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의 확장 개축 계획을 밝히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이 치솟고 있습니다.
김정은 찾은 서해위성발사장‥"ICBM 기술 실험 성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시찰하며 개건을 지시한 동창리 서해위성 발사장은 북한 대륙간탄도비사일과 장거리 로켓 개발의 성지로 꼽히는 곳입니다.
김 위원장은 서해위성 발사장에 다목적 위성 발사를 위한 시설 현대화와 연료 주입시설, 야외발사 참관장 신설 등을 지시했습니다.
과거에도 화성-15형, 화성-14형, 화성 12형 등 3종류의 ICBM급 미사일을 개발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미사일 제조시설이 있는 평양 산음동 연구단지와 함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 축적에 크게 기여한 전략적 장소인 셈입니다.
김정은, '3.18 혁명' 극찬‥과학자 업어주기도
2012년 4월 처음 공개된 북한 최초의 ICBM인 화성 13형의 엔진 연료 시험오 2013년 중순부터 동창리에서 진행됐고 2017년 3월에는 신형 엔진 연소시험도 진행했습니다.
당시 시험장을 참관한 김정은 위원장은 '3.18' 혁명으로 극찾하며 과학자들을 업어주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2016년 9월 '백두산계열'의 신형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엔진 분출시험과 2012년 4월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 3호' 장거리 로켓 발사, 같은 해 12월 은하 3호 재발사, 2016년 2월 '광명성호'를 발사 등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이뤄졌다.
북한, 핵·미사일 속도내나?‥'우주·정찰위성'은 명분
한편,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에도 새 건물이 들어서고 기존 건물을 수리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1월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시사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려는 사전 포석으로 읽힙니다.
북한은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평양정상회담에서 동창리 시험장의 완전한 해체와 파괴를 검증하기 위해 국제전문가들을 초청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해 5월에는 외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의 일부 갱도를 폭파했습니다.
이는 같은 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핵실험장 폐기를 천명한 데 따른 조처였습니다.
동창리 확장·풍계리 복구‥추가 도발 준비?
그러나 동창리 서해위성 발사장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며 해체를 약속했다 북한이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에 본격적으로 복구 움직임을 보이다 이번에 리모델링 지시까지 내려온 겁니다.
이후 리모델링을 지시하며 추가도발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도 새 건물이 들어서는 등 일련의 움직임은 이런 약속과 행동을 없는 것으로 되돌리고, 핵·미사일 고강도 도발을 감행하려는 징후로 여겨집니다.
"국내 대선 끝‥긴장 수위 높이려는 의도"
특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 결정이 난 직후부터 북한이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데도 일정한 목적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2018년 북미정상회담에도 미국으로부터 끝내 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를 받아내지 못했던 북한이 모라토리엄 파기 임박 분위기를 조성해 미국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북한이 한 번에 ICBM을 발사하는 게 아니라 도발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쓰고 있다"며 "이는 지금 '당장' 모라토리엄을 철회하겠다는 게 아니라 미국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압박해 자신들의 손을 잡아달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에 몰두하는 미국에 외교적 압박 의도"
또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외교적 딜레마에 빠진 미국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만약 ICBM을 쏘려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주목도가 높을 때 쏴야 하는데 지금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모든 외교적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며 "북한이 최근 일련의 도발로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우크라 사태로 핵·미사일 강화 집착?
그러나 북한의 마이웨이식 핵·미사일 무력 강화 일환이란 분석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보면서 체제 안전을 위해 핵·미사일 강화에 더욱 집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노동당 대회에서 미국 본토까지 포함되는 1만5천㎞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를 비롯해 수중 및 지상 고체엔진 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극초음속 무기 도입,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을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런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동창리 발사장 확장과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에 나섰다는 겁니다.
군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시점과 관련,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과 4월 중 예상되는 한미연합훈련 계기를 주목합니다.
"조만간 새로운 ICBM 발사할 수도"
글렌 밴허크 미국 북부사령관은 현지시간 8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조만간 새로운 ICBM 시험 발사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밴허크 사령관은 "북한은 2020년 10월 새로운 ICBM을 공개했다"며 "그것은 2017년에 마지막으로 시험한 것보다 훨씬 더 역량을 갖춘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양무진 교수는 "내부적으로는 태양절을 기념해 축포를 쏘고 외부적으로는 미국을 압박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박원곤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서방 자유주의 체제 대 러시아, 중국 등 권위주의 체제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며 "북한이 ICBM을 쏘는 순간 세계는 북한을 전방위적으로 강력히 제재할 텐데, 그게 미국과 협상을 원하는 북한이 원하던 모습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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