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오늘(10일)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번 사용하며 자유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설 뜻을 밝혔습니다.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아시아와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의 비핵화'란 표현입니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사용한 '한반도 비핵화'와 비슷한 듯 보이지만 꽤 차이가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반도 비핵화'의 유래
‘한반도 비핵화’는 1992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나온 말입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1조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배치), 사용을 하지 않는다’
즉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한에는 현재 핵무기가 없지만 앞으로도 보유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북한에게 '핵을 포기해라, 우리도 핵을 갖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아 한반도 비핵화란 말을 사용해온 것입니다.
# '북한 비핵화' 요구해온 보수진영
그런데 이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에 대해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계속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지금 핵을 가지고 있는 건 북한인데 왜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을 사용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요구에 화답이라도 하듯 윤석열 대통령을 오늘 취임사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분명히 사용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을 써온 문재인 정부와의 확실한 차별점을 드러냈습니다.# 반발할 것으로 보이는 북한
표현은 확실히 보다 선명해졌습니다.
핵을 포기해야하는 주체가 북한임을 보다 분명히 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선명해진 표현이 북핵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당장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란 말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쨌든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한데 북한이 아예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써오고 있는 동안에도 북한은 핵실험을 거듭해왔고 7차 핵실험마저 임박했단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남북관계의 정상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문재인 정부가 그간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비핵화'라는 말 또한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사용된 표현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대북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을 어떻게든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란 표현이 대화의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다만 한가지 시살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란 표현에서 보듯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이 보다 선명하고 강경해질 거라는 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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