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2년 서해상에서 북한의 기습 공격에 맞서 싸우다 산화한 영웅들을 기리는 특별한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해군은 오늘 오전 경기 평택 제2함대사령부에서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제2연평해전 20주년 승전 기념식'을 개최했습니다.
군은 기존에 기념식이라고만 부르던 행사를 올해부터 '승전 기념식'으로 바꾸고 전적비도 곧 전승비로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제2연평해전을 '승전'의 역사로 다시 기록하기로 한 겁니다.
■ 여섯 용사 이름 딴 고속함서 첫 해상 헌화 행사
명칭 변경 이후 처음 열린 이번 행사에는 참전 장병과 유가족을 비롯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 전·현직 국회의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행사는 개식사를 시작으로 장관 기념사, 고(故) 서후원 중사 부친인 서영석 유가족회장 격려사, 참전 장병 대표 이희완 중령 회고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습니다.승전 기념식 이후에는 유가족이 전사한 여섯 용사의 이름을 딴 유도탄고속함에 올라타서 해상 헌화하는 행사가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앞서 지난 17일 한상국함·황도현함 해상헌화가 있었고 이날은 윤영하함·조천형함·서후원함·박동혁함 해상헌화가 진행됐습니다.
유가족은 각자 전사자 이름을 딴 유도탄고속함에 탑승해 바다에 꽃을 띄우면서 전사자의 넋을 위로했고, 유도탄고속함 장병들도 헌화에 참여해 전우들을 추모했습니다.■ '전적비'도 20년 만에 '전승비'로 교체
이날 유가족들은 기념비 뒤편으로 걸어가서 부조로 새겨진 6용사 얼굴을 어루만졌습니다.
고(故) 조천형 상사 모친 임헌순 여사는 돌로 만들어진 아들의 얼굴을 만지면서 "엄마 온 것도 모르지"라며 애닳는 심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임 여사 곁에 함께한 이종섭 장관 역시 눈시울을 붉히면서 "잊히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라고 아들을 떠나보낸 임씨를 위로했습니다.
현재 '전적비'로 돼 있는 기념비는 두 달 간 보수 과정을 거쳐 전승비(戰勝碑)로 교체될 예정입니다.
전적비는 전투가 있었던 곳에서 그 사실을 기념하는 비석이고, 전승비는 전투에서 이긴 사실을 기념한다는 것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군의 기습적인 공격에 죽음을 각오한 결연한 의지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한 승전으로 기록함으로써 제2연평해전의 의미를 제고하는 취지라고 해군은 설명했습니다.■ 앞서 2008년 전투 명칭 '교전' -> '해전'으로 바꿔
제 2연평해전은 세계가 월드컵에 열광하던 20년 전 오늘 발발했습니다.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북한 경비정 2척이 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 참수리 357호 고속정에 선제 기습공격을 가했습니다.
우리 해군은 즉각 대응에 나섰고 윤영하 소령 등 6명이 전사했습니다.
북한군도 3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경비정이 화염에 휩싸인 채 도주했습니다.
당시 국방부는 '적의 기습공격을 격파한, 성공한 작전'이라고 평가했고 2008년 6주기 기념식에서 당시 한승수 총리는 "승리한 해전"이라고 말했습니다.
2002년 당시에는 서해에서 북한과 전투했다는 의미로 '서해교전'으로 명명했으나 전사자·참전 장병·유가족의 명예를 더욱 현양하고 합당하게 대우한다는 차원에서 2008년 제2연평해전으로 전투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 함명으로 부활한 6용사 "소중한 정신적 자산"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6용사는 모두 유도탄고속함 함명으로 부활, 2함대에 배치돼 서해 NLL을 지키고 있습니다.
2007년 6월 28일 윤영하함을 시작으로 한상국함, 조천형함, 황도현함, 서후원함, 박동혁함이 차례로 진수됐습니다.
유도탄고속함은 기존 참수리급 고속정보다 성능이 개량됐습니다.
최대 속력 40노트(시속 74㎞)에 76㎜·40㎜ 함포를 장착했고 사정거리 150㎞의 국산 함대함유도탄 '해성'을 탑재했습니다.
3차원 레이더를 포함한 국내 개발 전투체계를 탑재해 강력한 탐지·추적 능력을 보유했으며 방화 격벽 설치, 스텔스 기법 적용 등으로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했습니다.
제2연평해전 발발 20년이 지난 지금 서해는 450t급 유도탄고속함뿐 아니라 전투 능력이 크게 강화된 신형 호위함(FFG·3천100t급), 신형 고속정(PKMR·230t급) 등이 주력 함정이 돼 NLL을 지키고 있습니다.
해군은 "제2연평해전을 비롯한 승리의 역사는 해군 장병들에게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라며 "해군은 정신적 대비태세를 갖추고 NLL 수호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李 국방 "영웅들의 승리 역사 계승할 것"
기념식에 참석한 고 서후원 중사 부친인 서영석 유가족회장은 "벌써 20년 세월이 지났지만, 오늘 더욱 그립고, 여섯 용사의 씩씩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해전 당시 357호정 부장으로 참전 장병을 대표하는 이희완 중령은 "제 가슴 속에는 아직 그날의 뜨거운 피가 용솟음치고, 목숨 바쳐 조국의 바다와 전우를 지켜냈던 여섯 용사의 함성이 제 귓가에 생생하다"고 돌아봤습니다.
이 중령은 "오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했으며 그 어떤 적이라도 우리의 바다를 단 한 치라도 침범하는 순간 그곳이 곧 그들의 무덤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종섭 장관은 기념사에서 여섯 용사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이들의 숭고한 희생은 우리들 가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며 "제2연평해전 영웅들이 이룩한 승리의 역사를 계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특히 관련 법규를 개정해 추서·진급된 계급에 맞게 각종 급여와 예우를 지원하는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과 유가족을 위해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제2연평해전은 한 치의 바다도 적에게 내어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목숨 바쳐 이뤄낸 값진 승전으로 자유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도발할 수 없는 강한 안보 태세 확립이 서해 수호 영웅들의 희생에 진정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치
정동훈
제2연평해전, 20년 만에 '승전'의 역사로 다시 쓰다
제2연평해전, 20년 만에 '승전'의 역사로 다시 쓰다
입력 2022-06-29 16:07 |
수정 2022-06-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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