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패한 뒤 정계 은퇴까지 고심했던 그는 평생 꿈꿔왔던 개혁보수의 정치를 경기도에서 펼쳐보겠다는 도지사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개혁보수의 상징으로 불리는 유승민 전 의원의 정치인생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2015년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며 정부 정책을 용감하게 지적했지만, 그로 인해 미운털이 박혀 결국 집권당 원내대표 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정치적 결단과 고비 때마다 언론 앞에 서는 유승민 전 의원의 모습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렌지색 넥타이입니다.
그의 오렌지색 넥타이에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8년째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는 순간마다 같은 넥타이를 착용하는 점으로 미뤄볼 때 유승민 전 의원에게 넥타이의 의미는 '패션의 완성'보다 '결기의 상징'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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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정장 패션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은 화려한 유행의 최전선에 서기 보다는 튀지 않는 차림- 보수적인 감색, 회색, 검정색 정장을 선호합니다. 슈트핏에서 별 차별성을 내기는 어렵고 결국 얼굴 바로 아래에 생기는 삼각형 공간, '브이존'(V-zone)'에서 스타일링 포인트와 개성을 나타내야 합니다. 셔츠는 간혹 연한 하늘색이나 분홍색을 입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흰색을 택하다보니, 결국 남성 정장 패션을 완성하고 첫인상을 결정하는 역할은 넥타이가 맡게 된 겁니다.
정치의 무대에서 넥타이는 단순한 패션 소품이 아닙니다.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은 대선 마지막 3차 TV 토론회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넥타이를 매고 나왔습니다. 선거운동 내내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했던 그였지만 투표를 앞두고는 친문 지지층 결집을 위해 넥타이로 '문심' 메시지를 던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재명 상임고문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된 직후 청와대로 초청해 차담회를 한 뒤 넥타이를 선물했는데요, 이 고문은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때도 이 넥타이를 착용했습니다. 이쯤되면 이 넥타이는 '문심'의 상징이 된 셈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명 상임고문에게 건넨 것과 똑같은 넥타이를 윤석열 당선인에게도 선물했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28일이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대선이 치러진 지 19일 만에야 지각 회동을 했습니다. 사전에 양측의 기싸움과 신경전이 꽤 길긴 했지만 3시간 가까운 만찬을 한 뒤 문 대통령은 "꼭 성공하길 바란다"는 덕담과 함께 윤 당선인에게 이 넥타이를 건넸다고 합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기간 동안 문재인 정부를 실패한 정권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문재인 대통령이 선물한 넥타이를 과연 착용할지, 한다면 언제, 어떤 순간이 될 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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