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오늘 부대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병사를 '단순 병사'로 처리하는가하면, 사망 이유를 날조한 것으로 확인된 진상규명 사건들을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집에서 농사일을 돕다가 보충역으로 소집된 이 모 이병은 키 180cm 정도의 건장한 체격과 건강한 체질의 청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병은 복무 중이던 1978년 귀가해 가벼운 활동을 하던 중 심한 고통을 느껴 병원을 찾았고, 피를 토하며 고통스러워하다 끝내 숨졌습니다.
당시 부대는 이 이병의 사인을 단순 병사로 기재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 조사 결과 당시 이 이병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 등으로 선임병으로부터 지속해서 폭행을 당했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 이병은 유리컵을 물어뜯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상황을 시정할 수 있는 부대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습니다.
위원회는 의학 자문을 통해 이 이병의 사망 원인을 부대 내 구타와 폭력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시 이 이병이 장기간 구타와 폭력에 방치돼 왔고, 지속적인 폭행으로 인한 만성통증과 복통이 악화되어 과다출혈로 인한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 상납금 압박에 비관 극단선택..군 "운전 중 사망"
지난 1953년 형을 대신해 형의 이름으로 군에 입대한 양 모 씨는 복무 중 군의 '후생사업'에 동원됐다가, 차량 운행 중 사망한 것으로 군 기록에 기재됐습니다.
최근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양 병장은 지휘관의 부당한 명령에 따라 의무복무 기간을 넘겨 41개월 간 복무하다 부대에 상납할 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인은 군 트럭 1대를 대여받아 매월 일정 금액을 상납했지만 사업 부진과 트럭 고장에 따른 운행 중단으로 상납금을 마련하지 못해 이를 비관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후생사업은 1950년대 군이 부족한 예산을 예하부대에서 자체 충당하고자 위법적으로 수익사업을 벌인 부패 관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원회는 이 이병과 양 병장의 사망을 `순직`으로 재심사해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습니다.
■ 사망 경위 날조, 부대원에 '헛소문' 퍼뜨리기도
극단적 선택을 한 부대원의 사망 경위를 군이 날조하고 부대원들에게 허위 사실을 진술하도록 강요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1988년 경계병으로 근무하던 중 자해로 숨진 A씨.
당시 군 기록에는 불우한 가정환경, 휴가 중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우려, 애인의 변심 등이 극단선택의 원인으로 기재됐습니다.
하지만, 위원회의 조사 결과 A씨는 가정형편이 곤란하지 않았고, 애인도 없었으며, 휴가 중 사고를 저지르지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극단적 선택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위원회 조사결과, 선임은 `후임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A씨를 구타했고, 부대 회식에서 토사물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등의 가혹행위를 당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런가하면 1982년 군대에서 자해로 숨진 B씨는 사망 전 보급품 관리 담당자로서 수년간 누적된 보급품 손·망실을 발견해 상사에게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상사는 B씨에게 책임을 돌리며 손실충당금을 마련하라고 강요했고, 충당금을 마련하지 못한 B씨는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당시 소속 부대는 B씨가 여자친구 문제 등 개인 신상을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을 내고 부대원들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의 진술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현재까지 위원회에 접수된 진상규명 신청 사건은 1천787건, 이중 1천407건에 대한 조사가 종결됐고, 380건은 아직 처리 중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