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체감실업률은 약 20%, 청년 5명 중 1명이 사실상 구직자다. 의료기기 관련 기업의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28세 이동근 씨. 지난 1년간 50곳 넘게 이력서를 넣고, 어렵게 취직에 성공했다. 청년 첫 일자리의 절반은 1년 이하 계약직. 불안정한 계약직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이 씨 역시 계속 공부하고 있다.
이 씨의 친구들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이다. 이 씨의 친구들은 연봉, 경력 등의 이유로 대기업 취업을 계속 도전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대졸자의 초임은 대기업의 약 60%. 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장은 "초기에 어떤 소득을 갖는 일자리냐에 따라서 살면서 그 격차들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처음에 어떤 일자리를 갖느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취업 기간을 늘려서라도 더 괜찮은 일자리에 들어가려고 하는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일자리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대규모 채용은 줄어들었다. 대규모 인원 선발의 창구였던 대기업 공채는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90년대생 대학 졸업자 수는 이전보다 더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좋은 일자리'라고 불리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은 취업자의 약 16.5%에 불과하다. 5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 중 20대의 비율은 1999년 32%에서 2019년 19%로 감소했다. 좋은 일자리에서 20대의 자리는 줄어들었고,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은 늘어났다. 2013년 특성화고 학생과 기업을 연결해주는 방송에 출연한 홍성관 씨는 경쟁을 거쳐 한 대기업 계열사에 채용됐다. 8년 뒤 다시 만난 홍 씨는 배달 라이더로 일하고 있었다. 홍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매장관리 업무를 맡았던 홍 씨는 대졸 사원과의 임금 차이와 승진의 한계 등 어려움을 느꼈다. 적은 월급으로 서울 고시원 생활을 견뎠지만, 2018년 귀향을 결정했다. 전공을 살려 취직한 일식집의 월급은 170만 원 남짓. 1년 넘게 다닌 일식집을 그만두고, 작년부터 배달 라이더 일을 시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고졸자가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고졸 취업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고졸 취업자들이 받는 임금 차별과 승진 제한과 같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은 마련되지 않았다. 또한 특성화고 취업률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용의 질은 고려되지 않은 취업인 일명 '묻지마 취업'까지 있었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 특성화고 졸업생은 더욱 열악한 곳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청년들의 중소·중견기업 회피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더라도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내일채움공제가 그중 하나였다. 2018년 한 중소기업에 취직한 박재윤(가명) 씨도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을 가지 않더라도 내일채움공제를 통해 연봉 차이를 조금 상쇄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씨가 내일채움공제 만기 한 달 전 해고되면서, 만기금 3천만 원이 아닌 약 천만 원만 받을 수 있었다.
내일채움공제를 중도에 해지하는 청년들은 매년 약 20~30%에 달한다. 가장 많은 중도 해지 사유는 청년들의 이직. 한 단체에는 내일채움공제 관련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 내일채움공제가 청년들이 부당한 행위를 당해도 그만두지 못하고, 옭아매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는 것. 이상운 노무사는 "괴롭힘 행위가 너무 많은데 지금 신고해버리면 내일채움공제를 못 받을 수 있으니 끝내고 퇴사하면서 신고하겠다는 내용이 제일 많다"며, "고용 환경을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도 있기 때문에 보조 장치 없이 활용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번 쓰고 버린다는 의미로 일명 '티슈 인턴'으로 불리기도 하는 체험형 인턴. 문재인 정부 들어 채용형 인턴 수는 감소한 반면, 체험형 인턴은 매년 만 명 이상 뽑았다. 박정일 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중소벤처 TF장은 "겉장만 바꾸고 시대에 따라서 내용만 살짝 바꾸기 때문에 핵심적인 문제는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이라며, "현재의 실적, 성과, 일자리 수에만 급급하다 보니까 전부 실패했다"라고 평가했다. 역대 정부마다 근본적 변화 없이 질보다 양에 치중해 저임금, 단기 일자리를 늘려왔다. 정부가 숫자에만 매달리는 동안, 청년의 삶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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