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추진과 후보 시절 제시했던 공약 후퇴가 오늘 열린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집중포화를 맞았습니다.
먼저 포문을 연 건 국회 국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이었습니다.
기 의원은 연쇄 이전에 따른 천문학적 예산과 안보 공백 특히 위기관리센터와 군 전용 통신망 이전에 따른 해킹 위협 등을 조목조목 거론한 뒤, 국방 장관이 된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따져 물었습니다.
기 의원은 "집무실 이전으로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국민 혈세가 낭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소 1조 2천억 원까지는 그냥 들어간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과 혼란, 그리고 안보 공백, 군 전체의 사기 저하, 소통의 문제,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가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다섯 곳에 흩어진 국방부를 나중에 통합 건물로 관리한다고 할 때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국민 혈세가 낭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기 의원은 "청문회가 끝난다고 하더라도 이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국방위 차원의 전체적인 촉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당 김진표 의원도 가세했습니다.
김 의원은 "소통을 강화하려면 국민이나 언론인과 많이 접촉하면 되지 건물이 무슨 죄냐"라며 "역대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소통을 못했다는 건 미신"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보안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국가정보원 출신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배운 게 도둑질이라 그런지 보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국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모스크바에 새 대사관 건물을 지을 때 무려 15년 만에 완공했다"며 "도청 우려 때문에 러시아 것은 물 하나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소개했습니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집무실 이전이 소통 강화를 위해서라고 하면서 국민적인 공감대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며 "모순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당 설훈 의원은 "이거 다시 국민께 보고하고 계획을 변경하는 게 맞지 않겠나 하는 것이 국방장관으로서 첫 일성이 돼야 하지 않나"라며 "대통령 당선인께 직언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해 얻는 국가적인 이득에 비하면 리스크와 비용은 훨씬 적다"고 방어했습니다.
그는 "민주당이 얘기하는 안보 공백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하고, 필요하면 여야가 현장에 한번 가보는 것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사드·병사 월급 등 당선인 공약 후퇴 질타>
윤 당선인의 공약 후퇴에 대한 질타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왔습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와 취임 직후 병사 월급 200만 원 지급을 공약했으나, 이를 새 정부 국정과제에서 제외하거나 수정 반영했다는 겁니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이 중 병사 월급 인상과 관련, "병사 월급 200만 원에 대한 공약을 보고 투표한 분도 꽤 많을 것"이라며 "공약 후퇴로 병사들이 좌절을 느끼고 이에 대해 상당히 실망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5월 10일 청와대 개방에 대한 공약은 그렇게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은 후퇴했다"며 "윤 당선인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같은 당 김진표 의원은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너무 단세포적으로 수도권 사드 배치를 아주 확정적인 공약인 것처럼 발표했다"며 "박근혜 대통령 시절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받은 경제적 피해가 17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 발표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드는 우수한 레이더 감시 장치로 인해 중국을 비롯한 러시아, 몽골 지역까지 전부 감시가 가능하다"며 "그것 때문에 중국에서 우리가 예측했던 것 이상의 강력한 반발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공약 후퇴에 대한 질타는 국민의힘에서도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일부 공약 후퇴 논란에 대해 "장관에 취임하면 유감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사과에 너무 인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골적으로 불만은 (표현)못해도 속으로 상실감을 느끼는 병사들이 꽤 있을 것"이라며 "장관님께서 현장 방문을 하고 이럴 때 방안을 소상히 밝혀주시는 게 좋겠다"고 주문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병사 월급 200만 원 지급 공약과 관련, "당선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많이 고민했는데 재정 여건이 여의치 않아서 일부 점진적으로 증액하는 것으로 조정했다"며 이해를 구했습니다.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을 국정과제에서 제외한 데 대해선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뀌었다고 보시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겸직금지 위반 등 신상 관련 질의는 자제>
여야 의원들은 이른바 '관사 테크'와 겸직 금지 의무 위반 등 이 후보자의 신상과 관련된 질의는 자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다만, 지난 2월 국방과학연구소(ADD) 자문위원으로서 작성한 보고서가 한겨레신문 기사를 표절했다는 논란과 관련된 질의가 나왔습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사흘 전 신문 내용을 그대로 베껴서 이 후보자 이름으로 보고서가 나갔다"며 "표절인가 위조인가 뭔가"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대면 자문을 했고 자료를 따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 보고서는 제가 작성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또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으면서 ADD와 카이스트에서도 자문료를 수령한 것이 잘못이라는 설 의원의 추가 지적에 "규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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