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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실세'를 통일부 장관으로 찍은 이유는?

'정권 실세'를 통일부 장관으로 찍은 이유는?
입력 2022-04-13 13:27 | 수정 2022-04-1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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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 실세'를 통일부 장관으로 찍은 이유는?

    사진 제공: 연합뉴스

    새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이 지목됐습니다.

    보수 정권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통일부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축소될 거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실세 중의 실세'라 불리는 권 부위원장을 새 통일부 수장으로 지명하는 예상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겁니다.

    권영세 vs 이준석 논쟁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볼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7월 벌어진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간의 논쟁입니다.

    시작은 이준석 대표였습니다.

    여성가족부와 함께 통일부를 폐지를 검토해야할 부처로 지목한 겁니다.
    '정권 실세'를 통일부 장관으로 찍은 이유는?

    사진 제공: 연합뉴스

    당시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는 특임부처이고 생긴 지 20년이 넘은 부처들이기 때문에 그 특별 임무에 대한 평가를 할 때가 됐다"라며 "이들 부서는 수명이 다했거나 역할이 없는 부처들이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통일부에 대해서는 "외교의 업무와 통일의 업무가 분리된 게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일 수 있다"며 외교부의 통일부 흡수론을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민주당에서는 "통일되지 않으니 통일부를 폐지하자는 이 대표의 반헌법적인 발상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준석 대표를 정면 비판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었습니다.

    권영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은 수학이 아니다. 쓸데없이 반통일세력의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정면에서 반박하기보다는 조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 평가받는 권 의원의 평소 성향과 대비되는 정면 비판이었습니다.

    권 의원은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MB정부 초기 일부 인사가 통일부 업무를 '인수분해'해보니 각 부처에 다 나눠줄 수 있고 따라서 통일부는 폐지가 마땅하다는 말을 해서 경악을 했는데 다시 통일부 무용론이 나오니 당혹스럽다."

    "이 정부 통일부가 한심한 일만 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없애는 건 아니다. 우리가 집권해서 제대로 하면 된다."

    물론 이때는 권 의원 스스로도 9개월 뒤 자신이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지는 몰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 권 의원의 발언 덕에 통일부는 존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함께 폐지 대상으로 거론된 여성가족부가 지금까지도 그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정권 실세'를 통일부 장관으로 찍은 이유는?

    사진 제공: 연합뉴스

    실세 장관 등장에 힘 받는 통일부

    한때 존폐를 걱정했던 통일부는 실세 장관의 등장으로 다시 힘을 받고 있습니다.

    곧 여당이 될 정당의 4선 중진 국회의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중앙선대위 선거대책본부장.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몇 가지 이력만 봐도 권 의원이 새 정부의 실세라는 점은 금세 확인됩니다.

    이제 관심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곧 장관이 될 그가 어떤 대북정책을 내놓을 것인가에 있습니다.

    몇 가지 힌트는 있습니다.

    우선 그는 독일의 통일정책을 본보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그가 이준석 대표의 통일부 폐지 주장을 반박하며 남긴 글 중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의 분단극복과정에서 가장 좋은 모델은 결국 동서독 통일사례다. 그 중에서도 우리와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서독정부의 행태가 우리에게 최적의 모델이 될 것이다."

    권 의원은 과거 검사 시절 독일에 파견을 나가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때의 경험 때문인지 평소 독일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2010년에는 '서독 기민·기사당의 동방정책'이란 책도 번역했습니다.

    언론에 '권영세의 독일 통일이야기'란 칼럼도 여러 차례 기고했습니다.

    지속적인 교류와 개방을 통해 동독의 문을 연 서독의 통일정책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대목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6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주중대사로 근무한 경력도 눈에 띕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중요한 만큼 중국과의 대북정책 공조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권 실세'를 통일부 장관으로 찍은 이유는?
    군사적 긴장 국면, 첫 고비 잘 넘길까

    하지만 권영세 장관 후보자 앞에 놓인 상황은 순탄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북한의 도발로 인해 군사적 긴장이 크게 고조된 상황이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함경북도에 위치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시설 복구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진보 정권에 비해 보수 정권에서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 크고 강한 만큼 실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통일부의 입지가 크게 축소될 우려가 있습니다. 실세 장관이 부임한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지난달 통일부의 업무보고를 받은 뒤 미세먼지·기후변화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남북간 협력을 추진하는 ‘그린 데탕트’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어 정권 실세인 권영세 의원을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면서 남북 관계의 새 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나타냈습니다.

    새 정부가 한껏 고조돼있는 군사적 긴장 국면을 넘어 남북 관계의 새 전환점을 마련해낼 수 있을까요.

    권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통일부 장관이 된다면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주목해서 살펴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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