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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봉급 인상' 좋지만‥"첨단무기 도입·간부 확보는?"

'병사 봉급 인상' 좋지만‥"첨단무기 도입·간부 확보는?"
입력 2022-10-29 07:31 | 수정 2022-10-2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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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사 봉급 인상' 좋지만‥"첨단무기 도입·간부 확보는?"

    지난 7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방 분야 업무보고를 실시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

    '병사 월급 200만 원' 추진‥내년도 국방 예산안에도 반영


    "병역의무 이행에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위해 병 봉급은 봉급과 자산 형성 프로그램을 결합하여 2025년까지 200만 원으로 인상하겠습니다."

    국방부가 지난 7월 22일 실시한 국방 분야 업무보고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병사 월급 200만 원'을 공약했을 정도로 병사 처우 개선을 강조했던 만큼, 국방부가 이를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로 보입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임기 내 병사 월급을 200만 원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적 있습니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에도 이런 기조가 반영돼 있습니다. 국방예산은 전력 운영비와 방위력 개선비로 나뉘는데, 전자는 주로 장병 인건비, 후자는 무기 도입 등 사업 추진비에 해당하는데요. 지난 8월 30일 발표된 '2023년 국방예산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전력 운영비는 전년 대비 5.8% 증가한 40조 1,089억 원, 방위력 개선비는 전년 대비 2% 증가한 17조 179억 원을 편성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시 발표된 예산안을 두고 '방위력 개선은 뒷전으로 하고 인건비만 더 늘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과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등 대형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방위력 개선비 비중이 줄어든 것"이라며, 장기적인 방위력 개선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공개한 '2023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는, '병사 월급을 급격하게 인상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를 조목조목 따져 묻고 있습니다.

    "인건비는 대표적인 '경직성 경비'‥방위력 개선에 영향 미칠 것"


    우선 보고서는 병사 봉급 인상 자체의 긍정적 효과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병사 봉급 인상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충족하고, 실제 수혜 대상인 병사들에게 실효성과 형평성이 담보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병사 봉급 인상' 좋지만‥"첨단무기 도입·간부 확보는?"
    실제로 최근 5년 동안의 추이를 보면 병사 인건비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2019년의 경우, 병력 수가 줄어들면서 전년도 대비 예산이 줄어든 적이 있지만 2020년부터는 줄곧 상승세를 보여, 올해 병사 인건비 예산은 2조 3,320여억 원입니다. 2023년 예산안에는 병사 인건비 예산이 약 2조 8,520여억 원로 잡혀 있고요.

    문제는 이 병사 봉급 인상의 폭이 애초 계획됐던 것보다 더 크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수립됐던 '국방중기계획(2022~2026)'에 따르면, 병장 기준으로 2026년까지 99만 1,800원을 받게 월급을 인상토록 했습니다. 올해 병장 봉급이 67만 6,100원이니까 46.7%가량 인상되는 셈입니다.

    반면 국방부가 발표한 병사 봉급 단가 인상 계획은 어떨까요? 올해 병장 봉급 67만 6,100원에서 2025년까지 150만 원으로 늘려주겠다는 건데, 이 경우 인상되는 비율은 121.9%로 나옵니다. 기존 봉급보다 두 배가 넘게 늘어나는 셈입니다. (여기에 장병 대상 적금인 '장병내일준비적금' 정부 지원금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 지원금까지 합하면 2025년 기준 병장이 받는 월급 예상액은 205만 원입니다.)
    '병사 봉급 인상' 좋지만‥"첨단무기 도입·간부 확보는?"
    이런 상황을 두고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존 국방개혁 2.0 및 국방중기계획에서 군 구조 개편 등과 연계된 완만한 병 봉급 인상 계획을 폐기하고, 이번 병 봉급을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군 구조 개편 등 타 국방 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없이 추진하는 것으로 국방 분야 중장기 전략과 연계한 병 봉급 인상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2023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p.110)

    보고서의 지적대로라면, 병사 봉급 인상에 있어 무엇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일까요? 먼저 병역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0세 남성 인구는 약 33만 3천 명 정도지만, 오는 2037년에는 20만 명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 정부에서 추진한 '국방개혁 2.0'에 상비 병력을 감축하고, 간부 비중을 높이는 등의 인력 구조 개편 내용이 담긴 것도 이런 인구 감소 추세와 무관치 않습니다.

