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정치
기자이미지 이지선

한덕수-기시다, APEC 사흘 내내 '착붙'..우정 나눠

한덕수-기시다, APEC 사흘 내내 '착붙'..우정 나눠
입력 2022-11-21 06:38 | 수정 2022-11-21 09:55
재생목록
    한덕수-기시다, APEC 사흘 내내 '착붙'..우정 나눠

    자료 제공: 연합뉴스

    APEC 정상회의 참석 차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태국 방콕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사흘간 우정을 다지고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덕수 총리는 이번 APEC 기간 동안 유독 기시다 총리와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거나 혹은 지척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많이 포착됐습니다.

    17일 저녁 태국 총리 내외가 21개국 정상들을 초청한 '갈라 디너'에서도 그랬고, 18일과 19일 이틀간 열린 APEC에서의 두 차례 본회의는 물론 업무오찬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의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북한의 ICBM 도발로 18일 낮 갑자기 열리게 된 '한미일캐호뉴' 긴급 6자회담 자리에서만 두 사람 사이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있었을 뿐입니다.

    두 총리가 이렇게 사흘 동안 '착 붙어' 지냈던 이유는 뭘까요? APEC에는 21개 회원국과 3개 초청국까지 무려 24개 국가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합니다.

    이 많은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공간에서 '적절한' 자리배치라는 것은, 서로 다른 각국의 이해관계 속에 애초에 정답이 존재할 수 없는 난제입니다.

    심지어 APEC에는 중국이 개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만과 홍콩도 하나의 경제단위로서 참여하고 있어 셈법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APEC은 정상들의 자리 배치를 단순하게 '등록되어있는 국가이름의 알파벳 순서'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J와 K로 시작하는 일본과 한국은 좋으나 싫으나 늘 옆자리 짝꿍이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인 거지요. 그런데 옆자리에 앉는다고 해서 누구나 우정을 쌓고 친해질 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서로에 대한 호감도는 차치하더라도, 일단 무엇보다 언어의 장벽이 낮아야합니다.

    APEC 본회의장에는 오직 각국의 정상만이 입장 가능합니다.

    통역이 함께 들어가 정상 옆에 배석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APEC 본회의는 정상들의 '비격식 회담(Retreat)'을 지향합니다.

    기본적으로 각 정상들이 순번에 따라 돌아가며 발언을 하기는 하지만, 발언 중간에 다른 정상이 끼어들어 질문을 하거나 첨언을 하거나 추임새를 넣은 것이 결코 어색하지 않은 자리가 바로 APEC 회원국 정상들의 본회의입니다.

    그래서 원활한 대화의 흐름을 위해 통역사 배석을 금지하고, 필요한 경우 정상이 통역장비를 귀에 꽂고 대화에 참여하는 식입니다.

    한덕수 총리는 영어로 말하고 듣는 것에 딱히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편입니다.

    반 년 쯤 전에 '혹시 한국말보다 영어가 더 편하시냐'고 묻는 농담섞인 질문에 "그래도 한국말이 편하죠"라고 웃음으로 답했던 일례도 있습니다.

    한 총리는 이번 APEC에 아예 통역사를 대동하지 않았습니다.

    또 한국어 통역장비 역시 주최측에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통역을 대동했습니다.

    6자회담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일본말로 말하면 통역이 영어로 전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통역 대동이 불가한 본회의장에서는 일본어 통역 장비를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기시다는 외무대신 출신입니다.

    영어로 충분한 사적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입니다.

    한 총리는 "기시다 총리와는 일본에서 만났을 때 공식적인 이야기는 거의 다 했고, 최근 G20에서 윤 대통령과도 한일정상회담을 가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약간 '퍼스널한 대화'를 많이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수상을 별도 회담으로 만나려면 일정을 서로 맞추기가 너무 힘들었을텐데, APEC은 본회의 참석이 기본인데다, 2시간씩 한다"며 "그렇게 너댓번 인사하고 나면 친해지게 되더라"고 말했습니다.

    한 총리는 두 사람의 보이지않는 우정을 드러내는 작은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뭘 열심히 하고 있구나 했는데, 보니까 통역장비가 안 되나보더라고요. (본회의는 정상 혼자 들어오기 때문에) 필요할 때 버튼을 누르면 밖에 있는 보좌하는 사람이 잠시 들어올 수 있는데, 기시다는 그걸 혼자 해보려고 열심히... '이게 잘 안 된다'고 나한테 그러면서..." "일본어로 나오는 게 10번인가 그래요. 보니까 10번이 켜져있긴 했더라고. 근데 이게 안 되는 거야. 그런데 주변을 보니까 일부 양자회담 하러 나간 정상들 자리가 비었어요. 그래서 내가 직접 기시다를 지나서 그 옆에 있는 통역기를 하나 집어다가 가져다 줬지. 이거 쓰라고..." 한 총리는 또 시진핑 중국 주석과 나눈 대화의 내용 일부도 소개했습니다.

    "2012년에 시 주석이 처음 주석이 됐을 당시 중국이 주최한 '보아오포럼'에서 만나 인사한 적 있다는 인연을 소개하면서 이번에 세번째 연임하게 된 것을 축하했고, 시 주석은 '윤 대통령과의 한중정상회담이 굉장히 유익했다'고 화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시 주석의 경우 대화를 하려면 중국측 통역사를 기다려야 해 자유로운 대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한 총리는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이틀 연속으로 만나게 됐던 것을 가장 인상에 남는 정상과의 만남으로 꼽았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가 17일 새벽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 총리가 서울공항에서 영접을 했는데, 바로 다음날인 18일에는 태국 방콕에서 업무오찬을 함께 하게 된 겁니다.

    한 총리는 "양자 일정을 소화하고 가느라 점심에 조금 늦게 갔는데 거기에 빈 살만 왕세자가 와 있더라"며 "한국에서 새벽에 달밤에 체조하듯이 만나고 와서는 방콕에서 두번째 만난 건데, 아 정말 뭐 (빈 살만 왕세자가) 되게 좋아하고 반가워하면서 '너무나 한국방문이 좋았다'고 하더라"고 한 총리는 전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