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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남효정

2030 여성 "우리는 민주당 집토끼가 아니라 호랑이다"

2030 여성 "우리는 민주당 집토끼가 아니라 호랑이다"
입력 2022-04-01 10:17 | 수정 2022-04-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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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 여성 "우리는 민주당 집토끼가 아니라 호랑이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대선 후 민주당 2030 여성 당원 입당 폭증 이유는?]

    지난 대통령선거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2030 여성들의 입당이 이례적으로 폭증했습니다.

    민주당 서울특별시당은 "지난 대선 직후인 3월 10~11일 이틀 동안 온라인으로 입당한 사람이 1만 1천여 명에 달하는데, 여성이 80%에 육박하고, 특히 2030세대 여성이 절반 이상"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2030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를 열고 2030 여성들이 왜 이런 지지를 보내는 것인지 그 의미를 해석하고 정치참여를 보장하는 방법을 분석했습니다.
    2030 여성 "우리는 민주당 집토끼가 아니라 호랑이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나를 배제한다'는 두려움이 20대 여성을 투표장으로]

    토론에 참석한 '20대 여자'의 공저자 김은지 시사IN 기자는 지난 대선이 끝난 뒤 시민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선거가 20대에겐 '젠더선거'였다고 말했습니다.

    김 기자는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나를 정치·사회적으로 배제하려 한다는 두려움'이 20대 여성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극에 달한 국민의힘의 젠더 갈라치기에 대항해 이를 막기 위한 심판적 성격의 투표"였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책 저자 김다은 시사IN 기자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성장, 편의점 포스터 남성혐오 논란 등 "20대 남성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일은 많이 있었다"며 이들의 결집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넘어서 혐오로 강력히 부상했다고 했습니다.

    김 기자는 특히 이번 조사에서 "'한국 여성이 성범죄를 당할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20대 남성 10명 중 6명은 '과장한다, 엄살부린다'고 답한 반면 20대 여성은 단 한 명도 그렇게 말한 사람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기자는 이런 감수성의 차이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다며, "윤석열 후보가 무고죄 폐지를 강력히 꺼내온 이유가 바로 이런 20대 남성들의 니즈를 정확히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대녀'는 누구인가?]

    이번 선거는 한국 정치 역사에서 거의 처음으로 '젠더' 이슈가 전면에 등장한 선거였습니다.

    소위 '이대남'에 이어 '이대녀'들도 "막판에 결집했다"며 선거 후반기에 주목을 받았죠.

    20대 여성들을 '부유하는 심판자'라고 지칭한 김은지 기자는 정치에 관심 있고 열의는 있지만 소속감을 가지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없다는 점에서 이렇게 이름붙였다고 했습니다.

    김다은 기자는 20대 여성들이 이념화되어 있진 않지만 새로운 진보의 가치를 발견하고 있는 게 20대 여성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들이 저 사람들이 집권했을 때 여성 동료들이 더 많은 죽음에 노출되겠다는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서복경 교수는 2030 여성들이 이재명 후보에게 몰린 건 맞지만, 원래 투표를 안 하려고 했다는 건 틀린 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15년 이후로 20대 여성들의 청원캠페인, 후원 등 '정치적 관심 표현'은 꾸준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겁니다. 서 교수는 "믿을만한 정당이 없었고 후보한테 마음을 주기가 힘들어서 끝까지 지켜본 것"이라며 2030 투표율이 "훅 떨어졌다가 갑자기 결집했다는 다이나믹한 묘사는 현실에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잼칠라'와 '재명아빠'‥2030 여성의 팬덤정치?]

    대선 뒤 나타난 또 하나의 흥미로운 현상은 2030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귀여운 동물인 친칠라에 빗대어 '잼칠라'라고 하거나, 본인은 '개딸' 이 고문은 '재명아빠'로 호칭하는 등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문화입니다.

    '더가능연구소' 대표 서복경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2030 대중 문화가 정치에 유입된 것이지 그 자체로 찬반을 논할 수 없다며 "걱정하는 분들은 문화충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교수는 "민주당이 그간 2030 여성 시민들과 소통을 많이 안 했다"며 2030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가르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주고, 친절히 알려주며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는 2030 여성들에게 '팬덤 정치'라는 일종의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라며 비판적인 분석을 내놨습니다.

    박 기자는 "청년 여성들이 정치를 하기 힘든 배타적 정치 구조가 2030 여성들의 역할을 단순히 팬이나 지지자로 국한시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건 취준생과 비정규직이 많은 2030 여성"이라며 이들의 지지에 취해있기만 할게 아니라,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2030 남성까지 포괄하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030 여성 "우리는 민주당 집토끼가 아니라 호랑이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박지현, 2030 여성, 물러설 곳 없어 민주당 지지]

    토론회에 참석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2030 여성들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간절한 심정으로 민주당을 지지했고, 투표 마지막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표를 모았다"며 "민주당은 아쉽게 졌지만, 우리 여성들은 선거 역사상 매우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 대해 "차별과 혐오의 정치가 우리 2030 여성들을 한없이 움츠리게 했다"면서도 "2030 여성들이 이제 대한민국 변화의 주역이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확인한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30 여성의 민주당 입당 급증을 두고는 "혐오와 차별을 뚫고 지금 우리 여성들이 일어서고, 여성들의 희망행진이 시작됐다"며 "우리 2030 여성들이 분열과 갈등에 맞서 포용과 통합의 정치를 대한민국에 심는 주역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30 여성, 민주당에 '집토끼' 아니라 '호랑이'다]

    이 토론회를 위해 지난 28일부터 2030여성 당원 및 지지자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이틀 만에 1,700여 개에 달하는 의견이 접수됐습니다.

    권인숙 의원은 "2030여성 당원 및 지지자들과의 소통이 더 활발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 의견을 받았다"면서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에 대한 2030 여성들의 기대와 관심이 높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토론회에 참여한 2030 여성들은 "우리는 집토끼가 아니라 호랑이다", "2030여성을 관람객이 아닌 경기장에 내려온 플레이어로 인정했다"는 등의 실시간 댓글을 달았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장경태 의원은 "청년들과 소통하고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내부의 젊고 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2030 목소리를 반영할 제도와 기구를 만들어달라고 당에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2030 여성을 대변하는 정치, 앞으로 어떻게?]

    '민주당이 잘해서 지지한 건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 앞에서 박홍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2030 여성들이 요구하는 변화에 대한 의지를 제대로 수용하겠다"며 "민주당이 정말 철저하게 쇄신하고 변화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토론회를 주최한 권인숙 의원도 "당내에 성평등 의제에 관심 있고 참여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의 숫자가 남녀 의원을 가리지 않고 많다"며, "청년·여성과 함께하는 소통 플랫폼을 만들자는 움직임도 있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앞으로 큰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2030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를 할 수 있을지는 다가오는 6.1 지방선거가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청년·여성 공천 30%룰'을 지키면서 정치신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단은 공천 비율을 최대한 맞추고 꼼꼼하게 검증하겠다며 주 3회 회의를 열면서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령 인구가 많은 농·어촌 등 일부 지역에서는 청년·여성에 30%를 할당하기 어렵다, 당선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는 등의 현실론의 벽 앞에서, 민주당이 어떤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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