    이처럼 군 인력 구조의 중·장기적인 개편을 시도해야 할 시점에 병사 봉급을 급격하게 높일 경우, 간부 인력 수급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또 하나 고려할 지점은 바로 첨단무기 도입 등으로 대표되는 '방위력 개선'입니다. 인건비는 대표적인 '경직성 경비', 즉 지출 규모가 미리 정해져 있어서 추후 감축하는 등의 세부 조정이 어려운 비용입니다. 보고서가 지적하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병사 봉급 인상은 국방 분야의 병력운영비 비중을 확대하고, 이는 전체 국방예산 중 경직성 경비의 비중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바, 우리나라의 점증주의 예산편성의 특성상 향후 방위력 개선비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2023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p.114)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 운영비는 올해 69.4%에서 2026년 70.3%로 0.9%P 늘어나지만, 방위력 개선비의 비중은 올해 30.6%에서 2026년 29.7%로 0.9%P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병사 봉급의 경우 인건비인 전력 운영비에 해당하고, 이런 병사 봉급이 인상될 경우 전력 운영비 증가로 이어져 방위력 개선으로의 투자를 곤란하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병사-초급 간부 봉급 차이 줄어들어 간부 획득 어려워질 것"


    급격한 병사 봉급 인상에 대한 우려는 초급 간부 수급 문제와도 얽혀 있습니다. 최근 학사 및 학군 사관후보생 선발 경쟁률은 과거보다 낮아진 상태입니다. 학사 사관후보생 경쟁률은 2017년 5.2:1에서 2021년 2.6:1로, 학군 사관후보생 경쟁률은 2017년 3.6:1에서 2021년 2.6:1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부사관의 경우 정원 대비 현재 인원을 나타내는 '운용률'이 점차 상승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중사 이상 운용률은 95% 이상인 데에 반해 하사의 경우 85.4퍼센트로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이에 더해, 병사보다 군 생활도 더 길게 하는 간부가 병사보다 봉급을 적게 받게 된다면, 간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군 간부 지원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병사의 봉급 인상은 군 간부와 병사의 봉급 역전 현상 우려를 제기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군 간부 획득의 어려움 및 사기 저하를 심화시켜 군 간부 중심의 인력구조 개편에 차질을 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2023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p.115)

    일종의 장병 대상 적금인 '장병내일준비적금' 정부 지원금까지 합칠 때 2025년 기준 병장은 한 달에 205만 원을 받는 셈이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 경우 하사 1호봉이 받는 금액보다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병사 봉급 인상' 좋지만‥"첨단무기 도입·간부 확보는?"
    이에 대해 국방부는 올해 하사 1호봉의 한 달 급여는 기본급 170만 원과 수당 81만 원을 합해 월 251만 원 수준으로, 병사 월급보다 많아서 역전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하사 월급 251만 원은 세전 금액이라는 점, 병사 봉급은 비과세 대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보수 격차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 밖에도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는 병사 계급 간 봉급 차이의 적정성을 확보해야 하고, '장병내일준비적금' 사업 예산이 가입률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라며 예산 조정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습니다.

    국방부 "병사 월급 인상은 희생과 헌신에 대한 존중"


    이번 보고서에 대해 국방부는 일단 '병사 월급 인상'은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기자 질문에 "병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존중하는 분위기를 갖는 차원에서, 병사 봉급도 세심히 배려하겠다고 설명해온 바 있다"며 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또, 병사 봉급 인상으로 방위력 개선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문 부대변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라 3축 체계를 비롯해 여러 가지 관련 전력들을 보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것도 중요한 사업인 만큼 어느 한쪽을 '제로섬 게임'처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병사 봉급 인상과 첨단 전력 강화, 두 가지 사안 모두 치우치지 않고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병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봉급을 인상한다는 국방부의 설명 자체는 납득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여러 부분에서 복무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인생의 황금 같은 시기에 국가를 수호하는 임무를 다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여야 후보들 모두 입을 모아 장병 처우개선, 그중에서도 봉급 인상을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병사 봉급을 올리는 일은 시간 문제에 불과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참에 국회 예산정책처의 보고서가 짚은 대목들을 하나하나 톺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국방부가 '차질 없게 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방위력 개선에 대한 우려는 차치하더라도, 병사 봉급 인상을 두고 '병사들 월급 올려주는 것은 좋은데 간부들은 어떻게 할 거냐'라는 지적이 뒤를 잇기 때문입니다. 장교나 부사관 지원 시 일시적으로 지급하는 복무장려금을 인상하는 등 일부 진전은 있지만,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요. 또 점차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비전투 전문인력인 군무원에 대한 처우 개선도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병사 봉급' 문제가 필연적으로 군 내 다른 조직 문제와도 연결된 만큼, 추진 과정에서 더욱 정교하고 세밀한 고민과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 자료 출처: 국회 예산정책처 '2023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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