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물류센터 들이닥치자‥"'수출용 담배'가 왜 여기서 나와?"
"자, 어디 가세요? 가만히 계세요!"
"아니, 무슨 일입니까! 남의 짐을‥"
지난해 7월, 경기도의 한 물류센터 컨테이너에 해양경찰관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컨테이너는 대형 상자로 가득 차 있었는데, 뜯어보니 국산 담배가 들어 있었습니다.
발견된 담뱃갑이 모두 32만 5천 개나 됐습니다.
그런데 일반 담배와는 모양이 좀 달랐습니다.
시중에서 흔히 살 수 있는 담배를 보면, 담뱃갑에 폐암 환자의 사진이 인쇄돼 있고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이 들어있다"는 경고 문구도 쓰여 있습니다.
국민건강증진법상 내수용 담배는 경고그림과 문구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날 적발된 담배 32만 갑에는 국산 담배의 '브랜드'만 찍혀있을 뿐, 어떠한 경고 문구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짝퉁' 담배라도 되는 걸까?
아니었습니다.
사실 해경은 이보다 넉달 전, 범죄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인천과 부산에서 수출된 국산 담배가, 해상을 거쳐 다시 국내로 들어온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장을 잡기 위해 수소문하던 중, 지난해 7월 중순 인천항에서 수출됐던 국산 담배가 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해경은 관내 외사계 경찰관들을 총동원해 밀수 현장을 덮쳤습니다.
밀수 조직원들이 반발했지만, 경기도의 물류센터에서 대량 발견된 수출 담배를 앞에 놓고 결국은 범행을 실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담배 361만 갑 밀수입 조직 검거‥170억 원어치 팔려나갔다
항구와 물류센터의 CCTV를 분석하는 등 조직의 윗선을 역추적한 결과, 국내 밀수조직이 밀반입한 담배의 규모가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10차례에 걸쳐, 수출용 담배 361만 7천5백 갑을 수출하는 척 하고는 국내로 다시 들여와 유통했습니다. 단일 적발 규모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국산 담배 1갑이 편의점에서는 4천5백 원 안팎에 팔리지만, 이들은 수출용 담배를 1갑당 1천7백 원에 밀수해 국내에서 3천5백 원에 팔았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천 원 저렴하니 이들이 밀수한 담배는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반면, 이들은 1갑당 1천8백 원의 이득을 봤습니다.
이들이 불법유통한 담배가 361만 갑이니, 단순 계산해보면 모두 170억 원 상당, 부당이득은 65억 1천만 원에 달합니다.
또 정상적인 유통 경로라면 담배에 붙었어야 하는 세금 83억 원도 걷히지 않고 탈루됐습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조직원 7명 전원을 붙잡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밀수입 혐의로 입건하고, 총책인 40대 남성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셔틀콕입니다" 허위 신고‥'커튼치기·심지박기'‥"그래도 잡힙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붙잡힌 조직은 어떻게 우리 당국의 눈을 피해왔던 것일까?
이들은 여러 화주들이 공동으로 운반하는 컨테이너, 전문 용어로는 'LCL 컨테이너'를 노렸습니다.
운반할 화물이 컨테이너 하나에 꽉 찰만큼이 안 되는 경우, 여러 화주들이 컨테이너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커튼치기' 방식으로 앞에는 정상 제품을, 뒤에는 불법 밀수담배를 실었고, 세관에는 '배드민턴 셔틀콕'이라고 허위 신고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주말이 끝나고 매주 월요일에 물동량이 많아 세관의 관리감독이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국산담배를 불법 밀수하다 적발되는 일은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천본부세관은 지난해 10월 담배 밀수업자인 41살 남성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이 업자 또한 태국과 베트남으로 수출된 국산 담배 63만 갑을, 중국을 거쳐 국내로 밀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업자의 경우 컨테이너 중앙에 담배를 올려놓고는, 그 전후좌우를 욕실용 매트로 둘러싸는 형태의, 이른바 '심지박기' 수법을 3차례 사용했다 붙잡혔습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해상 밀수행위는 반드시 붙잡힌다"며 "입체적이고 강력한 단속을 펼치겠으니, 관련 동향을 아는 국민께서는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임정환 / 영상제공: 인천해양경찰서)
사회
손하늘
[영상M] "어, 담뱃갑 모양이?"‥담배 361만 갑 밀수했다 꼬리 잡혔다
[영상M] "어, 담뱃갑 모양이?"‥담배 361만 갑 밀수했다 꼬리 잡혔다
입력 2022-01-05 14:43 |
수정 2022-01-0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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