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하던 중 추락한 공군 F-5E 전투기 조종사가 탈출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3일 공군에 따르면, 29살 故 심정민 소령은 지난 11일 기체 추락 당시 민가 피해를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사투를 벌였던 정황이 사고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공군에 따르면 고인이 조종하던 F-5E는 지난 11일 경기 수원기지에서 이륙 후 상승하던 중 항공기 좌우 엔진화재 경고등이 켜지면서 기체가 급강하했습니다.
심 소령은 당시 관제탑과 교신에서 두 차례 '이젝트(탈출)'를 선언하며 비상탈출 절차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끝내 탈출을 하지 않고 기체와 함께 그대로 추락했습니다.
추락 지점은 주택이 몇 채 있는 마을과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곳.
공군은 심 소령이 민가 쪽으로 전투기가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야산 쪽으로 기수를 돌리면서 끝까지 조종간을 붙들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특히 심 소령이 비상탈출을 선언하고 추락하기까지는 10초 가량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10초면 조종사가 비상탈출 장치를 작동시켜 탈출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공군은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선 비상탈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공군은 해당 전투기 비상탈출 장치는 지난 2013년 교체한 신형으로, 이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비상탈출 장치를 작동하기만 했다면 곧바로 탈출할 수 있었는데도, 작동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 같은 정황은 해당 전투기의 비행기록장치를 통해서도 확인됐습니다.
당시 기체가 급강하하던 순간, 심 소령이 마지막까지 조종간을 잡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던 상황이 비행기록 장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고 공군은 전했습니다.
"언제까지나 전투 조종사로 살고 싶다"
이제 막 가정을 꾸린 결혼 1년 차인 심 소령.
고인은 "나는 언제까지나 전투 조종사로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공사 64기로 지난 2016년 임관한 심 소령은 경량급 전투기인 F-5를 주기종으로, 5년간 조종 임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학생 조종사 시절부터 비행 연구에 매진해 비행훈련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고, 전투 조종사로서의 기량도 뛰어났습니다.
작년 11월 호국훈련에서는 유공자 표창도 받았습니다.
동료들은 고인에 대해 "하늘을 사랑하고 공군임을 자랑스러워했던 모범적인 군인이었다"며 애도했습니다.
공군은 고인의 계급을 대위에서 소령으로 추서했습니다.
심 소령의 영결식은 내일(14일) 오전 9시 소속부대인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엄수됩니다.
영결식은 유족과 동료 조종사 및 부대 장병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으로 치러지며, 유해는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