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진행되는 '그들만의 리그'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대선을 지나 정치권은 6.1 지방선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고, 특히 이번엔 지방선거와 함께 이재명, 안철수 등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나서는 재보선도 열립니다. 6월 1일이면 여야는 이들의 당선 여부를 포함해 수도권과 충청권 등 주요 격전지에서의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고, 이에 따라 향후 정치권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으로 떠들썩한 정치권..그런데 국회에선 조용히 '그들만의 리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국회의장 선거입니다. 지방선거라는 타이틀에 밀려 미디어 관심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국회의원들 사이에선 최대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민주당이 국회 제1당인 만큼 민주당의 후보가 국회의장직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거의 100%고, 따라서 국회의장을 뽑기 위한 당내 경선은 민주당에서만 진행됩니다.
참고로 국회의장은 임기는 2년입니다. 2020년 총선이 끝난 뒤 민주당이 거대 1당이 돼 박병석 현 국회의장이 선출됐고 그의 임기도 이제 끝나갑니다. 이번에 새로 선출될 국회의장은 나머지 2년을 채우게 됩니다.
국회의장은 '4파전'
국회의장 선거는 현재 4파전입니다. 선수와 가나다순으로 배열하자면 5선 김진표(75·경기 수원무), 이상민(64·대전 유성을), 조정식(59·경기 시흥을) 의원과 4선의 우상호(60·서울 서대문갑) 의원입니다.
김진표 의원은 일찌감치 국회의장직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인물입니다. 2년 전 이맘때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선출할 당시 현 박병석 의장과 겨룰 것으로 예상됐지만, 6선 박병석 의장 추대에 동의하며 불출마를 선언했고, 하반기 국회의장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이번에는 자신이 의장직을 맡는 게 순리라며 '당위론'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2년간 국회의장직에 공을 들여오며 앞서 준비한 만큼 타후보에 비해 유리하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이상민 의원은 국회의장 출마를 선언하며 특정 종교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김진표 의원이 개신교계 입장을 대변하며 차별금지법 반대를 견지해왔는데, 이를 정면으로 겨냥한 겁니다. 특히 '평등법' 발의자로서, 김진표 의원과 '평등법 vs 반평등법' 구도를 예고했습니다. 이 의원은 당내 각종 현안을 놓고 자성의 쓴소리를 마다치 않아 '미스터 쓴소리'라고 불리며, 강성 의원들의 일방독주를 자제시킬 수 있는 강심장을 지녔다는 평이 나옵니다. 반대로 '강한 야당', '윤석열 정부' 견제를 외치는 현 민주당 입장과는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조정식 의원은 이재명 상임고문과의 인연이 눈에 띕니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고, 그래서 친이재명계 의원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데요. 더구나 이 고문이 인천 계양을 재보선에 출마해 국회입성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에서 이 고문이 차기 당대표에 이름을 올릴 경우 매끈한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경기지사 당내 경선에서 낙선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곧바로 국회의장직에 다시 출사표를 던진 점이 꼽힙니다. 이를 두고 시기적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4선의 우상호 의원입니다. 대표적인 친문계 의원이지만, 친이재명계 의원들과도 두루두루 사이가 두텁다는 평이 나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캠프에서도 막판 총괄선대본부장을 역임했고, 이번에 나온 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미 불출마 선언을 하며 정치계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던 인물이죠. 또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하며 당시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통과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경험도 우 의원의 강점 중 하나입니다. 국회의장 후보군 가운데 출마선언이 가장 늦었지만, 가장 빠르게 지지세를 확보해나가고 있어 유력주자라는 평이 많습니다.
현 판세는? 합종연횡 가능성은?
일단 초반 분위기는 미리 국회의장직을 준비해왔던 김진표 의원이 앞서고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이 급속도로 차이를 좁히면서 이제는 결과를 알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이번 주말이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조정식-우상호 의원 간에 '후보 단일화' 기류가 읽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진표 의원을 지지하는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김 의원이 앞서 가고 있었지만, 최근 우상호 의원이 개혁입법을 들고 나온 뒤 거의 다 따라잡았고, 결국 2파전 양상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이미 불출마 선언을 했고, 정치의 마침표를 국회의장으로 찍게 해달라는 호소로 개혁파 의원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개혁 성향의 다른 한 초선 의원도 "우상호 의원과 조정식 의원 간에는 지지층이 겹치는 부분이 꽤 있다며, 여러 의원들이 두 인물의 단일화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의장이 뭐길래‥대한민국 입법부의 수장
대한민국은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3권 분립 국가입니다. 행정부의 꼭지점이 대통령이고, 사법부의 수장이 대법원장이죠. 입법부의 꼭대기엔 국회의장이 있습니다. 의전 서열상으로는 대통령에 이어 2위입니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 NO·2인 셈이죠. 더구나 법을 만드는 곳이며, 정부의 예산을 심사하는 곳이 국회여서, 행정부를 예산 배정 단계에서부터 견제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국회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여야 대치가 극심한 상황에선 국회의장이 권한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지 않더라도 직권상정해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는 권한은 물론, 본회의를 여는 것 자체에도 국회의장의 권한이 많이 작용합니다. 특히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날치기' 법안은 국회의장의 용인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일방처리 법안은 법안을 처리하는 '시점'이 매우 중요한데, 국회 본회의를 의장이 언제 열어주느냐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장의 중립의무?
국회의장에 선출된 의원은 곧바로 탈당 절차를 밟게 됩니다. 현 박병석 국회의장도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현재 소속은 무소속입니다. 이유는 '정치적 중립 의무' 때문인데요. 입법부의 수장인 만큼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국회를 잘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하지만 이번 하반기 국회의장은 그 어느 때보다 중립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이 168석의 거대 야당인데다, 정부여당과 극심한 대치각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번에 출마한 4명의 국회의장 후보자 대부분이 '윤석열 정부 견제, 여당 견제, 검찰개혁 완수'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이번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들이죠. 실제 출마 선언들을 봐도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겠다.” “의장이 되면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겠다."는 표현이 많았습니다. 이를 두고 국회의장을 뽑는 게 아니라 민주당 의장을 뽑는거냐는 정부·여당과 보수계의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경선은 다음 주 화요일인 5월 24일 오전 10시에 열립니다.
그리고 4명의 후보자 가운데 다득표자가 국회의장으로 직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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