국 소리 때문에 모든 스태프들의 신발은 헝겊으로 감싸야 했고 바닥은 담요를 깔았다. '설희'의 장면은 강풍기를 쏴야 하는데 강풍기 소음도 엄청나서 세트장 밖 50m 거리에 강풍기를 틀고 지름이 넓은 호스를 100m 연결해서 바람만 배우 앞에서 틀었었다. 야외는 더 심했다. 야외는 벌레 소리 때문에 촬영 전날 스태프들이 방역을 해야 했고 아주 멀리에서부터 차량을 통제해 생활 잡음이 들어가지 않게 해야 했다."라며 세트촬영이거나 야외 촬영이거나 소리 때문에 모든 스태프들이 엄청난 고충 속에서 작업을 했었다는 사연도 전했다.

윤제균 감독은 "그럴 때마다 얼마나 라이브 녹음으로 결정한 게 후회가 되던지! 일반 촬영보다 촬영 시간이 3배 이상 더 들었고, 시간은 곧 돈이었다. 처음 영화 제작을 결정할 때 세웠던 목표를 위해 저 뿐 아니라 배우, 스태프가 정말 최선을 다했고 진짜 너무 감사했다."라며 완성도 높은 장면의 공을 함께 작업한 사람들에게 돌렸다.
그냥 이 정도로 고생하며 만든 영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윤제균 감독의 완성도에 대한 집념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가장 오래 촬영한 장면이 무어냐는 질문에서 윤제균 감독은 정성화, 김고은 심지어 나문희 배우까지 한 곡의 촬영을 위해 한 번에 열몇 번의 테이크 씩 며칠을 재촬영했다며 엄청났던 과정을 이야기했다.

"정성화가 마지막에 부른 '장부가'는 원래 촬영에서 열몇 번의 테이크를 가서 오케이를 냈는데 편집하고 후반작업하는데 조금 아쉽더라. 그래서 정성화를 불러 재촬영을 했다. 그때 이미 촬영이 다 끝났을 때라 정성화도 식단 관리를 그만두고 공연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다시 일주일 만에 체중 감량을 하고 와 또 열몇 번의 테이크를 갔다. 저희 영화가 후반 작업 시간이 길었는데 편집하고 믹싱을 하면서 보니 1%가 아쉬워서 또다시 재촬영을 했다. 정성화는 그 장면을 총 3번 촬영을 했고 영화에 담긴 건 마지막에 촬영한 장면이었다. 그 노래는 30번을 훌쩍 넘게 부르고 촬영해서 만들었다."라며 재촬영을 2번이나 더 해 만족스러운 장면을 만들어 낸 윤제균 감독도, 2번의 재촬영 때마다 체중 감량을 하고 촬영 당시의 컨디션을 만들어 와 노래를 했던 정성화도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김고은도 재촬영에서 피해나갈 수 없었다. 기차에서의 마지막 촬영도 본 촬영에서 오케이를 했지만 편집할 때 보니 아쉬워서 한 달 넘는 시간을 들여 프리 비주얼 작업을 하고, 완벽하게 액션이나 동작이 계산된 장면으로 새롭게 만들어 냈음을 이야기하며 윤제균 감독은 "너무 바쁜 배우여서 일정을 빼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원 씬 원 테이크라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오케이를 낼 수 없었다. 그 장면을 찍고 거의 김고은이 탈진을 했다."라며 어떤 장면을 어떻게 촬영했는지를 설명했다.

연기 경력 60년이 넘는 나문희도 윤제균 감독의 호출을 받고 재촬영을 했다고. 20년 넘게 나문희의 매니지먼트를 봐주는 매니저는 "이렇게 테이크를 많이 가며 촬영하는 건 20년 동안 본 적이 없다"라는 말을 했다고도 전했다. 그러며 "원래 그 장면이 형무소 벽에서 걸어가며 부르는 장면이었는데 그때는 나문희 선생님이 당신이 마음에 안 든다며 테이크를 계속 가셨다. 그런데 편집하면서 너무 아쉬워서 결국 선생님께 무릎을 꿇고 재촬영을 해야겠다고 말씀드렸다. 형무소 벽이 아닌 방 안에서 배냇저고리를 않고 부르는 장면으로 변경해서 그것도 열몇 번의 테이크를 가 만들어냈다"라며 관객의 눈물샘을 통제 불가로 만드는 장면의 탄생 비하인드를 밝혔다.
윤제균 감독은 "저도 태어나서 재촬영을 이렇게 많이 한 적은 없었다."라며 20여 년간 연출하며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이번 작품에서 해 봤다는 이야기를 했다.
윤제균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의 연출에만 신경을 쓴 건 아니었다. 그는 "장면 전환에 신경을 많이 썼다. 뮤지컬은 챕터가 넘어갈 때 암 전이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영화는 그럴 수가 없어서 장면 전환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영화적 재미를 주려고 비주얼 팀과 한 달 넘게 장면전환을 연구했다. 수백 개가 넘는 영상을 뒤져보며 가장 효과적인 걸 찾아내려 했다. 그래서 물 잔에서 연못으로 바뀐다거나 손수건으로 렌즈를 덮는 걸로 암전을 대신하는 등의 연출을 했다. 쉬운 길을 가지 않으려 했다. 어렵더라도 관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게 하려고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라며 어느 한 장면도 쉽게 넘어가지 않고 공들여 만들었음을 밝혔다.
과연 이 시대에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는 어떤 메시지를 주는 걸까? 윤제균 감독은 "지금은 모두가 힘든 시기다. 각자의 자리에서 힘겹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견뎌내고 계신 국민들이 다 영웅이라 생각한다.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위안이 되면 좋겠다."라며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했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 '영웅'은 12월 21일 개봉한다.
김경희 / 사진제공 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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